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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3일 오전 11시30분 야 3당 총무회담이 열리고 있는 국회 운영위원장실 앞. 정의화 한나라당 수석부총무가 홍사덕 총무를 따라왔다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정 부총무는 기자들에게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재의결하고 국회를 정상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말을 풀어놓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기자가 정 부총무를 향해 대뜸 그동안 국회 등원을 거부해온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정 부총무는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말은 안 맞는다"며 "그동안 내년 예산안 등을 검토하거나 의견을 듣는 등 활동을 계속해왔다"고 반박했다.

정 부총무는 그러나 "사실 의원직 사직서를 냈기 때문에 세비는 반납하는 게 맞다"는 다소 의외의 답을 내놨다. 게다가 그는 "8일 동안이고, 1인당 (반납해야 할 세비가) 약 200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면서 "오늘 의원총회에서 발의하고, 의원들의 동의를 얻으면 세비를 빼라고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자들이 다시 "의원총회에서 어떻게 동의를 구하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부총무가 보고를 하고 박수를 유도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내놨다. 즉석에서 나온 발상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임을, 이어진 그의 답변에서 알 수 있었다.

"반납 절차를 알아봤지만 국회법상 의원들이 세비를 반납해도, 반납한 세비를 받을 곳이 없더라. 그래서 당 대표에게 세비를 맡기고, 연말이니까 각 방송사에 나눠서 내도록 하면 될 것이다."

"8일간 세비 3억원 반납해야" 의총에서 말도 못 꺼내

지난달 25일 한나라당 의원 149명중 148명이 최병렬 대표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권한을 위임했다. 의원들은 다음날부터 전원 국회 등원을 거부했다. '상습 당론 위반' 혐의로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당원권이 정지된 김홍신 의원만 유일하게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따라서 4일 국회에 등원하는 한나라당 의원 148명은 공식적으로(?) 지난 8일간 국회의원으로서의 '업무'를 보지 않은 셈이 됐다. 정의화 부총무의 말대로라면 한나라당 의원 148명은 지난 8일간 국회의원으로서 받은 세비 2억9600만원(148×200만원)을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정 부총무의 '참신한' 발상은 의원총회에서 말 한 번 꺼내보지 못한 채 그대로 묻혀 버렸다. 홍사덕 총무는 의원총회 직전 기자와 만나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정 부총무의) 취지는 참으로 아름답지만, 지금은 그런 세세한 문제를 논할 때가 아니다"고 난색을 표했다.

반면 정 부총무의 '세비 반납' 주장을 전해들은 김홍신 의원은 "의미가 있는 주장"이라며 환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의원직 사직서를 국회의장이 아닌 당 대표에게 맡긴 것은 처리되지 않을 것을 알고 쇼를 한 것"이라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다른 의원들을 성토했다.

김 의원은 특히 "그동안 방탄국회를 얼마나 많이 했느냐"며 "이번 세비뿐만 아니라, 그동안 했던 방탄국회 기간만큼의 세비도 함께 반납해야 한다"고 한 발 더 나갔다.

한나라당의 국회 등원 거부 등 장외투쟁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한나라당의 특검법 관철 주장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떠나 국민은 국회 마비 사태를 바라지 않았다. 자신들이 낸 소중한 혈세로 무려 148명의 국회의원이 사직서를 낸 채 '놀고 먹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로 인해 국회는 새해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을 또 넘겨야 했다. 내년 예산 편성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국민 생활이다. 또 다시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입게 됐다. 국민들은 국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라도 내야할 판이다.

올 연말 각 방송사는 매년 그랬듯이 불우이웃돕기 모금 현황을 생방송으로 중계할 것이다. 성금을 낸 명단에서 최병렬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148명의 이름도 보고싶다. 본래 3억원이지만 여러가지를 판단해 조금 더 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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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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