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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석자들이 마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만장과 대형 영정을 수십개 들고 나왔다.
집회 참석자들이 마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만장과 대형 영정을 수십개 들고 나왔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마산 창동거리에 있는 두산제품인 'KFC' 앞에서 두산재벌 규탄 등의 카드를 들고 참석자들이 집회를 가졌다.
마산 창동거리에 있는 두산제품인 'KFC' 앞에서 두산재벌 규탄 등의 카드를 들고 참석자들이 집회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41신 : 18일 오후 7시>

최근 마산서 열린 집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


마산에서 모처럼 대규모의 집회와 거리행진이 열렸다. 4000여명(추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고 배달호 동지 추모와 두산재벌 규탄대회"가 18일 오후 3시부터 6시30분까지 마산 일대에서 열렸다. 마산수출자유지역 옆에 있는 삼각지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5킬로미터 거리인 창동거리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날 집회에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와 유덕상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강기갑 전농도연맹 의장, 김영만 희망연대 상임대표, 이경숙 도의원, 정동화 창원시의회 부의장이 "열사정신 계승"이라 쓴 머리띠를 매고 참석하기도 했다. 이밖에 부산 광주전남 경남 등 전국 민주노총 지역 본부장들도 참석했다.

집회는 노래패 '꽃다지'는 "노동자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노래로 시작해, 조합원 김극일씨가 고 배달호씨의 유서를 낭독하면서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되었고, 일부 여성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진주 큰들문화예술센터(대표 전민규)는 새로 만든 추모곡 "호루라기 사나이"를 불렀으며, 15분 분량의 단막극 "호루라기 사나이 배달호"를 공연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지회 박방주 지회장은 경과보고에 앞서 "고 배달호 동지는 두산중공업 한 조합원의 죽음이 아니다. 전국에서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노동자의 피가 들끓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장기파업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18일 보석으로 풀려난 임병섭(47)씨. 임씨는 첫 공판을 받던 9일 오전 재판장에서 변호사를 통해 '분신자살' 사건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고, 오후에 고 배달호씨가 그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임씨는 그 소식을 듣고 울었으며, 뒤에 유서를 읽고서도 많이 울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장기파업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18일 보석으로 풀려난 임병섭(47)씨. 임씨는 첫 공판을 받던 9일 오전 재판장에서 변호사를 통해 '분신자살' 사건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고, 오후에 고 배달호씨가 그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임씨는 그 소식을 듣고 울었으며, 뒤에 유서를 읽고서도 많이 울었다고 털어놓았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참가자들은 대형 영정을 앞세우고, 이어 만장행렬에 이어 대형 현수막을 들고 참석자들이 행진을 벌였다. 오후 6시경 창동거리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마무리 집회를 갖고, 화형식을 가졌다. '근조-두산재벌'이라고 쓴 관에 두산중공업의 깃발을 씌워 불을 질렀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두산재벌 규탄" 등의 구호가 적힌 스티커를 들고 나와 관심을 모았다.

경찰은 거리행진을 방해하지 않았다. 거리행진은 편도 3차선 도로를 가득 메워 진행되는 동안, 경찰은 안전선을 그어 보호하기도 했다. 마무리 집회 때 한 경찰관이 화형식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는 현장이 시위 참가자들에게 발각되어 현장에서 경찰관의 필름이 압수 당하기도 했다.

유덕상 위원장 추모사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인 '분신대책위' 유덕상 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현 정권과 두산재벌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5년간 김대중 정권과 천민자본가들에 의한 노동탄압이 극심했다. 정권과 자본은 한 통속이 되어 악랄하게 이 땅 노동자들을 탄압해 왔다. 배달호 동지는 분신이란 극단적인 방법으로 산화해 갔다."

