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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 기정이 할머니가 우리집에 오셨다. 첫눈에 뭔가 좋은 일이 있어 보였다. 무슨 일인지 묻기도 전에 동네 잔치를 해야겠다며 전북대병원에 갔더니 담당의사가 동네 잔치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심전도 검사에서 이렇게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 왔냐고 반문하더라는 것이다. 동네 잔치라도 해야겠다는 담당의사의 말은 기적같은 기정이 할머니의 심장질환 치유에 대한 보증이자 확신이었다.

여러 해 심근경색증으로 고생을 하시던 분이 돌팔이 초보의사(?)인 내 부항 요법으로 두 달여만에 기적 같은 회복을 보인 것이다. 올 초 지리산 수련원에 2박3일의 대체의학 연수에 참석할 때만 해도 부항이나 쑥뜸 도구를 챙기면서 이런 것은 산골 할아버지들이 현대의료 혜택의 불모지에서나 어쩔 수 없는 대체 수단으로나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미심쩍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정정 기사문(7월6일)

항상 이곳에 올리는 글은 여러 읽는 이들의 참여로 공개 검열과정을 거치는 효과가 있어 기대가 되면서도 조심스럽습니다.

이번 부항요법 기사로 22통의 개인메일을 받았고 여러분들의 답글이 올랐습니다. 대부분 제 글의 빈곳을 채워주시는 글들이고 건강에 적신호가 있는 분이나 그 가족의 글이었습니다.

제 글에 사실관계가 잘못된 점이 여럿 있습니다. 의학적 오해와 시술상 주의가 요구되는 부분에 대해 정정하고자 합니다.

기정이 할머니의 질환은 '심근경색'이 아니고 '협심증'이었습니다. 기정이 할머니께서 어혈을 뽑아내면서 빈혈이 생겨 처방한 약재도 '나팔꽃'이 아니고 '접시꽃'이었습니다. 나팔꽃과 접시꽃이 전혀 다른 약재임은 물론이고 협심증의 심근경색으로의 혼동은 저의 큰 실수입니다.

연로하신 분에 대한 부항시술의 방법도 시술지속 시간이나 시술 간격 등에서 예민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환자의 병세나 신체적 조건에 따라 부항시술의 방법이 적절해야 효과가 커진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부항 시술이 그 부주의에 따른 부작용과 의료사고(?)의 위험이 양의처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의사선생님이신 '한상율'님과 한의사이신 '오가다'님을 비롯하여 여러분들의 지적으로 제 글의 잘못된 부분이 바로 잡혀지게 된 점을 진심으로 반기고 감사 드립니다.

두 꼭지의 제 답글이 올려져 있으나 묻혀있는 듯 하여 본 기사에 정정 기사를 올립니다.
그렇다고 일종의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7년여 이상 국선도 수련과 팔단금 등 기공수련을 해온 나는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식이요법이나 전통민족의학에 대한 믿음을 몸으로 키워왔던 터라 지리산 수련회에 참석했던 것이다.

매년 정기적으로 여나무일 간의 건강단식을 하는 나는 마음을 비우기 위한 지름길은 창자를 확실하게 비워내는 것이고 칼로리 위주의 영양학에 대해 코웃음을 치는 형편이었다.

기정이 할머니가 반신반의 하면서도 부황을 해 보겠다고 한 것은 순전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부항은 오진이나 의료사고가 원천적으로 없는 시술법이다. 혈 자리 잘못 잡았다고 탈 날 일 없고 발포가 되지 않고 어혈이 안나오면 그렇다고 문제 될 것도 없다.

처음부터 기정이 할머니는 혈자리가 잘 잡혔었다. 심장혈에 압착식 유리부황을 뜨자 금세 혈소반응이 나타났고 이틀 걸러 한 번씩 두세 시간씩 시술을 하자 발포가 시작되더니 어혈이 쏟아져 나왔다. 노르스름한 초기 어혈이 몇 컵이 나왔는지 모른다. 기정이 할아버지도 옆에서 지켜 보시면서 입을 벌리고 혀를 차셨다.

아마 세 번째 시술날이었던 것 같다. 시커멓고 끈적끈적한 콜타르 같은 묵은 어혈덩어리가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발포부위를 위생거즈로 덮고 이틀 후에 다시 열어보면 거즈가 온통 꺼먼 어혈로 굳어 있곤 하였다. 기정이 할머니가 상처의 쓰림도 잘 참아 내신 것은 보기에도 끔찍한 어혈들이 뭉텅뭉텅 나오는데 대한 시원스러움뿐만이 아니라 실제 1주일여 지나면서 현저하게 몸 상태가 좋아진데서 온 믿음 때문이라고 본다.

위장혈이나 폐혈은 신기하게도 짙은 혈소 반응만 나타나고 어혈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혈들은 사기부항을 떴다. 메칠알콜 램프를 켜 놓고 사기부황 유리부항을 번갈아 뜰 때는 나 스스로 필요 이상으로 엄숙(?) 해지는 명의가 되곤 했다.

기정이 할아버지가 감자 놓을 때 관리기를 몰고 나오셔서 밭을 갈아주신 것도 고마움에 대한 일종의 보답이라고 생각된다. 기정이네 상추밭도 아예 우리 텃밭이 되어버렸고, 기정이네 냉장고에 든 반찬들이 무시로 우리 밥상에 오르게 된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기정이 할머니가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두 장을 들고 우리 집에 찾아왔다가 결국 되돌아 가신 적이 있는데 이후로 더 나를 극진히 대하시는 것이었다. 어의 허준을 대하는 구안와사 환자 정도는 아니라 해도 내가 시집간 딸이라도 달라고 하면 줄 정도였다. 내가 홀몸이라면 말이다.

나는 내 몸도 군데군데 부황을 떴다. 발포가 잘 안 될 때는 사혈침을 놓고 어혈을 부항으로 뽑아냈다. 죽은피인 어혈을 거침없이 뽑아낼 수 있었던 것은 실제 몸이 개운해지고 원기가 왕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지리산 대체의학 수련과 그후 몇몇 대체의학 서적을 탐독함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심천사혈요법'이라는 박남희 선생의 책이나 수련회 강사 선생이었던 양동춘 선생이 연재하시는 계간지 '귀농통문'은 내게 믿음과 용기를 주었었다.

어혈(죽은 피)을 인위적으로 빼주어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높여 질병을 치료하는 '심천 사혈요법'의 이론과 방법은 쉽고도 간단했다. 그 건강원리도 충분히 공감을 주었다. 우리 인체 구조는 혈액 순환만 잘 이루어지면 아플 이유가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기관의 기능이 떨어지고 병이 드는 원인은 '어혈'이 혈관을 막아 피가 못 돌아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머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른 것은 어혈이 어느 곳의 혈관을 막고 있느냐 하는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인체가 만병의 원인이 되는 어혈을 스스로 녹여내지 못하므로 인위적인 부항요법이 등장하는 것이다.

박남희 선생과 양동춘 선생의 설명들이다. '심천 사혈 요법'이란, 인체 스스로 제거하지 못하는 어혈을 인위적으로 빼주어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해줌으로써 인체 스스로 모든 질병을 복원 치료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의술이다.

기정이 할머니 한테서 한 건 하여 기세가 오른 나는 요즘 자꾸 동네 허약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흘깃거리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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