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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신나는 기분을 노래로 표현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잔뜩 기대에 부푼 병아리들이 '떡볶이'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예쁜 목소리에 그들의 흥겨움이 잔뜩 묻어있다.

떡볶이를 먹을 때 입이 화끈화끈
그래도 맛있는 떡볶이
친구들과 같이 모여 떡볶이를 먹을 때
그래도 맛있는 떡볶이!


두문포에서 우도행 배를 타고 푸른 바다를 가르며 우도를 향해 가는 길, 아이들의 기분은 최고조에 달한다.

ⓒ 김민수
두문포항을 출발한지 10여분만에 하우목동(下牛目洞)에 도착한 아이들 "선생님 갈 때도 배타고 가요?"하며 배를 더 타고 싶은 아쉬움을 드러낸다.

"그럼, 바다를 다닐 때는 배를 타고 다니죠. 음, 배를 타지 않고서 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새가 되어서 날라 와요."
"와, 신나겠는걸"

역시 유치원 선생님의 대화 술은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서빈백사로 향하는 길, 아이들이 흥겨움에 취해 꾀꼬리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날아라 새들아아 푸른 하아늘을
손잡고 나가자아 서로 소온잡고
오월은 푸르구나아 우리들은 자라안다
오월은 어린이날 우리드을 세상~


그러고 보니 어느덧 5월이 성큼 우리 앞에 있구나 번뜩 생각이 든다. 요 며칠 동안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바쁘게 지냈더니 그새 오월이 왔다.

ⓒ 김민수
동양 유일이라는 산호초로 만들어진 백사장 서빈백사. 바다를 바라보자마자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아이들은 너도나도 물로 들어가려고 아우성이다. 아직은 나들이의 초반인데 옷부터 버리고 나면 나들이 길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잘게 부서진 산호들이며, 조개며, 소라껍질을 주우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해맑은 소리와 파도소리, 눈앞에 펼쳐진 에메랄드 빛 바다. 나는 지금 가장 행복한 그 자리에 서있다.

ⓒ 김민수
서빈백사에서 나와 우도봉 맞은 편 오름에 자리를 잡았다. 오름에는 노란 민들레와 노랑벌이, 구술봉이, 너도개미자리, 제비꽃, 가시엉겅퀴 등이 화들짝 피어 아이들의 봄나들이를 축하해 주고 있다.

"애들아, 잘 있었니? 우도에도 너희들이 있구나, 반갑다!"

아이들은 벌써 오름을 오르고 뛰어내리고, 오름은 미끄럼틀이 되어 아이들의 통통한 엉덩이를 풀물로 물들인다.

점심을 먹고, 충분한 휴식과 놀이를 마친 후 우도에 있는 연평초등 병설유치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우도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한 곳에 있다.

ⓒ 김민수
연평교에 들어선 아이들은 마치 식물원처럼 꾸며진 로비와 넓은 잔디밭에 '와, 나도 여기 다니고 싶어!'를 연발한다.

제주에 이사 온 이후 종달 초등학교만큼 예쁜 초등학교를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껏 보지 못했던 예쁜 학교가 우리 동네 바로 건너편 우도에 있었다. 정성스레 가꾸어진 원예를 감상하고 아이들과 실내체육관으로 들어가 공을 던져주니 맨발로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건강함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다.

ⓒ 김민수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다. 공이 가는 곳으로 몰리는 아이들, 공을 잡기 위해 빼앗기지 않기 위해 뛰는 아이들은 하늘을 나는 새들 같다. 날아라,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들에게 우리의 꿈이 들어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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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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