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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0일 오후 2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100 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법무부 장관 면담 거절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1월 30일 오후 2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100 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법무부 장관 면담 거절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전민성

30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가 바라다 보이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명동성당에서 78일째 노숙투쟁을 하고 있는 평등노조 이주노동자 지부 소속 이주노동자 100여 명은, 지난 1월 7일 가스총으로 폭력 연행된 케비(네팔)씨와 헉(방글라데시)씨와 관련하여 법무부 장관 면담신청이 거부된 것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라니카(네팔)씨는 "법무부가 만든 법 때문에 우리 동지 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법무부와 우리가 만나서 대화하려고 했는데, 우리가 투쟁하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를 모른 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비두, 자말 동지를 폭력 연행해 강제로 본국으로 보내고, 케비, 헉 동지도 가스총으로 연행해 갔다. 법무부 장관이 우리에게 사과할 때까지 강하게 투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무부가 만든 고용허가제 때문에 일하고 있는 동지들이 너무 힘들게 일하고 있다"며, "전에 100만원을 받고 일하던 사람들은 이제 50만원 받고 일하고 있으며, 전에는 일요일에 쉴 수 있었지만, 이젠 일요일에도 쉬지도 못한다"며, 이것이 법을 만들 때 법무부가 약속한 노동3권이냐고 되물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했던 '노동자의 힘' 박원준 회원도 '법무부가 만든 고용허가제는 우선 사업장의 자유조차 보장되지 않아 이주노동자들이 노예와 같은 삶을 살 것이 뻔히 보이는 법'이라고 비난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라주씨는 "우리는 13년 동안 한국에서 땀흘려 일한 이주노동자입니다. 그런데 지난 1월 7일에는 가스총으로 우리를 쏘고 폭행하여 동지 두 명을 끌고 갔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따뜻한 방에 앉아 쉬고 있을 때, 우리는 이 땅에서 13년 동안 한국 경제를 만들었어요. 이제 와서 우리가 무슨 이유로 나가야 합니까"라고 외쳤다.

"법무부가 만든 법 때문에 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제는 길에서 집회를 하는데 사람들 끌고 갑니다. 고용허가제(EPS)는 ‘Employment Permit System’이 아니라 ‘Employment Poison System’입니다.” (‘고용’이라는 ‘permit’ 대신 ‘독약’의 뜻인 ‘poison’을 넣은 것임.)

“고용허가제 실시 발표 이후 회사의 임금이 줄었어요. 사람을 위한 법이어야 하는데, 법이 사람을 죽였어요. 이 세상은 우리 거예요. 우리는 이 땅의 40만 이주노동자를 위한 노동비자를 얻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또 사미르 타파 농성단장은 "고용허가제는 일 년씩 계약을 갱신해야하며, 현재 16시간씩 일하면서도 치료도 못받고 일하는 동지들이 하루하루 지나면서 더 많은 불법체류자가 되고 있다"면서, "한국정부는 진정으로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영영 이문제를 안고 가고 싶은 것인지" 물었다.

그는 "고용허가제는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며, 사고가 생기면 우리도 당당하게 신고할 수 있고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월 이후 자진 신고한 3년 이상 4년 미만 이주노동자들이 잔업 수당도 받지 못하고 임금도 반으로 깍여 또 다시 불법체류자가 되고 있으며,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로 이 법을 고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또 "얼마 전 이주노동자들이 한국대사관에 폭탄테러 위협을 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법무부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우리를 나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그런 소문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7일 용산구 한남동에서 있었던 법무부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의 가스총 사용과 폭행 연행에 대해 평등노조 이주지부 소속 조합원은 집단으로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지난 1월 26일 법무부에 장관 면담을 정식을 신청했다. 하지만 29일 전화 통화에서 법무부는 이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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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인권침해·생활고 심각

덧붙이는 글 | 현재 명동성당에서 노숙투쟁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80여 명은 전기도 나오지 않고 온수도 없는 상태에서 79일 째를 맞고 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생필품과 식수이 외에도 산재의 후유증, 추위로 인한 근육통, 감기 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40만 이주노동자의 권리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의 후원계좌는 농협 386-12-095004 (예금주: 김선희) 입니다. 

사이트에 격려의 글도 부탁드립니다. 
http://migrant.nod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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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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