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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강원도의 한 중학교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학부형이 동료교사와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아들을 체벌한 교사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폭행을 가해 전치 10일간의 상해를 입힌 학부형은 곧 폭행 혐의로 구속되었다.

수업시간 중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 등 수업 태도가 좋지 않았던 학생의 엉덩이를 막대기로 서너 대 가량 때린 후 교무실로 따라오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학생이 교실에 있는 책상과 의자를 어지럽히는 과격한 행동을 보였고, 그 때문에 교무실에서 뺨까지 얻어맞은 학생은 그대로 집으로 가버렸다고 한다. 결국 그와 같은 행동이 아버지를 구속시킨 불씨가 된 것일까.

학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지나친 폭언이나 체벌을 가했다는 이유로 교사를 폭행하는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정부 입장에서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같은 무모한 행위는 교권을 짓밟고 교육 붕괴를 가속화시키는 저해요인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교사는 학생에 대한 지도와 수업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맡고 있다. 바람직한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체벌을 가해야 하는 부득이한 상황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체벌이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도한 교육효과보다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가능한 규정에 의한 체벌 방법을 시도하려 하지만, 체벌과정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학생 태도와 체벌을 가하는 교사간에 서로 다른 감정 대립으로 때로는 과잉 체벌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아들이 당한 체벌 때문에 학부모가 달려와 교사를 폭행해야 하는 이러한 교육현실은 자칫 학교라는 곳이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르치는 폭력학습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치 못하게 한다.

1998년부터 학교에서의 체벌이 금지되고, 그로 인해 체벌의 횟수가 줄어든 만큼 가정에서 학부모가 그 역할을 대신하여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통한 사회화로 자기 통제력을 발달시켜줘야 한다. 그러나 가정에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점차 사회문제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올바로 지적하고 깨닫게 해주는 것으로도 신체적 체벌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체벌을 빙자한 비인격적인 방법은 점차적으로 일반적인 폭력행위로 확대, 전이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의 폭력이나 비행은 '자기통제력' 발달에 따라 지배되는 것으로 이러한 자기 통제력은 가정교육을 통해서 조절이 가능하다. 가족 구성원 중에서도 아버지에 의한 가정폭력을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아이는 그렇지 않는 아이보다 폭력을 더 많이 행사할 위험이 높다.

특히, 남학생의 행동발달에 있어서 아버지의 자기통제력, 자녀에 대한 애정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아버지의 역할에 따라 자기 통제력이 성장 또는 퇴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부모의 존재를 심어주는 효율적인 통제가 필요할 것이다.

이렇듯 아버지가 그 역할의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학생들 앞에서 폭행시범이라도 보이듯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이미 아버지로서의 자기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부모로서의 바람직한 역할을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최근 영국정부는 학부모의 폭력에 시달리는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교사를 폭행하거나 모욕하는 행위가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제 우리 정부에서도 학부모의 폭력으로 얼룩져가는 실추된 교권을 회복시키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힘으로써 더 이상의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원보호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애매한 체벌로 인해 학부형이 구속되는 난처한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아이를 학교에 맡긴 이상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하여 학교측에 책임을 위탁하는 학부모의 자세가 필요하다. 자기 통제력을 상실한 학부모의 빗나간 자녀사랑 때문에 학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정으로까지 옮겨가는 교육현장의 수치스러운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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