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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을 산을
어떻게 혼자 넘나
우리 둘이서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중국,7세기-


첫장을 열면 이 싯구가 먼저 한눈에 들어온다. 함께 걸어가는 인생도 힘이 드는데 혼자서 인생이라는 험준한 산을 넘는다는 것은 더 힘든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가치있는 삶을 살기 원했고, 또한 그렇게 실천적으로 살았던 스코트와 헬렌. 아흔 둘에 스코트는 그의 마지막 책 <문명과 그 너머>를 마쳤고, 50권이 넘는 책을 남겼다. 스코트와 헬렌이 공동 집필한 책들과 개개인이 집필한 책들은 그들의 사상과 삶을 통해 실천적으로 보여준 살아있는 책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과 나, 사람, 문명사회와 그 대안적 삶의 제시를 보면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하며 자기 성찰의 계기를 부여해주리라 믿는다. 글의 행간마다 쉼표를 찍으며 진지하게 생각케 한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는 스코트와 53년 동안 함께 살아온 헬렌이 그가 죽은 뒤 8년의 세월이 지난 뒤(87세)에 쓴 책이며 개인적인 수상록이다. 이들 부부가 쓴 책 <조화로운 삶>으로 널리 알려진 두 사람의 삶은 참으로 그들의 글과 삶의 일치를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그들 부부의 러브 스토리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부러움과 질투마저 느끼면서 읽어야 했다.

스코트는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인생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단지 생활을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 있고 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허바드는 그가 쓴 <건강과 부,1908.>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정말 가치 있는 것을 얻게 해주고, 사람의 상상력으로는 더 보태거나 더 낫게 할 수 없는 세가지 습관이 있다.그것은 일하는 습관, 건강을 관리하는 습관, 공부하는 습관이다. 당신이 만약 남자이고 이러한 습관을 가진데다 같은 습관을 가진 여자의 사랑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여기에서 천국에 있는 것이며, 여자 쪽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헬렌과 스코트, 이들 부부는 참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산 부부다. '부부로서 당신들의 공동 관심사는 무엇입니까?`하고 묻는 물음에 대한 헬렌의 답변은 이렇다.

"우리가 언제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사람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을 알고 있고, 그이의 의견과 행동을 존중합니다. 우리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고, 또 서로 다른 관심사가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의 적성을 존중하고 그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같이 성장하지만 다양한 방면으로 우리의 날개를 펼쳐 갑니다.

스코트는 훈련받은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로서 A-B-C-D, 1-2-3-4 식으로 생각하는 매우 안정된 사람입니다. 나는 음악가로서 예술에 관계된 일이나, 그이와 견주면 비중이 가벼운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우리는 성격상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흔들림 없는 '사자' 성격이라면, 나는 이리저리 움직이는 '물고기'입니다…."


그런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조화를 이루며 오랜 세월을 함께 할 수 있었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중요한 가치관과 공통된 관심사가 많았다는 것이고 또한 그 안에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을 끝내고 메인의 집에 오면 우리는 안정된 가운데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우리는 공동으로 우리의 여행에 관한 3권의 책을 썼다…."

"충만하고 보람있는 삶을 누리는 데는 네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생존력입니다. 곧, 몸을 튼튼히 하고 기력을 보존하며 균형잡힌 감정과 민감한 마음, 직관력, 분명한 인생관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여러 행동노선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게 하는 지혜입니다. 셋쌔는 어느 만큼이 선택에 따라서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당신의 한계입니다. 넷째는, 자연의 아름다운 속에서 당신이 체험할 수 있는 조화로운 삶에 대한 자극입니다."

"...나는 스코트와 함께 사는 것이 너무도 충만한 삶이어서 부족함이나 완전하지 못함이 없었다."

"내 삶에서 태양은 오직 하나이다."


이렇게 헬렌은 고백하고 있다.

또한 스코트는 "…당신이 믿는 대로 행동하시오. 당신이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친절하도록 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헬렌 니어링을 통해 간접적으로 스코트와 헬렌의 삶을 접할 수 있는데, 그들이 영향력을 미친 그 위대한 업적이나 이론보다는 그들의 삶 그 자체에서 더 큰 감동을 얻는다. 말년에 스코트가 헬렌에게 했던 말이 뭉쿨한 감동으로 가슴에 와닿게 했다.

"당신과 함께 있어서 좋았소… 당신은 매우 훌륭한 동료였소. 매우 사랑스러운, 정말 만족스러운 삶이었소. 이보다 더 나을 수는 없을거요.좋고 또 좋았소…."

그리고, 그는 인터뷰에서 기자가 그가 숭배해온 톨스토이와 간디 말고, 동시대인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스코트는 "헬렌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폴 발레리가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당신은 사는 대로 생각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듯이,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았고, 그 가운데서 충만한 삶을 살았다.

스코트가 백번째 생일을 맞던 날 이웃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왔는데 "스코트 니어링이 백년 동안 살아서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었다"고 씌여 있었다고 한다. 위대한 정신과 영혼의 만남과 그들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생애가 감동적이다. 통찰력을 주는 글들로 가득하다.

"건강, 책, 일 그리고 여기에 사랑이 더해진다면 운명이 주는 모든 괴로운 고통과 아프도 견딜만해진다."(19세기 미국작가이자 편집자인 '엘버트 허바드')

그들은 문명과 거리를 두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았고, 그들의 공동의 관심과 가치관, 철학과 이상을 가지고, 무엇보다도 사랑을 가지고 완전한 삶을 살았다고 감히 말한다.

"최선의 삶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선의 삶에 들어 있는 그 특유의 변할 수 없는 요소는 바로, 사랑이다"라고 헬렌은 말한다. 스코트를 먼저 보냈지만, 영원히 함께 있다고 말한다. 영혼이 불멸하듯이.

"…나는 몇 사람의 위인 옆에서 살아왔지만, 스코트 니어링만큼 사랑하거나 숭배한 사람은 없었다.(헬렌은 젊었을 때 6년간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이었다.) 그이는 나와 함께 한 삶의 모든 세세한 점에서 스스로 높은 이상과 조화를 이루었으며 자신의 우주와 운율을 맞추었다. 그 이는 위대하고 포용력 있는 영혼이었다. 그런 사람과 반세기 동안 함께 산 것은 참으로 좋은 삶이었다. 우리는 경험과 느낌의 풍요로움을 공유했으며, 그것은 우리 스스로 선택한 단순한 삶 속에서 그 깊이를 더해갔다"라고 헨렌은 말하고 있다.

책을 통해 위대한 정신과 삶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인가. 위대한 삶은 아닐지라도, 이 책을 통해 삶의 통찰력과 지혜를 얻으며 또한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좋은 시간을 만들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보리(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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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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