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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이수호, 이하 전교조)은 8월 27일 홈페이지(http://eduhope.net)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올 2학기(9월)부터 시행을 추진하고 있는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그 시행시기를 최대한 미루고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전교조가 제시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문제점은 다음 세 가지로 집약된다.

▶ 잦은 정책변경으로 인한 예산낭비와 학교 현장의 혼선 초래
▶ 충분한 검증과 보완 작업 없는 시행 결정
▶ 우려되는 개인정보 유출 및 교육활동의 계량화

8월 셋째 주와 넷째 주를 전후하여 여름 방학이 끝나면서, 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 소식과 관련하여 학교 현장은 큰 혼란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자가 속해 있는 학교에서도 지난 19일 개학과 동시에 교무부장, 교육정보부장, 학교생활기록부(CS) 담당 교사 등 3명의 교사가 3일 동안 학급 담임 업무와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교육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현 김대중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워 추진하고 있는 전자정부 구현의 일환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새 시스템 구축 비용 730여억원을 비롯하여 각 시도 교육청이 부담하는 자체 예산과 각종 인건비, 연수비와 부대 비용까지 합친다면 수천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지난 여러 해 동안 수천억원의 엄청난 예산을 들여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CS(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되기도 전에 또 다시 엄청난 예산을 들여가며 추진하고 있는 이 제도에 대해 많은 불신과 혼선을 보이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무려 14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구축했던 기존의 CS시스템은 오는 9월부터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 동안 전국의 모든 교사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해 입력하였던 내용이나 운영에 따른 부대 비용까지 따진다면 그 손실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

이 시스템 도입과 관련하여 일선 교사들의 분노섞인 의견들이 이미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 '묻고 답하기'->'교육정보화' 코너를 채우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관련 의견 발췌

* 8월 26일자 게시물(게시자 임아무개 교사)

저는 일선학교 교사(교육정보부장)입니다. 지역교육청(시.군교육청)에서 교육을 받고, 학교에 와서 전달 연수를 하였습니다... 솔직히 업무 내용도 자세히 알지도 못합니다...

질문1. 정확한 시행 시기?
교육하는 강사 선생님은 9월이다... 10월이다... 시행 시기가 정확하지 않고... 원칙은 9월이다... 등 정확히 말씀을 못하시고... 시행에 따른 지침 등은 아무것도 내려오지 않고.

* 8월 26일자 게시물(게시자 이아무개 교사)

전국단위 행정정보시스템 2003년 시행을 강력히 건의합니다
CS/SA와 병행처리, 9월부터 시행.... 문제가 엄청납니다. 일선학교의 고통이 너무 엄청납니다.

* 8월 25일자 게시물(게시자 정아무개 교사)

무엇 때문에 완벽하지도 않은 시스템을 억지로 2학기부터 적용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 실적을 남기기 위해서 라면, 언론과 정치권에 민원을 제기해서라도 실적을 위한 무리한 업무추진은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 8월 23일자 게시물(게시자 정아무개 교사)

8월 22일자 지침에 의하면 고3은 기존대로 CS를 이용하고 1, 2학년들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으로 운영이 된다고 하던데요, 그렇게 되면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는데...

가령, 교무 일지 같은 경우 전체 학년의 자료가 있어야 제대로 출력이 되거든요..123학년 전체의 출결상황과 시간표, 월중행사. 교사 근태 등의 자료가 입력되어야 제대로 운영이 되는데 1, 2학년과 3학년이 따로 분리되어 작업을 한다는게 말이 안되는 것 같은데요...

교무일지 뿐만 아니라, 포상대장, 각종 증명서... 서로 연계되지 않은 부분이 없는데, 어떻게 분리해서 운영을 하라고 하시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둘 다 제대로 운영이 될려면 둘 다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결론 밖에는 안나오는데요...

26일이 개학인데, 27일까지 연수한 결과를 공문으로 보내라고 하시고, 이렇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자체 연수를 해야하니 너무 답답하네요...
이렇게 현장 교사들이 느낀 점과 겪는 고충을 충분히 고려하는 교육인적자원부라면 이 시스템 도입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 이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행정 편의주의, 정보전산화 만능주의에서 비롯된 잘못된 판단이다.

이에 전교조는 충분한 검증을 통해 추후 보완 작업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한 다음 시행을 결정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과 '기존 CS 시스템'을 당분간 병행 운용하기로 한 방침에 따라 자료를 변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갖가지 오류들은 고스란히 교사들의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전교조에서는 학생 개인 신상 및 정보에 대한 전산화 작업은 무엇보다 '교육활동에의 유용성'을 기준으로 그 내용을 선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판단 없이 교육행정편의를 기준으로 학부모의 직업, 학력, 휴대전화번호까지 입력해야 하는 것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학내 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교육 활동 중 수치화하기 곤란한 것이 많다. 시스템에 입력된 내용이나 수치만으로 해당 학생을 바라보는 것은 창의적인 교육 활동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교육 현장의 정보화 시스템 도입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학교 단위도 아니고 전국 단위이기 때문에 그 오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대해 다시 면밀하게 검토하고 그 도입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는 11월 6일 치러질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교생활기록부 등 대입 전형자료를 입력할 계획이었던 교육인적자원부도 새 시스템 도입에 대한 혼란을 우려, 고3 학생의 교무, 학적업무를 기존 CS 시스템으로 처리하기로 공문을 통해 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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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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