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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시장화하다

 

.. 의약품을 좀더 높은 가격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팔 수 있는 북반구에서는 시장화할 수 있는 약물들에 대한 연구 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  《트래피즈 컬렉티브/황성원 옮김-혁명을 표절하라》(이후,2009) 147쪽

 

 '가격(價格)'은 '값'으로 다듬고, "약물들에 대(對)한 연구 개발에"는 "약물들을 연구(硏究)하고 개발(開發)하는 데에"나 "약물들을 알아내고 만드는 데에"로 다듬으며, "돈을 투자(投資)하고"는 "돈을 들이고"나 "돈을 쏟아붓고"로 다듬어 줍니다.

 

 ┌ 시장화 : x

 ├ 시장(市場)

 │  (1) 여러 가지 상품을 사고파는 일정한 장소

 │   - 수산물 시장 / 농산물 시장

 │  (2) [경제] 상품으로서의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추상적인 영역

 │   - 경제 호황으로 소비 심리가 촉진되면서 시장이 확대되었다

 │

 ├ 시장화할 수 있는 약물들

 │→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약물들

 │→ 내다 팔 수 있는 약물들

 │→ 돈벌이 될 수 있는 약물들

 │→ 돈이 될 수 있는 약물들

 └ …

 

 퍽 많은 '-化'붙이 말투를 여러모로 쓰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따로 국어사전에 안 실려 있어도 즐겨쓰고, 굳이 국어사전에서 다루려 하지 않아도 애써 쓰고 있습니다. '시장화'라는 낱말 또한 국어사전에는 안 실려 있지만 꽤 자주 쓰는 낱말입니다. 말뜻을 살핀다면 "시장이 된다"는 '시장화'일 텐데, "시장이 된다"처럼 적으면 글자수가 둘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와 같이 쓰지 않고 '-化'를 붙이는지, 아니면 사람들이 워낙 이런 말투로 이야기를 하니까 어느새 익숙해져서 이 말투를 그저 따라서 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국어사전에는 안 실린 낱말이라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를 합니다. 신문기사이든 개인 블로그이든 '시장화'라는 말마디를 곳곳에서 몹시 자주 쓰고 있습니다. "교육 시장화 저지"라는 외침말도 보이는데, "교육을 장사판으로 만들려는 일을 막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 대학이 시장화된 지는

 │→ 대학이 시장처럼 된 지는 / 대학이 장사속이 된 지는

 ├ 대만을 우리 시장화해야

 │→ 대만을 우리 시장이 되게 해야 / 대만에 우리 것을 팔 수 있어야

 ├ 사업화와 시장화 지원에도

 │→ 일을 하고 팔도록 돕는 데에도 / 일을 하고 팔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 …

 

 어느 말이든 쓸모가 있으니 씁니다. 어느 말이든 내 생각을 나타내 주니 씁니다. 토박이말이건 한자말이건 영어이건, 내 마음을 잘 담아내는 말을 힘껏 쓰기 마련입니다. 내 뜻을 오롯이 보여주는 말을 스스럼없이 쓰곤 합니다.

 

 그러면, '시장화'라는 말마디를 쓰는 분들은, 언제부터 이 말마디하고 익숙해졌을까요. 언제 이 말마디를 처음 들었고, 언제 당신 입이나 손으로 이 말마디를 꺼냈으며, 어떠한 당신 생각이나 마음을 이 말마디에 담으려고 하는지요. 당신이 읊거나 끄적이는 '시장화'가 당신 생각과 마음을 잘 나타낸다면, 당신이 읊는 말이나 끄적이는 글을 읽는 사람들도 당신 생각과 마음을 남김없이 잘 받아들이거나 읽어낼 수 있는가요. 우리는 우리 아이들한테 '시장화'라는 말마디를 즐겁게 물려주면서 우리 뒷사람들이 이 말마디로 생각하고 살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할 때가 가장 알맞거나 아름답다고 여기고 있는가요.