유 위원장은 "늙은 노동자 배달호 동지의 눈을 보라"면서, "너무도 순수하고 강직하며 우울한 저 눈동자를 보라"고 호소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과 아내가 있다. 부모는 자식이 먼저 죽으면 땅에 묻지 않고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고, 처자식들에게 큰 아픔을 안겨준 이유는 하나다. 그것은 '더러운 세상, 이 악랄한 두산재벌'을 세상에 폭로하는 것이었다."

그는 또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면서, "그는 20년 넘게 다닌 민주광장에서 분신했다. 거기서 우리를 지켜볼 것이다. 이 땅 1300만 노동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자본으로부터 탄압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가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고 간 것"이라 말했다.

유 위원장은 15일 새 정권인수위원회와 가진 면담 내용을 설명하면서, "배달호 동지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두산중공업의 노동탄압이 발생하지 않도록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 "대통령 당선자는 과거 인권 변호사였다. 지켜볼 것이다. 이 사건의 처리 결과를 보면, 노 정권의 성격이 밝혀질 것이다. 제2, 제3의 희생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권영길 대표 추모사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오전, 당 중앙위원회 회의를 창원대에서 연 뒤 집회에 참석했다. 권 대표는 추모사에서 먼저 두산재벌을 규탄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두산재벌은 페놀 독극물을 낙동강에 흘러보내 이 땅의 천만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대표는 '두산재벌의 해체'를 주장했다. "요즘 우리 사회에 재벌개혁 이야기를 많이 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재벌개혁을 약속한 바 있다. 두산재벌은 개혁 대상이 아니라 해체되어야 한다. 누가 해체할 것이냐.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해체해야 한다."

권 대표는 다소 과격하다고 할 수 있는 '사법부 해체'를 주장했다. "이 땅의 법은 가진자의 법이다. 사법부는 재벌과 자본가의 꼭두각시다. 손해배상소송을 제기만 하면, 받아들인다. 사법부를 전국노동자들의 단결로 해체해야 한다."

권 대표는 "김대중 정권을 규탄해야 한다"면서, 17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미 상공인과 외국 기업인을 만나 한 발언을 규탄했다. "노무현 당선자가 어제 외국 기업인들을 만나 뭐라 했나. '대기업 노조가 강경하다'고, '강경 때문에 해고가 자유스럽지 못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사화합과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입장이 두산재벌을 버티게 하는 거다. 노 당선자가 농민과 노동자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대항쟁에 직면할 거라 경고한다."

창동거리 마무리 집회 모습.
창동거리 마무리 집회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마산 삼각지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 해고자들이 상복을 입고, '근조-두산재벌'이라 쓴 각을 들고 차먹하기도 했다.
마산 삼각지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 해고자들이 상복을 입고, '근조-두산재벌'이라 쓴 각을 들고 차먹하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마산 창동거리 앞에서 집회 때 모습. 두사제품인 'KFC' 앞에서 '불매운동' 스티커와 고 배달호씨의 대형 영정을 들고 서 있는 모습.
마산 창동거리 앞에서 집회 때 모습. 두사제품인 'KFC' 앞에서 '불매운동' 스티커와 고 배달호씨의 대형 영정을 들고 서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마산 삼각지공원에서 열린 '두산규탄대회'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있는 권영길 대표(왼쪽)와 추모가를 부르고 있는 노래패 '꽃다지' 모습.
마산 삼각지공원에서 열린 '두산규탄대회'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있는 권영길 대표(왼쪽)와 추모가를 부르고 있는 노래패 '꽃다지'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큰들문화예술센터는 단막극 "호루라기 사나이 배달호"를 공연했다.
큰들문화예술센터는 단막극 "호루라기 사나이 배달호"를 공연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18일 마산 추모집회에는 '관'과 대형 영정이 선을 보였다.
18일 마산 추모집회에는 '관'과 대형 영정이 선을 보였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18일 마산 집회에는 '두산제품' 불매와 '박용성 회장 공직사퇴' 등의 의미를 담은 스티커가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18일 마산 집회에는 '두산제품' 불매와 '박용성 회장 공직사퇴' 등의 의미를 담은 스티커가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40신 : 18일 오후 1시30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 양당 공동조사단 구성 제안하기로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단장 이덕우, 변호사)을 꾸려 활동하기도 한 민주노동당은 18일 오전 창원대 봉림관에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위원회 회의를 열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진상조사단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노동당 중앙위는 또 자체 진상조사단에서 파악한 결과보고서와 향후 계획을 바탕으로 빠른 시간 내에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또 민주노동당은 "두산그룹의 한국중공업 인수과정에서 특혜 비리를 조사하여 정치 쟁점화"를 하기로 하고, 당 기획위원회에서 "두산중공업 민영화 과정 특혜 비리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또 민주노동당은 "가압류와 손배청구 등 사법적 노동탄압에 대한 법률적, 제도적 대책" 마련과 정권 인수위에 이를 제안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두산 제품 불매운동과 두산 관련 시설 이용거부 운동을 당 차원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창원대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오후 3시부터 마산 삼각공원에서 열리는 대규모 추모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18일 오전 보석 결정이 내려진 두산중공업 노조 감사 임병석씨는 출석한 뒤 바로 3시에 열리는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 해고자들이 17일 퇴근자들에게 촛불시위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며 서 있는 모습.
두산중공업 해고자들이 17일 퇴근자들에게 촛불시위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며 서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39신 : 18일 오전 11시10분>

