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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정부의 집중단속 이후 이주노동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이른바 '벌집방'
지난해 11월 정부의 집중단속 이후 이주노동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이른바 '벌집방' ⓒ 새사회연대
정부의 합동단속 이후 이들은 교회 등에서 집단 농성을 벌이거나 강제추방을 피해 불법 컨테이너와 같은 은신처에서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구와 환풍구가 없는 이른바 '벌집방'으로 불리는 밀폐된 공간에서 4∼5명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또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신분 때문에 실직과 해고에 따른 체불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귀국 여비는 고사하고 생활비마저 바닥이 나 2중, 3중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 A씨(27)는 국내 취업 4년 이내에 해당하여 일시 출국 후 입국이 보장된 상태에서 비행기표와 여권을 보여주며 자진 출국예정이라고 했음에도 지난해 11월 16일 경찰에 의해 다른 3명의 이주노동자와 함께 강제로 구인돼 수갑을 찬 채 3시간 동안 차량에 감금되었다.

국내 취업 5년째인 B씨(29)는 단속에 지쳐 체불임금 300만원을 받으면 고국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관할 노동사무소에 해결을 요청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체불임금 대신 단속 때문에 더 이상 고용할 수 없다는 해고통보 뿐이었다.

대책위는 "집중단속반은 길거리에 서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보면 무조건 강제출국 대상자로 간주, 마구잡이로 구인하여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난하고 "또한 저항하지 않는 자에게 계구 사용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수갑부터 채우는 것은 명백한 직권 남용이며 ILO가 규정하고 있는 이주노동자권리규약 위반"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또 "유엔이 정한 사회권규약 등에는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일할 권리는 임금을 통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강제출국 조치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 및 금품청산을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무차별적인 단속에 쫓긴 이주노동자들이 컨테이너를 개조해 생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단속에 쫓긴 이주노동자들이 컨테이너를 개조해 생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 새사회연대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에이즈(AIDS) 환자로 밝혀진 이주노동자에 대해 한국정부가 제대로 된 치료나 인도적인 지원을 하지 않은 채 강제로 출국시켰다가 고국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경유지에서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나이지리아 출신 이주노동자 D씨는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AIDS 말기 환자로 지난해 11월 24일 강제출국시키려 했지만 미국 국적의 모 항공사가 탑승을 거부하는 바람에 출국 조치되지 않았다.

이후 D씨는 출입국관리소에 의해 이주노동자 지원센터로 옮겨졌고 곧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어 14일 동안 입원한 뒤 출국하였지만 경유지인 요하네스버그에서 지난해 12월 20일 숨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환자에 대해 치료나 인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무조건 떠넘겨 병원비와 일체의 출국비용을 지원센터가 부담했다.

대책위는 "이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집중단속과 강제출국 조치가 비인권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한 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정책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2월 중순경에 작성될 최종보고서에서 인권단체의 권고 및 제안사항을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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