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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감자탕을 먹으며

그대에게 줄 것이 없어
감자탕을 먹으며
뼈를 발라 살점 하나 건넨다
그대는 손을 젓는다

내 살이라도 뜯어주고 싶은데
고작 돼지 등뼈에 붙은
살점이나 떼어주는 나를
그대는 막는다

나는 그대의 슬픔을 모른다
그대 안에 깃들지 못하고
저녁 구름처럼 떠나간 그대의 사랑을 모른다

늦은 저녁
그대와 마주앉아 감자탕을 먹는다
그대 옛사랑의 그림자와
감자탕을 먹는다

그대는 그대의 슬픔을 모른다
그대는 그대의 쓸쓸함을 모른다
그대 옛사랑의 늦은 저녁
그대와 감자탕을 먹으며
내 뼈에 붙은 살점 하나
그대 수저 위에 올린다


(2)상사화 피는 밤
상사화
▲ 잎이 지면 꽃이 피고, 꽃이 지면 잎이 돋아난다.
결국 잎과 꽃이 서로 보지 못하고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남녀의 애틋한 사랑에 빗대어,상사화(相思花)라고 부릅니다.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을 의미한다.


동천다려 뜰안에 상사화가 피었습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꽃은 피었을 테지만 나는 알아보지 못했었지요.
난초잎보다 탐스런 상사화 잎새들을 보고 저것들은 대체 언제쯤이나
꽃을 피울까 궁금했었지요.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고 올 봄에도 그랬습니다.
내내 잎새만 무성한 저 풀들이 상사화가 맞기나 한 것일까, 궁금했으나 그도 잠깐,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뜰 안에 알 수 없는 꽃무더기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것은 또 무슨 꽃인가.
씨앗을 뿌린 적도 없는데 어느 구근에서 피어오른 꽃일까, 내내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가을의 시간이 갔습니다.
오늘밤 뜨락을 거닐며 상사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사실을 문득
깨닫습니다.
상사화는 간데 없고 연두빛 꽃들만 한 무더기 피어나 있습니다.
저 꽃들, 저 꽃자리, 저 곳은 상사화가 머물던 자리가 아닌가.
잎새들 다 저버린 거기, 배롱나무 아래, 홀연히 상사화 한무더기 피어 있습니다.

잎 다진 뒤에야 비로소 피는 꽃.
해마다 상사화 꽃은 피고 지고, 잎새들 돋았다 시들지만 상사화의
꽃과 잎은 일생 동안 서로를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상사화라 한다던가요.
한몸이면서 서로 볼 수 없는 고통이란 대체 얼마나 큰 것인지요.
감히 그 아픔의 깊이를 나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평생을 통해 서로 만날 수 없을지라도 상사화는 결코
꽃피우고 잎 티우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을 나는 믿습니다.
광대봉 너머로 초 아흐레 달이 집니다.

덧붙이는 글 | 상사화 사진은 창원대 컴퓨터공학과 경진이네 꽃집 (http://cdcs.changwon.ac.kr/~popoo/main/main.html)에서 빌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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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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