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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국세청
대전지방국세청 ⓒ 심규상
국세청이 과세 추징을 위해 발부된 공문서를 부당 세금감면을 위해 무단 회수한 뒤 고의 파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음에도 사실 확인 작업조차 꺼리고 있어 의문이 커지고 있다.

2000년 10월. 대전지방국세청 감사실은 감사대상기관인 천안세무서에 모 회사에 대한 법인세 추가 징수 필요성을 담은 '질문서'를 발부했다.

'질문서'는 감사실이 일선 세무서의 과세행위와 관련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사실확인을 위해 발부되는 문서로 일선세무서의 답변내용에 따라 과세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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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때 보내진 '질문서'에 대한 '답변서'는 끝내 받아볼 수 없었다. 발부된 '질문서'가 도중에 회수됐기 때문이다.

대전지방국세청은 '질문지 회수'와 관련 "과세가 어려운 건에 대해 질문서가 발부돼 납세자 불만이 높아 당시 감사관이 질문서 회수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처리 미숙과 부실감사 질책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감사업무에 몸 담았던 국세청 내 또 다른 직원들은 "한번 발부된 질문서를 중간에 회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설사 내용에 하자가 있더라도 답변서를 통해 과세 적법여부를 해명하면 그만"이라며 "부실감사 질책을 피하기 위해 질문서를 회수했다는 언급은 이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한화교(46. 대전지방국세청 전 감사계장, 현 영덕세무서 근무)씨도 "한번 나간 질문지는 회수할 수 없다"며 "이는 (공문서)불법 조작을 의미하는 것이고 전대미문의 범죄행위로 감사계장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 못할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질문서 회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2년 4월. 대전지방국세청 감사실이 관할 청주지방세무서에 발부된 법인세 추가 징수 필요성을 제기한 '질문서'를 또 다시 회수한 것.

대전지방국세청은 "당초부터 관할이 아니어서 발부할 수 없는 질문서인데다 부과할 수 없는 세금을 모르고 지적한 것이어서 회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전지방국세청은 지난 해말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가산세 1억원을 납부하도록 통보해 '부과할 수 없는 세금이어서 회수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게다가 당시 질문서를 직접 발부한 한 전(前) 감사계장은 "감사대상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의 80억짜리 토지를 100억원에 구입해 청주세무서로 하여금 시가차액 20억원에 대해서 사후 관리하도록 하고 상대방 세무서(창원세무서)에 자료를 파생하도록 한 것"이라며 "관할이 아니어서 발부할 수 없는 질문서라는 국세청의 해명은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한 무지의 소치"라고 지적했다.

대전지방국세청, "회수문서 찾을 수 없다"

의혹을 제기한 내부고발자 한화교씨
의혹을 제기한 내부고발자 한화교씨 ⓒ 심규상
대전지방국세청은 또 회수된 질문서와 관련해서도 "보관된 자료가 없고 문서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혀 당시 문서를 회수한 감사관이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파기했다는 한씨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한씨는 "공문서 회수와 파기는 전 감사관과 지방청장이 청탁을 받고 부당 세금 감면을 해주는 과정에서 일어난 범죄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과 대전지방국세청은 부당 압력 의혹을 규명할 열쇠인 문서 회수 이유와 행방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전지방국세청 관계자는 "당시 질문서를 회수한 감사관이 퇴직했고 관련 직원이 세무서 등으로 자리를 옮겨 조사 작업을 벌이기 어렵다"며 "아직까지는 조사를 벌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온 경실련 이강원 국장은 "질문서 회수는 합법적 감사 절차를 무시하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실례가 될 수 있다"며 "이례적 조치가 이루어진 이유에 대해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감사원이 지난 2월 4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열흘간의 일정으로 대전지방국세청에 대한 정기 감사에 착수, 제기된 의혹에 대한 감사여부와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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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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