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창원시 가음정동 아파트 앞에서 동아일보사 영업부 직원들이 자전거를 세워놓고 구독신청을 받았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동아일보>를 구독하시면 이 자전거를 무료로 드립니다."

6월 9일 일요일 오후 3시경. 창원시 가음정동 아파트단지 입구.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자전거 10여대를 세워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이같이 외치고 있었다. '무료증정', '자전거 무료 증정'이라고 새겨진 현수막도 내걸려 있었다.

먼저 한 쪽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한 남자가 지나는 사람을 붙잡더니 건네는 말이 "자전거를 무료로 드립니다"였다. 그랬더니 붙잡힌 손님이 하는 말이 "왜 주는데요"였다. 그러자 "동아일보 보면 공짜로 줘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독계약서를 내놓았다. 그 자리에서 계약이 이루어졌고, 그 손님은 자전거를 몰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50여 미터를 지나자 역시 같은 자전거 진열이 보였다. 그 앞에 서 있는 한 여성이 기자가 타고 가는 차를 세웠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사장님, 자전거 그냥 드려요"였다. 기자는 "왜 주는데요"라고 했더니, "동아일보 구독하면요"였다.

그러면서 그 여성은 구독계약서를 내놓았다. 계약서를 작성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한 가족 일행이 나타났다. 그 여성은 가족 일행을 붙잡고는 역시 같은 말을 내뱉었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었다. 아주머니는 더 묻지도 않고 바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그 아주머니와 함께 온 초등학생은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그 여성이 다시 기자가 타고 있는 차 옆으로 왔다. 기자는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여성은 "동아일보 영업부 직원"이라 말했다. 그때 기자는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자 태도가 싹 바뀌었다.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물어보려면 동아일보사에 물어 보라"는 말뿐이었다.

기자는 자리를 뜨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성의 판촉 활동은 계속되었다. 사람들이 지나가거나 자동차가 지나가면 차를 세워 "자전거를 그냥 줍니다"라는 말로 유혹했다. 어떤 이들은 그 여성의 말이 믿기지 않는 듯 그냥 지나치기도 했다.

언론시민단체에 적발되어도 계속 판촉 활동

동아일보 영업부 소속 직원들은 1시간 전에 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관계자가 현장을 적발하고 단속을 한 뒤에도 계속해서 판촉활동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강창덕 대표는 "오늘 점심시간 무렵 제보가 있어서 현장으로 갔다.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촬영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판촉 활동을 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힘으로 저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는 기자가 현장을 목격하고 "이런 판촉 활동은 불법이잖아요"라는 말을 하며 지켜보는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판촉활동을 한 상황과 비교하면, 강 대표의 지적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구독계약서에는 몇 가지 계약조건을 제시해 놓았다. "계약취소는 3일 이내에 통보한 것만 유효하다"는 것과 "구독계약서 기재 내용 외 이면계약이나 구두약속을 무효다"라고 해놓았다.

그리고 "신문구독은 24개월 이상이어야 하며(무료기간 제외), 만일 본인 사정에 의해 24개월 수금 이전에 중지할 시는 지국 운영상 무료기간 동안의 구독료와 판촉물 대금, 판촉비를 지불해야 한다"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이날 동아일보사 영업부 판촉직원들이 내놓은 자전거는 21단으로, 영업 직원들은 시가 18만원 상당이라고 밝혔다. 자전거는 '삼천리자전거'라는 상호가 붙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오전부터 판촉 활동을 했으며, 수십대의 자전거를 세워 놓고 판촉을 했는데, 이날 오후 3시경 기자가 목격했을 때는 양쪽 모두 10여대 정도만 남아 있었다.

동아일보사/지국 관계자들 "우리는 모르는 일"

동아일보 본사와 지역본부, 지국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모르는 일'이란 반응이다. 창원 가음정동의 판촉 활동을 목격한 다음날(6월 10일) 오전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을 때 모두 "우리와 관련이 없는 일"이란 반응을 보였다.

동아일보사 고객지원부 관계자는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각 센터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다. 거기서 자체적으로 했는지는 몰라도, 자전거 판촉 문제는 본사와 관련이 없다. 만약에 법적 문제가 생겨도 마찬가지로 본사와 무관한 일"이라 답변했다.

