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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괴한 신문시장>

"장사꾼이 모여서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을 시장이라 한다. 내가 처음 이 도성에 온 뒤로 맨 먼저 이 시장 골목에 들어와 보았는데, 얼굴을 아름답게 꾸민 여자들이 몸을 파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얼굴이 고운 정도에 따라 몸값이 비싸기도 하고 싸기도 하였는데, 공공연히 몸값을 흥정하면서도 조금도 부끄러워 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곳을 이른바 여사(女肆:여자 시장)라고 하였다. 참 불미스러운 풍속임이 틀림 없다.

이번에는 관청에 들어가 보았는데, 공문서를 작성하고 법을 집행하는 관리들이 뇌물을 받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뇌물로 정해지는 값은 사건의 경중에 따라 많아지기도 하고 적어지기도 하였다. 그들은 이러한 뇌물을 거리낌없이 받으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곳을 사람들은 이사(吏肆:관리 시장)라고 하였다. 이것으로 보아 법과 행정이 올바르게 시행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요즈음에 와서 또 신사(新肆:신문 시장)라는 곳을 보았다. '메이저 3사'라는 조중동 간에 신문시장 쟁탈전이 치열하여 이전부터 지국 간에 칼부림을 하는 등 온갖 험한 짓을 다 하더니, 그래도 원하는 목표를 쉬 달성할 수가 없게 되자 마침내 십여만원에 이르는 고가 자전거를 길가에 줄지어 세워놓고 "신문 한부만 보시면 자전거는 공짜"라며 소비자를 호리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해당 관청의 관리들은 모른 체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먼저 보았던 두 시장은 그 행위가 가증스러워 말할 것도 없이 엄하게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 시장은 형편이 더욱 가증스러워 역시 하루빨리 없애버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 이 세 가지 시장이 없어지지 않는 한 그 불미스럽고 가증스러운 결과가 장래에 틀림없이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포은, 야은과 더불어 '려말 3은'으로 유명한 목은 이색의 부친 이곡(李穀, 1298~1351)이 쓴 '해괴한 시장'(市肆說)을 패러디한 글입니다. "‘신문용지값’으로만 따질 수 없는 지적 상품"(조선 사설, <갑작스런 공정위 ‘신문고시’>, 2001.3.2)이라는 신문을 공짜 자전거에 얹어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해괴망측 엽기발랄한 풍경이 2002 월드컵을 치른 대한민국의 땅덩어리 안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어 그를 고발코자 한번 옮겨 본 것입니다.


▲ 언론인권센터에 시민이 제보한 사진, 자전거 위로 '신문 구독 시 증정'이란 글귀가 보인다.

들리는 말로는 신문시장의 혼탁을 부채질하고 있는 '자전거일보'가 수도권을 돌고 돌아 이젠 중부권 일대, 심지어 남도에까지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다가 대한민국 전역이 '자전거일보'로 뒤덮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신문협회는 전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 속에서 불이 이는 것은 시민들 뿐입니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일보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거대자본을 앞세워 신문시장을 제멋대로 교란.유린하고 있는 언론권력의 횡포를 마냥 이대로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공정위와 신문협회가 나서지 않는다면 시민들이라도 나서야 합니다. 제 한 몸 부풀리자고 무차별 뇌물공세를 펼쳐 온국민의 양심과 지성을 마비시키고, '자전거일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를 만들어가면서까지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만드는 조중동의 추악한 행태를 더는 묵과하거나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생각하면 자전거는 본디 건강에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자전거일보'에는 좋은 점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해악만 가득합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들어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게 합니다. 자전거를 미끼로 신문구독을 청탁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말고 아무 데도 없습니다. 행여 이런 사실이 밖으로 새 나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알게 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이 우리를 뭐라 하겠습니까? "공짜 자전거에 현혹돼 신문을 구독하다니 정말 이해못할 미개인이다"고 비웃지 않겠습니까?

둘째)온 국민을 범법자들로 만듭니다. "독자 확보 및 유지를 수단으로 신문 이외 물품, 금전, 기타 경제상 이익 등을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그를 받는 것 또한 엄연히 불법입니다. 그런데도 자전거일보의 하수인들은 그러한 사실을 알리지도 않고 온 국민으로 하여금 불법에 동참하도록 부추기고 있으니 이보다 더 큰 범죄가 어디 있겠습니까?

셋째)건전한 시장경제의 발전을 저해합니다. 공짜경품으로 소비자를 호리는 것은 불법.탈법적인 일일 뿐 아니라 시장경제의 틀을 파괴하는 불공정한 행위이자 그 근간을 뒤흔드는 체제파괴적 행위입니다. 말끝마다 체제수호를 외치는 신문사들이 남이사 망하건 말건 공공연하게 이런 일을 자행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위선적인 짓이 어디 있겠습니까?

넷째)건전한 여론형성을 방해합니다. 그렇잖아도 신문시장의 7할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조중동의 담합(?)으로 여론이 오도되고 획일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다시 자전거까지 경품으로 더해진다면, 자본력에서 열세인 마이너신문사들과 지방신문은 모조리 도태되게 될 것이요, 결국 조중동의 편향된 목소리만 홀로 메아리치지 않겠습니까?

다섯째)국민건강에도 크나큰 해를 끼칩니다. 조중동이 신문구독을 조건으로 공짜로 나눠주는 자전거는 대부분 원가가 3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값싼 중국산 자전거로, 안전도 검사도 거치지 않은 것들이 태반입니다. 1년만 지나도 녹이 심하게 슬어 더 이상 탈 수 없는 이런 고물자전거를 사랑하는 어린 자녀들이 타고 다니도록 방치하시겠습니까?

"자전거를 반납해 주십시오!"

이러한 해악들을 근절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뿐입니다. 그것은 경품으로 받은 불법 자전거를 반납하는 것입니다. 자전거를 반납하면 우선 양심이 맑아집니다. 자녀들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게 됩니다. 시민의식이 고양됩니다. 언론개혁과 신문시장의 정상화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보기 싫은 신문을 억지로 구독하지 않아도 됩니다. 경품을 조건으로 한 신문구독 자체가 불법이요 따라서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를 반납하시려는 분은 ;
- 언론인권센터(02-583-0660, Fax : 02-583-0661)로 연락하시거나 혹은,
- 언론개혁시민연대(02-732-7077, Fax : 02-732-7076)로 연락하시거나 혹은,
- 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02--392-0181, Fax : 02-392-3722)로 연락해 주십시오.

(덧글) 자전거 외 다른 경품들도 분리.수거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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