노조 회계감사 임병섭씨 보석으로 풀려나


지난해 47일간 장기파업 때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되었던 두산중공업지회 회계감사 임병섭(47)씨가 18일 보석으로 풀려난다. 창원지방법원 형사12단독 오경미 판사는 18일 오전 임씨에 대한 보석(보석금 500만원) 결정을 내렸다.

임병섭씨는 지난해 장기파업과 관련해 업무방해로 6월 22일 영장이 발부되어 11월 24일 체포되어 수감되었다. 지난해 12월 12일 기소되어 올해 9일 창원지방법원에서 결심공판이 열렸으며, 2월 23일 선고공판이 예정되어 있다.

'분신대책위' 한 관계자는 "고 배달호씨가 유서에서 법의 판결을 비난한 적이 있는 속에 구속되었던 노조 간부가 보석으로 풀려나 의미가 크다"면서, "조합원들이 더 단결된 힘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38신 : 17일 밤 8시30분>

한국노총도 '대책위' 참여 논의, 18일 마산서 대규모 규탄집회


고 배달호(50)씨가 분신자살한 창원 두산중공업 현장에는 9일째인 17일 저녁 7시30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분신대책위'는 고 배씨가 분신한 장소가 물에 씻겨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에는 천막을 쳐놓고 주변에는 모래주머니를 동원해 물이 흘러 들지 않도록 해 놓았다.

한국노총도 두산중공업 노조간부 고 배달호(50)씨 분신사망사건 '대책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이번 사건이 전국 노동계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노총 유재섭 상임부위원장은 17일 두산중공업 노조 사무실을 방문, 관계자들에게 이같은 뜻을 전달했다.

유 상임부위원장은 "이미 한국노총 중앙위원회에 대책위 참여 문제를 제안해 놓았다"면서, "개인적으로 대책위에 참여해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8일 규탄대회 = "노동열사 고 배달호 동지 제1차 범국민추모와 두산재벌 규탄대회"가 18일(토) 오후 3시 마산 삼각공원에서 '분신대책위' 주최로 열린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대형 현수막과 대형 영정, 만장 등을 배치할 예정이다.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는 18일 오전 창원대에서 회의를 열 예정이며, 오후에는 이들 모두 규탄대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노래패 '꽃다지'가 추모공연을 하고, 추모시 낭송, 유서 낭독, 추모 율동, 대회사, 추모사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집회를 마치면 신세계백화점 앞을 출발해 마산 창동거리에서 마무리 집회를 열 예정이다.

