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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 근처의 바다에서 바라본 일출
성산일출봉 근처의 바다에서 바라본 일출 ⓒ 김민수
새벽예배를 마치고 나니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일출의 광경, 볼 수만 있다면 참으로 아름답겠다 생각을 하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일출 보고 새벽어시장에 가서 오징어하고 생선이나 조금 사옵시다."
만원 한 장을 달랑 호주머니에 넣고는 집을 나선다.

종달리 앞바다는 썰물때가 되어 너른 모래사장을 드러내 놓았다. 햇살 맑은 날 너른 모래사장에서 조개를 캐는 아낙들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 삶의 고단함이 묻어있는 듯해서 쓸쓸하기도 하다.

기대했던 일출을 보지는 못했지만 안개에 가려진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듣는 파도소리는 밤새 거북했던 속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듯 하다.

멸치를 소금과 버무리는 아악들
멸치를 소금과 버무리는 아악들 ⓒ 김민수
일출을 본 뒤 성산포 새벽어시장을 찾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고깃배는 많이 들어오지 않았고, 배에서 내려진 멸치에 소금을 버무려 멸치젓을 만드는 아낙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아, 저렇게 멸치젓이 만들어지는 구나.'

성산포 어시장의 적막함이 만선의 꿈이 좌절되었음을 보여준다.
성산포 어시장의 적막함이 만선의 꿈이 좌절되었음을 보여준다. ⓒ 김민수
배에서 내려지자마자 소금과 함께 드럼통에 담겨지는 멸치들은 오랜 시간 삭고 또 삭아 멸치젓으로, 액젓으로 우리의 식탁에 오를 것이다.

새벽 이른 시간에 땀을 흘리는 아낙들의 땀방울을 우리의 식탁에서 대하는구나 생각하니 이른 시간 이마에 송글거리는 땀을 닦아내며 일에 열중하는 아낙들의 땀방울이 고맙기만 하다.

소금에 버무려져 드럼통에 담겨진 멸치
소금에 버무려져 드럼통에 담겨진 멸치 ⓒ 김민수
어느덧 드럼통에는 소금과 함께 버무려진 멸치들이 하나 둘 채워진다. 수많은 드럼통이 멸치의 아릿한 비린내를 풍기며 새벽어시장의 장승처럼 우뚝 서있다.

멸치철인가보다 생각하며 어부들의 모습을 본다.

"많이 잡으셨어요?"
"잡긴, 뭘잡쑤꽈?"

물어본 사람이 무안할 정도로 퉁명하게 쏘아붙이는 어부의 말에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라고 물으려던 다음 말은 목젖을 타고 내려가 버린다.

담배연기를 깊이 빨아 '후!'내쉬는 한 숨은 지난 밤 먼바다에서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는 의미인듯 하다.

제주산 갈치
제주산 갈치 ⓒ 김민수
고등어
고등어 ⓒ 김민수
경매에 들어가기 전 나무상자 안에 고기들이 정렬된다. 시간은 6시 30분인데 아직 배가 덜 들어온 것인지 아니면 다 들어왔는데 저 정도인 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밤새 수고해서 저만큼 밖에 안 된 것이라면 기름값도 안나올 터다.

뱅코돔(?),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뱅코돔(?),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 김민수
정갱이
정갱이 ⓒ 김민수
나무 상자 안에 담겨진 고기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마치 일렬로 줄을 서서 자신의 경매차례를 기다리며 "높은 가격 쳐주소!"하는 듯 하다. 낚시바늘에 몸이 상한 것들과 잡어는 따로 선별되어 시장 뒤편에서 싼값에 판매를 한다. 바로 먹을 것이라면 상처가 조금 있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으니 만원에 오징어 다섯 마리와 고등어 세 마리, 돔 다섯 마리와 이름 모를 잡어를 두 마리 얹어서 산다.

ⓒ 김민수
아이들 아침상에 올리려고 오징어와 고등어를 손질하면서도 내내 마음이 무겁다.

수고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왜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지, 신문지상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만큼의 돈이 아무렇지도 않게 억억거리는데 경매 때 많아야 만원도 못 받는 생선 한 상자를 장만하기는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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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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