 

 ┌ 교육장사 가로막자 / 교육장사 그만두라

 ├ 돈잔치교육 가로막자 / 돈에 미친 교육 그만두라

 └ …

 

 한자말 '시장'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오가는 곳은 일찍부터 '저잣거리'나 '저자'가 아닌 '시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 동네 저잣거리 이름은 오로지 '신포시장-송현시장-송림시장-용현시장-숭의시장-중앙시장-화수시장'이지, '신포저자-송현저자-송림저자-용현저자-숭의저자-중앙저자'가 아닙니다. 낱말 하나만 따로 떼어낸다면 '저자'와 '저잣거리'를 쓸 만하지만, 동네이름하고 어울리도록 하는 자리에서는 '-시장'을 붙일 때만 잘 어울리는 우리 터전이 되었다고 느낍니다.

 

 모르는 노릇입니다만, 우리가 우리 말 '저자'와 '저잣거리'를 알뜰히 간수하거나 알차게 쓰고 있다면, '시장화' 같은 말마디가 뜬금없이 튀어나와 널리널리 쓰게 되는 일은 없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그러나 참말 모르는 노릇이라, 사람들이 제아무리 '저자'와 '저잣거리'를 알뜰살뜰 쓰고 있다 할지라도, 틀림없이 '시장화' 같은 말마디를 굳이 쓰면서 우리 말을 일그러뜨리는 지식인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ㄴ. 일반화되다

 

.. 새해 덕담으로 그런 내용의 인사가 상당히 일반화되었다는 것을 후에야 알았다 ..  《송두율-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후마니타스,2007) 110쪽

 

 "새해 덕담(德談)"은 그대로 둘 때가 나을지 모르겠는데, "새해 인사치레"나 "새해 한 마디"쯤으로 풀어쓰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 내용(內容)의 인사"는 "그런 인사"나 "그런 이야기를 담은 인사"로 고쳐씁니다. '상당(相當)히'는 '무척'이나 '아주'로 다듬고, '후(後)에야'는 '나중에야'나 '뒤늦게'로 다듬어 줍니다.

 

 ┌ 상당히 일반화되었다는

 │

 │→ 무척 널리 쓰인다는

 │→ 퍽 널리 퍼져 있다는

 │→ 꽤 자주 쓰인다는

 │→ 다들 쉽게 말한다는

 │→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는

 │→ 모두들 그냥 쓴다는

 │→ 모두들 자연스럽게 쓴다는

 │→ 누구나 한다는

 │→ 누구한테나 쓰인다는

 └ …

 

 자주 쓰는 인사말, 흔히 쓰는 인사말, 으레 쓰는 인사말, 손쉽게 쓰는 인사말, 이런 인사말은 어느덧 우리 삶에 뿌리를 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바이바이(bye-bye)'이지만, 이제는 '바이바이'는 영어가 아닌 우리 말로 여겨야 하지 않으랴 싶기도 합니다. '바이바이'를 이야기하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제 아무도 없다고 할 만하거든요.

 

 이 보기글을 생각해 봅니다. "새해 덕담으로 그런 인사가 사람들한테 뿌리를 내렸음을 나중에야 알았다"를 이야기하고자 하지 않았나 헤아려 봅니다. 또는, "새해 인사말로 그런 이야기가 두루 퍼져 있음을 뒤늦게야 알았다"를 말하려 하지 않았나 곱씹어 봅니다. 어쩌면, "새해 첫인사로 그런 말마디가 사람들한테 익숙한 줄을 한참 지나서야 알았다"를 들려주려고 했는지 모르지요.

 

 따지고 보면 '일반화'이든 '평준화'이든 사람들한테 두루 퍼져 있는 말투라 한다면 그대로 두자고 할 때가 한결 나은지 모릅니다. 무슨무슨 '-化'붙이 말마디이든 '-的'붙이 말투이든, 사람들 입에 익숙한 대로 쓰자고 할 때가 한결 손쉬운지 모릅니다. 알맞거나 바르게 가다듬자는 말마디보다는, 익히 써 오던 대로 쓰자고 할 때가 좋을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참으로 우리한테 알맞거나 좋은 말투란 어떤 말투일까요. 더없이 우리한테 반갑고 즐거운 말마디란 어떤 말마디인가요. 우리는 날마다 말을 하고 글을 쓰면서 우리 말과 글이 어떤 모습이요 어떤 빛깔이요 어떤 내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우리 이웃하고 동무하고 식구하고 주고받는 말글을 얼마나 곱고 알차고 싱그럽고 사랑스레 가다듬고 있습니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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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화, #화化,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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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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