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전지방국세청 감사반장이 D사로 보낸 후 회수한 질문서 원안
대전지방국세청 감사반장이 D사로 보낸 후 회수한 질문서 원안 ⓒ 심규상
국세청 세무비리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측이 D사 관련 관할 세무서로 보낸 질문서 회수 이유로 밝힌 해명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상부의 부당한 압력에 의해 질문서가 회수됐다"는 내부고발자 한씨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국세청측이 당시 D사 관할 청주세무서에 발부한 후 회수한 질문서 원안(A4용지 2매)을 입수했다.

지난 해 3월 30일자로 발부된 이 질문서에 따르면 '충북소재 D사가 특수관계에 있는 창원소재 T사의 공시지가 80억짜리 토지를 100억원에 고가 구입해 청주세무서로 하여금 시가차액 20억원에 대해서 사후 관리하도록 하고 T사 관할세무서에 계산서미발행가산세(1억원)와 특별부가세 무신고에 따른 가산세(3억 9천여만원)를 추가징수 할 수 있도록 자료를 파생해야 한다고 판단된다'며 처리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
기사
국세청 특정기업 세금감면 ' 의혹 '

즉 관련 업무규정에 따라 D사 관할 청주세무서에 사후관리를 요청하고 T사 관할 세무서에는 관련 자료를 파생토록 한 것.

그러나 국세청은 그동안 "창원소재 T사 관할 세무서로 보내야할 질문서를 청주세무서로 잘못보내 회수했다"고 해명해 왔다. 국세청이 이처럼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해온 것은 당시 질문서 자체를 불법회수 파기해 그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은 또 "부과할 수 없는 세금을 모르고 지적해 회수했다"고 덧붙여 왔으나 이는 이미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국세청은 질문서를 회수한 뒤 T사 관할세무서측에 추가징수 자료를 보내지 않고 있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8개월 뒤인 지난해말 뒤늦게 계산서 미발행가산세 1억원을 납부하도록 통보한 것.

대전지방국세청 전경
대전지방국세청 전경 ⓒ 심규상
하지만 국세청은 그나마 '특별부가세 무신고가산세(3억 9천만원)'에 대해서는 '전액 면제되는 양도만이 있는 특별부가세의 경우 가산세를 적용하지 않는다'며 납부통지를 하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법인세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는 경우는 국가기관 및 지자체 그리고 수익사업이 없는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하고 있어 영리법인인 T사의 경우 면제 대상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모든 세법 문구 "∼하여야 한다"로 통일

'특별부가세(20억원)'도 추징해야 한다는 <오마이뉴스> 보도와 관련 '감면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전액 자동면제 된다'는 국세청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국세청은 세법에 명시된 '감면신청 하여야 한다'는 표현은 훈시규정으로 절차적 요건인 감면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감면이 가능하다'고 해명해 왔다. 감면 신청이 필수요건인 경우는 세법에 '감면신청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한다'라고 규정돼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확인결과 95년 12월 29일 법이 개정돼 96년 1월 1일부터 세법상 모든 문구가 "∼하여야 한다"로 통일됐고 상속세(증여세 포함)를 제외한 모든 세목이 자진신고납부 제도로 바뀌어 감면대상임에도 신청을 하지 않으면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 경우에 한하여 감면한다"에 해당하지 않아 특별부가세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국세청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해온 경실련 이강원 시민감시국장은 "국세청이 질문서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억지 해명을 하고 있다"며 "감사권 유린과 청탁에 따른 불법세금감면 의혹이 커진 만큼 엄중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L사 관련 질문서 회수 이유도 의문
과세시한 3월, 필요조치 요구


경실련의 국세청 세무비리 의혹 제기 기자회견(지난 1월16일)
경실련의 국세청 세무비리 의혹 제기 기자회견(지난 1월16일) ⓒ 심규상
한편 천안소재 L사와 관련된 비리 의혹의 경우 97년 귀속분이 대부분이어서 올 3월이 과세시한인 것으로 알려져 필요한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천안 소재 L사의 경우 실지 거래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자료가 없고 원가 인정을 위한 증빙제시가 없음에도 18억원의 가공매입금을 비용으로 인정해 법인세 14억6800만원을 추징하고 대표자를 상여처분 하도록 질문서를 발부했으나 질문서가 불법 회수돼 청탁성 부당세금감면 의혹을 사고 있다.

따라서 이 건의 핵심쟁점 또한 거래사실 여부나 원가인정 여부 등을 규명하기 위해 발부한 질문서를 왜 불법회수 했느냐에 쏠려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정확한 질문서 불법회수 사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원가를 부인할 경우 원재료 투입 없이 물품을 생산한 결과를 초래"하고 "원가를 부인할 만한 입증자료 없이 법인세를 추징할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내부고발자 한화교(46, 전 대전세무서 감사계장, 현 경북 영덕세무서 근무)씨는 "이런 경우 입증책임이 모두 납세자에게 있고 특히 이 건의 경우 세무조사가 부실하다고 판단, (납세자에게) 정확한 소명기회를 주기 위해 질문서를 발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소명을 들은 뒤 장부 부실에 따른 추계사유에 해당되면 추계결정(認定課稅)을 통해 납세자가 억울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는 만큼 이를 따랐으면 그만"이라며 "문제는 발부된 질문서를 회수해 소명절차 등 정상적인 처리를 막은 데 있다"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