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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본사 사옥
KT본사 사옥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KT의 이같은 부당 영업행위로 인해 일부 지방에서 운영되는 소규모 인터넷 사업체들이 고사위기로 내 몰리고 있다.

28일 KT와 하나로통신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0월부터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엑스포아파트 4000여 세대 주민들을 상대로 초고속 통신망 제품인 'VDSL(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 스페셜'을 정가(5만원)의 절반 가격인 2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같은 가격 공세와 함께 KT는 기존 초고속 통신망을 해지하고 자사의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2~7만원 정도의 위약금도 대신 물어주고 있다. 이어 신규 가입자들에게 쌀20kg 1포대를 구입할 수 있는 상품권과 모뎀임대료도 12월말까지 면제해주고 있다.

엑스포 아파트 105동에 살고 있는 박아무개(주부)씨는 "지난 11월 초 KT에서 전화를 걸어와 자사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쌀과 상품권 등의 상품을 주겠다고 했다"면서 "기존 초고속 통신망을 해지 후 위약금을 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만 보내주면 무통장 입금을 통해 보상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공급하는 E사 관계자는 "KT는 자사 유선전화를 통해 고객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인터넷 속도 등 제품의 차이를 잘 모르는 주부들을 상대로 경품 등으로 현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지금은 좀 뜸해졌지만 지난 9월 KT의 판촉 공세가 시작된 이후 3개월 동안 약 100여가구가 KT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B업체 관계자는 "KT는 진난달 28일 통신위원회로부터 '불공정 거래' 혐의로 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이같은 부당 영업 행위를 계속하면서 통신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통신위가 부과한 과징금 4억원은 가입자 1만5000명의 한달 사용료도 안 된다"면서 "KT 같이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사업자가 이같은 솜방망이 처벌을 무서워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대전 지역에서 KT의 부당 행위가 적발됐지만 이중 처벌 논란이 있어 '엄중 경고' 정도로 처리했다"면서 "KT의 부당 영업 행위 건에 대한 추가 조사나 처벌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KT, 위약금 보상 ·상품권 등 물량공세

KT가 이처럼 무차별적인 '덤핑' 공세로 엑스포 아파트 지역에서 '가입자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ADSL과 VDSL이란?

ADSL(비대칭 디지털가입자회선)

ADSL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인터넷 붐과 함께 통신속도가 문제되면서 부터다. ADSL은 전화국과 각 가정이 직접 1:1로 연결되며 전화국에서 사용자까지 데이터가 내려가는 하향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최저 1.5Mb 이상의 고속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로 사용자로부터 전화국까지의 상향 신호는 상당히 느리다. 따라서 상하향이 같은 대칭형 서비스가 아닌 비대칭형 서비스라고 불린다.

VDSL(초고속 디지털가입자회선)

VDSL이란 초고속인터넷 기술의 일종으로 ADSL을 이을 차세대 기술이다. 데이터를 전송하는 속도는 기존 ADSL과 큰 차이가 없으나 내려 받는 속도는 10배 이상 빨라 대용량 파일을 주고받거나 VOD(주문형 비디오)방식으로 고화질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는데 적합하다. 단점은 전화국에서 3km 이상 떨어진 곳에서는 제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 공희정 기자
KT는 현재 국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45.6%를 점유하고 있지만, 유독 대전 엑스포 아파트에서만 지역 벤처기업인 E사에 밀려 점유율 10%대에 불과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곳 엑스포 아파트의 초고속 인터넷 시장 50%를 차지하고 있는 E사가 KT를 누르고 있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빠른 인터넷 속도 때문이다.

E사의 한 달 사용료는 3년 약정 기준으로 22000원으로, KT의 5만원(스페셜 기준)에 비해 절반 이하이다. 인터넷 전송 속도 역시 E사는 초고속 통신망에 랜(LAN)을 사용하기 때문에 100메가의 빠른 속도를 나타낸다. 반면, KT는 최신 상품인 VDSL도 13메가를 넘지 못하며,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은 3메가 정도의 전송속도를 보이고 있다.

E사 고위 관계자는 "KT가 아무리 민영화 됐다지만 벤처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조그만 시장에 이런 무차별적인 영업 방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면서 "정정당당하게 영업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부당한 방법을 통해 가입자를 모집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KT 홍보실의 이길주 팀장은 "ADSL의 후속모델인 VDSL을 보급하는 과정에서 기존 업체들과 벌이는 선의의 경쟁일 뿐"이라면서 "시장에서 선호하고 있는 제품이 선택받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KT의 몸집 불리기, '공룡본색'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시장에서 KT의 이같은 영업 전략에 관련 업계는 비상에 들어갔다. VDSL과 같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초기 시장에서 KT에 밀릴 경우 이를 만회하기 어렵다는 데 따른 것이다.

하나로통신 본사로 활용되는 동작국 사옥
하나로통신 본사로 활용되는 동작국 사옥
특히 KT의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한 몸집 불리기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하나로통신.

지난 9월 중순 이후 VDSL에 대해 집중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KT는 11월 현재까지 약 6만여명의 VDSL가입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로통신은 이들 중 상당수가 하나로통신의 ADSL 가입자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로통신의 한 관계자는 "2%대였던 월 평균 해지율이 KT가 VDSL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10월 이후 4.4%로 급증했다"면서 "해지율을 놓고 보면 약 6만여 명의 하나로통신 가입자들이 추가로 빠져나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순증 가입자도 올 상반기 10만명이던 것이 9월 들어 5만명으로 급격하게 감소하더니 10월, 11월에는 각각 2만 5000여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나로통신이 KT의 VDSL 사업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하나로통신의 텃밭인 아파트 단지에 KT가 VDSL을 집중 공급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까지 KT에 밀릴 경우 그렇지 않아도 경영난에 허덕이는 하나로통신으로서는 마지막 보루까지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KT가 지난 10월 중순까지 VDSL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 단지 수는 벌써 전국적으로 588개에 달한다. 발주물량만 22만3000회선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하나로통신의 초고속인터넷 '하나포스' 고객을 타겟으로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는 게 하나로통신측의 주장이다.

하나로통신의 두원수 이사는 "현재 ADSL로도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 이용에 전혀 지장이 없음에도 KT가 VDSL사업을 후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아파트 지역에 치중하고 있다"면서 "이는 1조 2000억에 이르는 ADSL 투지비용의 원가도 뽑지 못한 '경쟁사 죽이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KT 홍보실의 이길주 팀장은 "VDSL영업 초기 아파트를 집중한 것은 어느 특정 업체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면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제공하는 영업전략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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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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