"분신 외 다른 사망 원인 의심 여지 없어"
사체 검안 원진병원 양길승 원장 견해

▲ 양길승 원장
ⓒ오마이뉴스 윤성효
고 배달호(50)씨의 일부 유가족들이 타살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사체 검안에 참여했던 의료 전문가가 "분신에 의한 사망으로 외상 등 다른 사망원인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해 '분신자살'로 판명이 날 것으로 보인다.

원진병원 양길승 원장은 사체검안보고서를 '분신대책위'에 보내면서, 이같이 밝혔다. 양 원장은 "시신의 상태는 휘발성이 강한 물질을 몸에 끼얹고 불을 붙여 몸이 앞 뒤가 큰 차이 없이 화상을 입었고, 구두를 신은 부위를 제외하고는 전신이 비슷한 정도로 화상을 입어 화상에 의한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

머리 뒤의 피멍에 대해 양 원장은 "사망과는 직접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망한 추에 계속 불 타서 옷은 타서 바람에 날아가고 일부만 남았고, 온 몸의 수포 흔적은 살아 있는 상태에서 화재를 입은 것으로 확인되고 대퇴부 파열은 사후 화재가 계속되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

시신의 자세는 "하늘을 보고 누워 양팔을 조금 벌리고 무릎을 구부리고 다리를 벌린 자세"였으며, 피복은 "옷은 배꼽 아래쪽에만 일부가 덜 탄 채 물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금 남아 있고 양 팔목에도 타고 남은 옷 등이 조금 남아 있고 양말은 일부가 타고 남았고 구두가 신겨져 있었다"고 양 원장은 설명.

또 양 원장은 사건 직후 노조에서 촬영한 사진을 검토한 결과, "고 배달호씨가 불의 열 때문에 여기저기 뛰어 다닌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신 현장 주변에서 발화물질을 부었다면 옷에서 흘러내린 용액의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자동차에서 시신이 있는 곳 주변 어디에도 그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

또 "고인의 차 앞 좌석에서 강한 휘발성 액체의 냄새가 진동하였다고 하고, 분신 현장에는 발화성 용액을 담았을 용기가 보이지 않아 분신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나 차량 안에서 몸에 뿌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양 원장은 "고인의 차량이 출근해서 들어오는 방향이 아니라 발화물질을 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인이 근무하던 공장에서 오는 방향에 서 있던 것도 그러한 추정에 들어맞는다"면서, "노조에 의하면 고인이 근무하던 부서(보일러공장)에서 최근에 페인트작업을 하여 시너 같은 발화물질이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16일 현장에서 부검을 실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1주일 안으로 부검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 윤성효 기자

분신 노동자 부검결과 발표 현장/ 박민국PD
외상이 없고 피부에 수포가 확인된 것이 결정적 증거로 제시됐다.

부검 결과 어떻게 = 갖은 우여곡절 끝에 16일 실시한 현장 부검 결과, '분신대책위'측 참관인들은 '분신자살'이란 결론을 내렸다. 양길승 원진병원 원장은 "외상이 없고 피부에 수포가 확인됐다"면서, "생존 당시 분신한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일부 유가족들이 타살의혹으로 제기한 머리 부위 피멍에 대해 양 원장은 "귀 뒤쪽에 1센티미터 정도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난 것 같다"면서, "피부 수포, 목안 화상과 그을음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분신한 것"이라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부검 결과를 1주일 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한편 장례절차와 시신 소유권, 배상합의 문제 등에 있어 유가족들 간에 다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고인의 형제들은 빨리 장례를 치르기를 바라며, 미망인이 김창근 금속노조 위원장에게 한 위임장이 무효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분신대책위' 윤인섭 변호사는 "장례절차와 시신 소유권, 배상합의 등의 권한이 부인과 자녀에게 있다"면서, "그동안 회사와 일부 유족들이 동의 없이 위임장을 작성했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

