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현장에서 경찰이 들고있는 방패는 '방어용'일까 '공격용'일까?
경찰에서는 방패를 '방어용' 장비로 교육하고 있고, 또 일반인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시위현장에서 보면 방패가 '공격용'으로 사용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순간, 경찰의 방패는 분명히 '방어용'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압이 시작되는 순간 밋밋하게 세워져있던 방패는 어느 순간 안전장치인 고무테두리가 사라진 날카로운 밑면을 앞세우며 시위자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기도 한다.
시위현장에서 흥분한 경찰은 몽둥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충격을 시위자들에게 줄 수 있는 방패가 더 효과적인 진압장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올 한해 각종 시위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훑어보면, 시위대를 몽둥이로 제압하는 장면보다는 방패로 제압하는 장면이 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경찰의 방패공격은 허벅지나 팔 같이 부상을 당해도 치명적이지 않은 곳이 아니라, 얼굴과 머리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7월 22일 부안주민 수 천명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군수의 일방적인 핵폐장 유치신청에 반발해 수협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때 시위에 참여했던 주민들의 손에는 11월 19일 시위처럼 화염병, 가스통 같은 것은 들려있지 않았다. 각목이 붙어있는 피켓과 깃대로 쓰이는 낚시대가 전부였다.
하지만 서울에 비해 현장을 감시하는 사진기자들의 수가 적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방패를 맘놓고 휘두르게 하는 '자신감'을 심어줬는지, 8년 정도 각종 시위현장을 취재한 나의 눈에도 '저러다가 한 명 크게 잘못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압 방법이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머리를 방패에 맞은 시위자들은 고목이 쓰러지듯 힘없이 픽픽 쓰러졌다. 이런 장면이 시위에 익숙치 않은 주민들의 눈에는 충격적으로 보였는지, 그날 저녁 '한 주민이 경찰에 맞아 죽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일부 흥분한 주민들이 잘못 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낮에 봤던 장면들을 떠올리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시간 동안 병원 응급실과 현장을 뛰어다니고, 서울 본사에 연락해서 경찰서 등에 확인해볼 것을 요청하는 등 한때 <오마이뉴스> 편집국은 사망자의 존재를 확인하느라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다행히 그날 저녁 사망자는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당시에는 '시위현장에서 힘 한번 제대로 쓰겠나' 싶은 나이 많은 주민들까지 방패와 몽둥이에 맞아서 머리에 피를 흘리며 병원 응급실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심각해진 오늘의 '부안사태'를 키워오는데 경찰의 과잉진압, 특히 방패를 이용한 공격이 한 몫을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방패를 이용한 경찰의 과잉진압이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자, 지난달 26일 경찰청은 고무테두리를 보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처음 경찰들에게 지급될 당시에는 고무테두리가 붙어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가지 이유로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고무테두리가 사라진 방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방패에 고무테두리를 두르게 하는 조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위진압 과정에서 흥분한 경찰들이 여전히 방패로 시위자의 얼굴이나 머리를 공격한다면, 지금과 같이 피흘리며 실려나가는 부상자의 발생을 막지는 못할 것이며,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항한 과격시위만 양산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