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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학교생활규정 예시안'을 발표했다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거센 반발사태에 직면하자, 부랴부랴 관계자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후속조치에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이를 지켜보는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율성 부재의 강제 예시 안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야심작으로 발표한 의도와 다르게, 교사와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교육 붕괴를 자초하는 부실 예고안이자,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의 대표작으로 손꼽을 지경이다.

아무리 강제성이 없는 예시안이라 하더라도 교육부의 지침을 반영하지 않을 학교장이 얼마나 될 것인지, 또한 이를 반영하지 않았을 때 체벌 사안이 발생하면 그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체벌금지 이후 일시적 부작용이 빈번히 속출하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교육풍토에 고질적으로 뿌리내린 폭력적 학교 체벌 문화를 개선하는 획기적 계기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시각에서, 이번 예시안은 학교마다 체벌기준과 내용이 달라 논란이 된 점을 감안하여 일률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자칫 교육부에서 합법적으로 학생에 대한 폭력을 용인한 것으로 비쳐져 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세계적 흐름이나 학생 인권 존중을 감안하여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교체벌'을 금지한다는 방향으로 학교장에게 그 권한을 위임하는 방안으로 제시되었다면, 교육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긍정적인 백년대계의 미래를 보여주었을 것이다.

선진 체벌문화 도입과 정착

교육환경은 사회 환경 변화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과거 학창시절의 체벌은 거의 구타에 버금가는 것으로 기억된다. 교사는 '사랑의 매'라는 명분 아래 손바닥으로 뺨을 때리고 출석부로 머리를 치거나 대걸레자루로 둔부를 때리는 등의 체벌을 감행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학부모의 태도였다. '아이들을 두들겨 패서라도 졸업시켜 달라'는 간청과 함께, 잘못했으면 학교에서 맞고 오는 것쯤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시절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이와 대조적이다. 자기 자녀에게 체벌은커녕,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손대지 못하게 할 정도로, 학부모의 체벌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지배적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때리면 경찰에 신고하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와 일선교사들간의 정책적 갈등 원인은 바로 관점의 차이다. 체벌 금지를 교권 실추의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없듯이, 이를 허용하는 것 또한 교권 회복의 지름길로 볼 수 없다. 체벌은 허용되면 남용될 소지가 있고, 금지되면 교사가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논쟁 그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러나 교육부의 합법적인 예시안의 절차에 따라 체벌할 교사가 얼마나 있을 것이며, 대체 '체벌'을 받기 위해 학부모를 대동해야 한다는 것은 학생의 인권을 배려(?)한 것치고는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결국 체벌은 잘못을 깨우쳐주기 위한 최후의 수단인 동시에 또한 제한되어야 하는 제일의 방법이다. 이에 대한 반응이 교육목적을 상실한 역효과를 낳게 한다는 결과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는, 교사는 '잘못에 대한 정당한 벌을 준 느낌'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학생은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반발심과 복수심의 충동을 느낀다는 상반된 감정 교류가 체벌의 부정적 효과를 증폭시키는 일반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경우 체벌을 통한 행동상의 일시적 교육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교정행동을 유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오히려 체벌로 인해 부적응 행동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교육부에서 KS규격마크가 새겨진 체벌도구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일부 학교에서 건전한 체벌문화 정착을 위해 시행중인 상·벌점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며 그로 인해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고 잘잘못을 반성하며 생활에 적응해가는 학생들을 통해 체벌 없는 교육환경으로 변모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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