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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전 5시 50분
오전 5시 50분 ⓒ 김민수
언제 보아도 늘 싱그러운 일출.

일출 앞에만 서면 오늘 하루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두근거림이 충만하게 몸 구석구석에 퍼진다. 그 장엄한 어둠을 물리치는 저 아름다운 고요함과 잔잔함과 따스함과 싱그러움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오전 5시 59분
오전 5시 59분 ⓒ 김민수
그렇게 붉어지는 동쪽 하늘을 바라보기를 10여분, 홍시처럼 붉은 해가 둥실 떠오른다. 어떤 사람은 바다를 배경 삼아 일출을 보는 것이 평생 소원이라고도 했다. 결국 평생을 살면서 그 꿈을 이루지 못해 사랑하는 부인이 영정으로나마 남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는 아련한 이야기가 있다.

미안하다. 그리고 동시에 고맙다. 남과 비교해서 고맙고, 미안하고, 감사한 것은 아니다. 누구도 그렇게 평생의 소원을 이루지도 못하고 세상을 등졌는데, 누구는 일출을 보고 있으니 손가락질을 할 일도 아니다.

오전 6시 - 시간에 따라 바다의 색과 하늘이 미묘한 차이를 줍니다. 사진상으로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오전 6시 - 시간에 따라 바다의 색과 하늘이 미묘한 차이를 줍니다. 사진상으로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 김민수
목회를 잠시 쉬면서 경기도 근방에서 농사를 일년 여 지은 적이 있다. 주말이나 연휴가 되면 외곽으로 나가는 차량들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30여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때로는 1시간 30분을 더 길거리에 버려야 했다.

맨 처음에는 솔직히 화가 났다.
'아, 누군 일하러 가는데, 팔자 좋게 놀러들 가는구나.'

그러나 이내 그것이 얼마나 속 좁은 생각이었는지를 깨닫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지금 저 차를 타고 여행을 가는 저 사람은 어쩌면 일년 내내 쉬지도 못하고 일하다가 겨우 1박 2일 휴가를 얻어 올해 처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거야. 그리고 저기 저 가족은 몇 년만에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지.'

그러자 마음이 풀렸다.

'그래, 오랜만에 휴식을 위해 떠나는 저 사람들이 먼저 가도록 나는 천천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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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강아지풀
갯강아지풀 ⓒ 김민수
일출의 화려한 장관을 보며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있다 땅을 본다. 나 혼자만 일출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온 자연도 함께 일출을 맞이하고 있었음을 보게 된다.

'강아지풀이구나, 너도 일출맞이 나왔냐? 지난밤에 무섭지 않았니?'
반가운 듯이 바닷바람에 살랑살랑 꼬리를 흔든다.

무릇
무릇 ⓒ 김민수
'아이고, 무릇 너도 일출맞이를 나왔구나.'

하나 하나 작은 들꽃들에게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누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 것만 같다.

'미안하다. 오늘은 조금 서둘러야 하거든.'

요즘은 밤이 조금 길어졌다. 밤이 길어져서 새벽예배를 마치고 일출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밤이 짧을 때에는 새벽예배를 마치고 바다에 나가보면 이미 해가 중천에 떠있었기에 한 동안 일출다운 일출을 보지 못했었다.

애기달맞이
애기달맞이 ⓒ 김민수
들꽃들이 일출을 맞이하는 모습은 모두 아름답다. 그 중에서도 애기달맞이꽃이 일출을 맞이하는 모습은 백미다. 밤에 피는 달맞이 꽃, 그러나 달이 지고 해가 뜰 무렵에도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청아한 꽃잎에 이슬을 송글송글 맺은 채로 화들짝 피어있다.
얼마나 예쁜지….

으아리
으아리 ⓒ 김민수
해안가에는 요즘 으아리꽃이 한창이다. 고개를 삐쭉 내밀고 꽃이란 꽃은 다 화들짝 기지개를 피며 일출을 맞이한다.

일출,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잔잔하고 새롭다. 욕심이겠지만 일출을 볼 때마다 일출과 같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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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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