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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란
"우리들 눈에다 대고 가스총을 쐈어요. 케비와 헉이 기절했습니다. 기절한 상태로 끌려가는데도 우리는 경찰한테 맞느라 친구를 구하지 못했어요…."

네팔에서 왔다는 쉬디(34)씨는 친구들 생각에 금세 눈에 눈물이 고였다.

77일째 명동성당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쉬디씨는 "왜 우리에게 가스총을 쏘고 욕을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이 아무 데서나 때리고 끌고 가서 밖에 나가기가 무섭다. 제발 우리도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라주(방글라데시·32)씨의 사정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는 마디 하나가 잘려나간 집게 손가락을 보여주며 "열심히 일하다가 손이 다쳤다. 치료도 받기 전에 공장에서 쫓겨났다"고 했다. 봉급은커녕 치료비마저 자신이 부담했다는 그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치료도 받을 수 없다. 아프다고 나갔다가는 잡혀가고 말 것"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인권단체 이주노동자 농성지원대책위(이하 대책위)는 30일 오전 11시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책위는 출입국 관리사무소가 작년 11월 16일부터 두 차례 이주 노동자 강제추방 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러한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2월 말경에 있을 3차 단속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명백한 인권 침해 사례 조사돼

네팔에서 온 이주 노동자 쉬디 씨
네팔에서 온 이주 노동자 쉬디 씨 ⓒ 류란
대책위는 이들보다 더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정확한 실태 조사를 위해 대책위는 지난 20일 남양주시 성생공단을 현장방문 해 약 20여명의 강제출국 대상 이주 노동자에 대한 개별 또는 집단 면접을 실시했다. 또 27일에는 경남 창원시 이주노동자들에게 서면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불법으로 수갑을 채우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등 명백한 인권침해 사례가 확인됐다. 심지어 출입국 관리사무소 직원이 불법체류노동자이니 체불임금을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출입국관리 사무소 직원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이유가 무엇인지도 밝히지 않고, 길에 다니는 모든 외국인을 조사하고 연행한다. 이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법에는 사법권을 가진 사람이라도 신분조사나 임의동행을 요구할 경우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동의를 얻도록 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또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밀린 임금만 정상적으로 받으면 자진 출국하겠다는 이주 노동자들이 전체 이주 노동자들의 20%에 달한다.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강제출국 조치하는 것은 국제인권 기준상 불법이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제36조도 '임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단속과정뿐 아니라 '단속하는 것 자체'가 불법

대책위는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행하는 불법도 있지만 단속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하면서 '내외국인 근로자의 동등한 대우에 관한 협약' 및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에 관한 협약' 등을 비준했다. 국제법상 이 협약은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강제출국'은 인권적 측면에서 불법이라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앞으로 국내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추가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월에 있을 3차 불법 노동자 단속을 밀착 감시해 2월 중순경에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주 노동자들은 작년 11월 16일 이후로 명동성당 등지에서 단속을 피해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1월 7일에는 방글라데시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경찰과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에게 둘러 싸여 구타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관리소 직원들이 쏜 가스총에 맞아 기절한 이주노동자 2명이 강제 연행되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막고자 1월 16일 '이주 노동자 농성지원 대책위원회'가 발족했다. 대책위는 가스총에 맞고 끌려간 노동자 케비와 헉의 석방과 폭행과 불법연행에 가담한 공무원의 사법처리를 촉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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