불매운동 대상 제품 = '분신대책위'는 주류와 외식식품, 의류, 출판, 수입품 등 전 품목에 걸쳐 불매운동 대상 제품을 선정했다. ▲주류(산소주, 그린, 라믹스, 뉴그린, 산송이, 청하, 수복, 설화, 국향, 군주, 마주앙, 설중매). ▲외식식품(햄버거 와퍼, KFC, 트위스터, 종가집 김치, 카페라테, 카푸치노). ▲의류(POLO, GUESS, DKNY, Mickey Club), 유리(파카글라스, 파카크리스탈). ▲출판(두산백과, 두산출판, 두산인쇄, 동아전과, 소녀 졸업, GQ 코리아, VOGUE KOREA, 리더스 다이제스트). ▲수입품(VOLVO S80, 월풀). ▲기타(두산타워, 연강홀, 두산베어스, 인지질, 두산 배합사료, 식물 성장제 'LPE') 등.

45대 대형 버스 앞에 직원들이 촛불을 들고 서 있다.
45대 대형 버스 앞에 직원들이 촛불을 들고 서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37신 : 17일 오후 6시30분>

사건 발생 9일째 저녁, 첫 '촛불시위' 마련


두산중공업 노조 간부 고 배달호씨의 분신사망사건 9일째인 17일 저녁퇴근 시간을 맞아 사건발생 이후 처음으로 '촛불시위'가 열렸다. 두산중공업 노동자광장과 보일러공장 등에서 촛불시위가 열렸다. 이는 조합원들이 고 배달호씨를 추모하고, 그동안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조합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다.

'촛불시위'는 17일 오후 6시부터 30분간 열렸으며, 노동자광장에 일렬로 선 45대의 대형버스 앞에서 열렸다. 두산중공업지회는 양초 500여개를 준비했으나, 퇴근자 800여명이 모두 '촛불시위'에 참가해 양초가 모자랐다. 지회 관계자는 "저녁 시간 퇴근자는 관리직도 많고 비조합원도 많다. 그런데 모두 참가해주어서 고맙다"면서, "모두가 고 배달호 동지가 직원을 대신해서 죽었다는 인식을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촛불시위'에 앞서 사회자는 "월드컵 기간에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두 여중생의 죽음을 촛불로 살려냈듯이, 이번 고 배달호 동지의 거룩한 죽음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촛불시위를 열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시 낭독에 이어 박방주 지회장은 애절한 목소리로 "고 배달호 동지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고 말했다. 이어 고인이 남긴 유서가 낭독되자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두산중공업 내 '촛불시위'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퇴근 시간을 이용해 매일 열린다.

'노동열사 고 배달호 동시 분신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분신대책위)는 18일(토) 오후 3시 마산 수출자유지역 후문 삼각공원에서 "고 배달호 열사 추모와 두산재벌 규탄집회"가 열린다. 이날 집회는 민주노총 차원으로 열리며,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전국 노동자대회"라 할 수 있다. '분신대책위'측에서는 3000여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회사 안팎으로 '투쟁 열기'가 높다. 회사 내에서는 연일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다. 경남지역 8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모인 '경남대책위'는 회사 입구에 수십개의 추모 현수막을 걸어놓고 있다. '경남대책위'는 창원과 마산 사이인 봉암교 입구에서 두산중공업에 이르는 4킬로미터의 도로 변에 현수막을 걸 예정이다.

두산중공업 노주 간부 분신사망사건 9일째인 17일 오후 노조 사무실에서 전국금속산업연맹 중앙집행위 회의가 열렸다.
두산중공업 노주 간부 분신사망사건 9일째인 17일 오후 노조 사무실에서 전국금속산업연맹 중앙집행위 회의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회사측 "제2 희생 우려", 노조측 "희생 막기 위한 투쟁"

두산중공업 노조 간부 고 배달호씨 분신사망사건 9일째를 맞아 회사측에서 "제2, 제3의 희생 사태가 우려된다"고 하자 노조측은 "제2, 제3의 희생을 막기 위한 투쟁"이라 반박하는 등 사건투쟁과 전망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회사측, 신변보호 요청 = 회사측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15일 노사협의 석상에서 있었던 김창근 금속노조 위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김종세 부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장례절차와 유가족 위로 문제가 가장 시급한데도 노조측은 오직 지난해 불법·폭력파업 면책만 제기하고 있다"면서, "노조측은 부검절차로 끝난 만큼 더 이상 불행한 사태를 좌시하지 말고 장례절차 협의 등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대책위에 요구했다.

