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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대표 박창일 신부 외 6인)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가 7월 9일(화) 김창수 민족회의 정책실장의 칼럼 “유리그릇 위의 지혜”를 시작으로 첫출발한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김창수씨 외에도, 방인철 전(前) 중앙일보 문화부장,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최민희 사무총장, 권오성 목사, 상지대 서동만 교수, 김택수 변호사, 한서대 이용성 교수, 소설가 정도상씨, 대학생 오승훈씨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다.

이처럼 다양한 구성을 가진 '13인위원회'는 일간신문을 주요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작업과 함께 칼럼 형식의 신문비평을 오마이뉴스에 지속적으로 기고할 예정이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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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에 대한 해결책을 찾거나 정책대안을 마련할 때 강경한 것이냐, 온건한 것이냐의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지혜로운 것이냐 어리석은 것이냐의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 남과 북처럼 유리그릇 위에서 대치하고 있는 듯한 불안전한 상황에서는 더 더욱 그러하다.

유리그릇 위에 함께 서 있는 상태에서 한쪽이 바늘 들고 찌른다고 도끼로 내리칠 경우 자칫하면 유리그릇이 깨져 버리는 공멸에 이를 수 있다. 최근 일부 언론은 자꾸만 도끼를 들어 내리쳐야 한다고 부추기고 있다. 이는 결코 지혜로운 대처가 아니다.

국방부는 7월 7일 서해교전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국방부의 조사결과에 따라 교전상황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분석들은 교전 직전의 상황인식과 최초보고를 비롯하여 북 경비정을 격침 못한 점, 사격중지명령의 적절성, 북한 최고지도부의 인식여부 등 군의 작전에 대한 시비를 가리는 데 모아졌다. 교전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한 분석이다.

하지만 서해교전 이후부터 줄곧 ‘왜 강력보복을 하지 않았느냐’는 투로 지면을 달군 조선일보의 그 뜨거운 열기(?)는 서해교전 조사결과에 대한 7월 8일과 9일자 보도에서도 식지를 않았다.

“김정일의 치밀하게 계획된 도발”, “김정일 책임론 비껴간 국방부 발표”, “잘못된 햇볕정책이 부른 참사”

조선일보의 보도는 서해교전의 결과 발표에 대한 다른 신문들의 보도태도와 크게 비교가 된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교전상황과 의문점들을 분석했으나, 조선일보가 초점을 맞춘 것은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과 김정일 책임론이었다.

서해교전 이후 햇볕정책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보도는 공정성과 균형감을 잃었다. 그래서 조선일보가 남북관계와 안보문제에 대해서 냉철하게 분석했다기보다는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고 혐의를 두는 것이다.

국방부 발표가 있던 날 한나라당 ‘서해무력도발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도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 중앙, 동아, 한겨레, 한국, 문화 등 대부분의 신문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주장을 비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조선일보만 유독 “잘못된 햇볕정책이 부른 참사”라는 제목으로 한나라당의 주장을 5면 머리기사로 썼다. 중앙일보가 “서해도발 논란 확전” 제하의 기사(7월 8일자 4면 머리기사)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인식차이를 비교한 것에 비춰 보면 조선일보 보도태도의 문제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조선일보가 제기한 ‘김정일 책임론’ 역시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해사태에 대해서 어떤 관련성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차원이라면 이는 언론의 몫이다. 하지만 정교한 정보통신체계를 갖추고 있는 미국도 현재의 시점에서 북한이 서해교전에서 선제공격을 했다는 명백한 물증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따라서 국방부는 북한의 ‘어느 선에서 지시가 있었는지 추가적인 분석이 요망된다’고 발표했고, 이에 대한 냉철한 추가분석을 하는 것이 다음 순서일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국방부의 발표가 ‘김정일 책임론’을 비껴갔다고 몰아세우면서, 국방부가 북한의 도발을 덮어두는 경향은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내용을 군에 지시한 DJ식 대북정책의 결과’라고 비약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어떤 의도에서인지 우리 어선이 조업통제선을 넘은 것과 서해교전의 관계에 대해서도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날 발표에서 국방부는 “평소 우리 어선들이 조업구역을 이탈할 경우 북한 경비정들이 남하하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한겨레 7월 8일자).

하지만 조선일보는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과거에도 북한은 우리 어선이 조업통제선을 벗어나면 반응을 보였지만, 이번에 NLL을 침범해 해군함정을 공격한 것은 우리 어선과는 관계가 없다”고 보도했다(7월 8일자 4면 머리기사). 조선일보는 우리 어선들이 조업구역을 이탈할 경우 과거에도 북한의 경비정들이 ‘남하’했다는 사실은 쏙 빼 버렸다.

▲ 김창수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정책실장
ⓒ 희망네트워크
물론 우리 어선들이 조업경계선을 넘었다고 그것이 선제공격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어선들이 조업구역을 넘어감으로써 이를 구실로 북한 경비정이 ‘남하’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발단과 관련한 사태파악이 불충할 경우, 사건의 종합적 진실을 이해하는 단서들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교전 이전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는 것은 조선일보가 7월 8일자 7면 시론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북한을 두둔하고 김정일을 비호’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사건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냉전논리를 이용해서 덮어버리려 한다면 우리 사회에 남는 것은 백치와 같은 우둔함과 폭군과 같은 야만성뿐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 다음 필자는 홍세화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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