동아일보사 부산경남본부 관계자도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영업 판촉하는 사람들이 했는가는 모르겠다. 지역본부에서 한 일은 아니다. 서울 경기지역에서 모든 신문사들이 경품을 제공하며 판촉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우리는 경품을 제공하면서 판촉은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창원지국 관계자도 마찬가지로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창원뿐만 아니라 경기도 지역에서도 같은 경품제공 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6월 8일과 9일 이틀동안 경기도 군포시 산본 신도시에서도 자전거를 이용한 동아일보 판촉 활동이 있었다. 수리동 설악아파트와 계룡아파트 앞에 5톤 트럭에 수십대의 자전거를 싣고 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신문 구독을 조건으로 자전거를 공짜로 주는 행사를 벌인 것. 또 9일 오전에는 수리동 한양아파트 앞에서도 수십대의 자전거를 갖다놓고 같은 행사를 벌였다.

민언련 조사, 지국 69.1% 경품제공

동아일보의 자전거 경품 제공 사실에서 보듯이, 신문사의 경품 제공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미디어 오늘>이 최근 조사한 295개 신문사 지국에 대한 결과가 증명해 주고 있다.

이번 조사는 5월 30일부터 6월 4일까지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국> <한겨레> 등 6개 중앙지와 <경인일보> <대전일보> <광주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등 5개 지방지를 포함한 11개 일간지 지국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조사지역은 서울 일산 분당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이다.

조사 대상 지국 가운데, 허용치인 2개월을 초과해 무가지를 제공하고 있는 지국이 265개(89.8%), 경품제공 지국은 204개(69.1%)에 달했다. 무가지 제공규정을 지키고 있는 곳은 전체 지국 중 단 30개(10.2%)에 불과했다. <조선> <중앙> <동아>의 경우, 한 곳을 제외한 전체 지국이 최고 7개월까지 무가지를 부당 제공하고 있었다.

경품제공은 조사 대상 지국의 경운, <중앙> 100%, <조선> 95.6%, <동아> 84.4%가 2만∼10만원대의 상품을 제공했다. 이는 불법으로 이 세 개 신문사가 무가지와 함께 경품경쟁을 주도한다고 할 수 있다.

<한겨레>(35.6%), <한국>(51.1%), <경향>(75.6%)도 물량 공세를 하기는 했지만, '조중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번 조사 결과, 자전거를 제공하는 신문 지국도 있었다. <동아> <세계> <경향>의 일부 지국에서 고가의 중국산 자전거를 제공해, 고가경품 경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 오늘>은 최근호에서 "<동아>는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18∼24개월 유료구독기간을 전제로 자전거를 집중 제공해 최근 신문협회 공정경쟁위원회에 200여건이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신문고시' '공정경쟁규약' 제 역할 못해

▲창원시 가음정동 아파트 앞에서 동아일보사 영업부 한 직원(등을 보이고 있는 여자)이 지나는 사람을 붙잡고 흥정을 하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오는 7월 1일이면 공정거개위원회 '신문고시' 시행 1년을 맞는다. '신문시장 정상화’를 목적으로 제정된 '신문고시'에 다음과 같이 규정이 있다.

"독자에게 경품과 무가지를 유가지 금액의 20%를 초과해 제공할 수 없다", "구독중지 의사를 표시한 독자에게 신문을 7일 이상 투입할 수 없다", "신문대금 대신지급이나 다른 간행물 끼워주기, 과도한 가격할인 등 대가지급을 전제로 거래하지 않도록 한다" 등.

또 지난해 10월 제정된 신문협회의 '공정경쟁규약'에는 "일체의 경품 제공을 아예 금지"하고 있으며 "무가지만 유가지의 20% 범위 안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고시'와 '신문공정경쟁규약’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강창덕 대표는 "신문고시의 실효성이 의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적극적인 의지도 없는 것 같다. 이런 상황 속에 경품경쟁이 또 도질 우려가 있다. 언론시민단체가 단속하는 데도 계속해서 불법 판촉을 하는 상황이고 보면 그 정도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라 말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신문고시'를 제정할 때가 생각난다. <조선 <중앙> <동아>는 사설까지 동원해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언론자유가 침해된다고 했다. '신문협회'도 마찬가지로 '공정경쟁규약'을 실시해 자율규제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강창덕 대표는 한 마디 더 던졌다. "도대체 신문 한 부를 팔면 얼마가 남길래, 18만원이나 나가는 자전거를 공짜로 준단 말인가. 많이도 남는 장사인가 보다"라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