김종세 부사장은 "김창근 위원장이 15일 노사간 협의 석상에서 몇 명이 더 죽어야 회사가 정신을 차리겠느냐면서 회사에 협박하는 등 조합원 집회에서도 스스럼없이 이런 말을 한다"면서, "현재 8일째 6명의 조합원이 단식하고 있는 바, 혹시라도 김창근 위원장의 제2, 제3의 희생자 운운이 이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여 향후 더 많은 희생을 주장하고 있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김 부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측은 시신을 담보로 불법·폭력파업 면책만 주장하면서 제2, 제3의 불행한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면서, "노조측은 더 이상 불행한 사태를 좌시하지 말고 사태해결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두산중공업은 상황을 봐가면서, 단식에 돌입한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을 회사에 상주시키기로 했다.

또 회사측은 두산중공업 본관 앞에서 열린 노동단체 소속 노동자들의 대규모 집회에 대해, "외부 노동단체에 국가기간산업이 흔들린다"고 주장했다. "조문을 구실로 회사 내에 들어온 이들은 2000여명의 두산중공업 직원이 근무하는 본관 앞에서 확성기로 파업을 선동하고 구호를 외치는 등 30여분 동안 업무를 방해하며 시위를 벌였다"는 것.

회사측은 "9일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1주일 동안 연일 혁신 정치가와 노동단체 소속의 노동운동가들이 두산중공업 내에서 집회와 농성을 벌이는 등 올 봄 춘투를 앞두고 이번 사태를 발환으로 투쟁 동력을 모으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규정했다.

노조측, 희생 막기 위한 투쟁 = 회사측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노조측은 "이 싸움은 제2, 제3의 희생을 막기 위한 투쟁"이라면서, "합리적인 노사관계가 국가기간산업을 키운다"고 밝혔다. '노동열사 고 배달호 동지 분신사망대책위원회'(이하 분신대책위, 위원장 유덕상 민주노총 직무대행)는 "회사의 보도자료와는 달리 이미 두산중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분신대책위'는 "13일부터 단식에 들어간 해고자들은 해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고자복직을 요구하면 분신한 고 배달호 열사에게 죄송함으로 느껴 스스로 단식에 들어갔다"면서, "빈소 주변에는 직장 동료들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신대책위는 "고인에 대한 예를 지키며 지역에서 조문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타살의혹'을 제기하며 시신을 빼내가려 언론 플레이를 하는 등 계속해서 본질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분신대책위'는 "두산재벌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언론플레이를 중단하고 고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으로 고인이 소망하는 '본질적 문제'를 풀기 위해 직접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분신대책위'는 "이번 투쟁은 오히려 국가기간산업은 물론 대외신인도에 도움이 되도록 합리적이고 평등한 노사관계를 되찾자는 투쟁"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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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을 읽고 그를 따라 간 노동자
사진으로 보는 분신자살 노동자 고 배달호씨

▲ 고 배달호씨가 생전에 동료들과 함께했던 모습들.
고 배달호씨는 '호루라기 사나이'로 알려져 있다. 두산중공업 보일러공장 조합원들을 대의원 조회와 점심 집회 때 호루라기를 불며,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했기 때문이다. 미망인 황길영씨는 "빨래할 때마다 호주머니에서 호루라기가 나왔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탓에 두산중공업 보일러공장 입구에 걸려있는 현수막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휘익~ 어리. 빨리 안 모이고 뭐하노?-열사의 호각 소리가 귓전에 맴돕니다"라는 문구다. 그만큼 다른 공장보다 그와 일했던 조합원들의 단결력은 컸다. 노조 간부들은 보일러공장은 유독 조직력이 강했던 것으로 평가한다.

