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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김민수

소쿠리에 가지, 방울토마토, 동부, 호박, 찰옥수수를 우리 식구가 오늘 저녁 먹을 만큼 거두어 보았습니다. 방울토마토는 4개밖에 안되니 내가 양보를 하면 우리 식구들 하나씩 먹을 수 있을 것이고, 동부는 밥에 넣어 먹으면 꿀맛일 거고, 호박은 후라이팬에 지글지글 지져서 간장을 찍어 먹으면 맛있는 반찬이 될 것이고, 가지는 쪄서 갖은 양념을 골고루 해서 오몰조몰 무쳐놓으면 될 것이고, 찰옥수수는 후식으로 먹으면 오늘 밤 심심치 않을 것 같습니다.

ⓒ 김민수

"애들아, 옥수수 따왔다."
"와, 아빠 그런데 오늘도 립스틱 짙게 바른 옥수수 따왔어?"
막내가 쪼르르 달려와 옥수수를 봅니다.
"아자, 립스틱 옥수수, 진짜 맛있는 옥수수!"

찰옥수수가 완전히 여물기 전에 땄더니 붉은 기운이 도는 게 마치 붉은 립스틱을 짙게 바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에 막내에게 "용휘야, 옥수수가 빨간 립스틱 바른 것 같지 않니?"했더니 막내가 '립스틱 옥수수'라고 이름을 붙여준 것입니다.

ⓒ 김민수

오늘은 립스틱옥수수만 딴 것이 아닙니다. 완전히 검게 변한 찰옥수수도 있습니다.
"용휘야, 이건 흑가면이다. 정의의 흑가면 옥수수."
"우와! 누나들 나와봐. 오늘은 아빠가 흑가면 옥수수, 립스틱 옥수수 따왔다."
신이 나서 소쿠리를 들고 뛰어 다니는 막내의 모습을 보며 행복이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아빠, 나 오늘 립스틱 하나, 흑가면 하나 먹을게."
"그래, 하나님이 잘 키워 주신 것이니까 맛있게 먹고 건강하게 자라거라."

ⓒ 김민수

한창이던 방울토마토는 제철이 지난 탓인지 익은 것이 많지 않습니다.
더 두었다가는 떨어질 것 같아서 익은 것만 따보았더니 식구는 다섯 식구인데 달랑 4개입니다. 하나씩 먹으려면 하나가 부족하니 제가 양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입니다. 정말이지 내가 심어 키운 것을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 김민수

동부는 콩보다 까기가 쉽지 않더군요.
다 익은 다음에 따야할 지,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을 하다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얘야, 마르기 전에 따서 밥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
정말 맛있게 생겼습니다.

오늘 거둔 것들은 이리보고 저리 보아도 못생기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겉과 속이 모두 알찬 것 같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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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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