금속노조 김정호 교선실장은 "두산중공업 민주노조의 버팀목"이란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렸다. 김씨는 누구보다 고 배달호씨와 미망인 황길영씨를 잘 아는 사이인지라, 그가 동료와 미망인의 이야기를 듣고 쓴 이 글은 사건 직후부터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호루라기 사나이'라는 별명 이야기도 김씨가 정리해 놓은 글에 들어 있다.

노조 간부들은 고인은 철야농성, 출근투쟁에 한번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성실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조 지침은 칼날같이 지켰다고 알려져 있다. 박방주 지회장은 "어느 누구보다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고, 사업장에서도 열심히 했기에 그의 죽음이란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다들 친 형제의 죽음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지회 조통부장 남궁성민씨는 "형님을 생각하면서, 유서를 복사해 가슴에 품고 다닙니다. 그리고 만약 장례를 치른다면 신문 기사 등 형님의 죽음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함께 묻어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해고자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은 모두 다 자기를 대신해 희생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단조공장 최호경씨는 고 배달호씨를 오래 전에 만났던 기억을 갖고 있다. "80년대 말 단조공장에 파견되어 함께 일했다. 늘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노동자 스스로 나서서 자기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이틀전인 7일, 구속자 면회를 간 것이 끝일 줄 몰랐다."

고 배달호씨는 <전태일 평전>을 읽고, 동료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조합원 원두희씨는 고인이 80년대 말 <전태일 평전>을 주면서 읽어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들추어냈다. 그러면서 "형님이 죽은 장소도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보일러공장 직원들이 출퇴근할 때 늘 다니는 길을 죽음 장소로 택했다. 죽기 전에 구속자를 면회까지 하면서, 만날 사람은 다 만난 것이다."

보일러공장 김건형씨도 고인과 유별난 인연을 갖고 있다. 주변에서는 그 둘을 '실과 바늘'에 비유할 정도다. 그는 지난해 장기파업 때 부상을 입어 후유증이 남아 휴직하고 서울에서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가 '비보'를 전해 듣고 달려와 빈소를 지키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18일 분신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조합원들의 파업찬반 투표 참여가 낮아 투표 참여를 독려하다 휘발유를 온 몸에 끼얹고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마침 주변에서 이를 발견하고 미리 막았기에 큰 참변은 없었던 것이다. 자신도 '분신'을 시도한 적이 있기에, 이번 사건을 접한 그의 마음은 더 아픈 것이다.

"당시 형님이 뭐라 했냐 하면, '왜 쓸데없는 생각하느냐. 살아서 싸워 꼭 이기자'고 했다. 그랬던 형님이 어떻게 이를 수 있단 말인가"라고 김건형씨는 말했다. 김씨처럼 고인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남아서 빈소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미망인 황길영씨는 사건 발생 후부터 해고자 방에서 지내고 있다. 해고자들의 가족들이 와서 함께 지내기도 한다. 황씨는 남편과 추억을 묻는 말에,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본 기억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랬다. 유서를 보고 나서 남편의 뜻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남편은 그동안 내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지금은 흔들림 없이 남편의 뜻을 따를 수 있는 것이다." 미망인 황씨는 마지막으로 "노동자 공원묘지에 다니고 하더니 결국 자기도 갔네요"라고 말했다. / 윤성효 기자

고 배달호씨가 공장에서 일할 때, 제주도 여행갔을 때, 동료와 함께 했을 때 모습(왼쪽부터)
고 배달호씨가 공장에서 일할 때, 제주도 여행갔을 때, 동료와 함께 했을 때 모습(왼쪽부터)

고 배달호씨의 생전 모습들.
고 배달호씨의 생전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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