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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경화되다

 

.. 그들은 그 민족적 사명을 자체 내에 유폐시키고 自高했기 때문에 그것이 내향화하여 자체 안에서 硬化되고 말았다 ..  <죽음으로 산다>(김재준, 사상사, 1975) 40쪽

 

“민족적 사명”이란, 어느 겨레가 지키거나 이루어야 하는 일을 가리킬까요. ‘자체(自體) 내(內)에’는 ‘스스로’로 고치면 좋겠어요. ‘유폐(幽閉)시키고’는 ‘가두고’로 ‘自高했기’는 ‘잘난 척했기’나 ‘우쭐댔기’나 ‘콧대만 높았기’로 손보면 돼요. ‘내향화(內向化)하여’는 ‘안으로만 파고들어’로 손봅니다. ‘자체 안에’도 보이네요. 앞에서는 ‘자체 내에’라 했는데, 여기에서도 ‘스스로’로 고쳐 줍니다.

 

 ┌ 경화(硬化)

 │  (1) 물건이나 몸의 조직 따위가 단단하게 굳어짐

 │   -  근육이 경화되다

 │  (2) 주장이나 의견, 태도, 사고방식 따위가 강경해짐

 │   - 정국 경화 / 그들의 관료주의적 경화에 대하여 평소에 품어 오던 생각

 │

 ├ 자체 안에서 硬化되고 말았다

 │→ 스스로 굳어지고 말았다

 │→ 스스로 메말라 버리고 말았다

 │→ 스스로 말라비틀어지고 말았다

 │→ 스스로 죽어 버리고 말았다

 └ …

 

단단하게 굳는 일을 가리키는 낱말이라면, 말 그대로 ‘단단하게 굳다’라 하면 넉넉합니다. 꼭 한 낱말로만 써야 하지 않아요. 한 낱말로만 써야겠다면 ‘굳다’를 쓰면 돼요. 이 자리에서는 글흐름이나 글느낌을 살려서 ‘메마르다-말라비틀어지다’를 넣어도 어울립니다. 어떤 목숨붙이가 메마르거나 굳어진다면 ‘죽은 셈’이라고 나타낼 수도 있어요.

 

ㄴ. 내면화하다

 

.. 성과와 포상이 연결되어 있음을 반복 체험하면서 성과주의를 굳게 ‘내면화’한다 ..  <일중독 벗어나기>(강수돌, 메이데이, 2007) 77쪽

 

‘연결(連結)되어’는 ‘이어져’로, ‘반복(反復)’은 ‘잇달아’나 ‘자꾸’나 ‘되풀이해서’로 다듬으면 됩니다. ‘체험(體驗)하면서’도 ‘겪으면서’로 손볼 수 있네요.

 

 ┌ 내면화 : x

 ├ 내면(內面)

 │  (1) 물건의 안쪽

 │   - 동물의 두개골 내면은 뇌의 표면 주름에 대응하는 요철면을 이루고 있다

 │  (2) 밖으로 드러나지 아니하는 사람의 속마음

 │   -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다 /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던 무한한 가능성

 │

 ├ 성과주의를 굳게 내면화한다

 │→ 성과주의를 굳게 자기 것으로 삼는다

 │→ 성과주의를 굳게 몸에 익힌다

 │→ 성과주의를 굳게 받아들인다

 └ …

 

몸이나 마음 안쪽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일이 ‘내면화하다’일까요? 그렇다면 “안으로 받아들이다”라든지 “몸으로 받아들이다”처럼 적으면 되지 않을까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라면 “속으로 삭이는” 일이기도 할 테고, 몸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라면 “버릇으로 들이거나” “버릇으로 굳은” 일이기도 합니다.

 

보기글에서는 “자기 것으로 굳게 삼다”라든지 “몸에 굳게 자리잡는다”쯤으로 풀어내도 좋습니다. “뿌리를 내리다”로 풀어도 괜찮고요.

 

ㄷ. 간소화

 

.. 그렇다고 법정에 찾아가서 낯모르는 판사 앞에 서서 죄인 심판 받듯 선서하고 결혼 증명서 떼어 받는 그런 간소화는 또 마음에 들지 않는다 .. <이민 가족>(김성혜, 주우, 1981) 163쪽

 

손쉽고 짤막하게 줄여 쓰는 일을 가리켜 ‘간소화’라는 한자말로 담아내곤 하는 우리들입니다. 군더더기를 덜거나, 꼭 없어도 될 만한 것을 빼거나 쓸데없는 것을 붙이지 않는 일도 ‘간소화’로 가리킵니다.

 

 ┌ 간소화(簡素化) : 간략하고 소박하게 됨

 │   - 행정의 간소화 / 예식의 간소화 / 규제 절차 간소화

 │

 ├ 그런 간소화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 그런 단출함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 …

 

국어사전 보기글로 실려 있는 “행정의 간소화”라든지 “규제 절차 간소화”에서는 “행정을 줄이기(단출하게)”, “규제 절차 줄임”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예식의 간소화”라면 “예식을 가볍게”쯤으로 풀 수 있고요.

 

자그맣게 할 때는 ‘자그맣다’고, 수수하게 할 때는 ‘수수하다’고, 조촐하게 할 때는 ‘조촐하다’고 할 때가 가장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가볍게 하니까 ‘가볍다’고 하고, 단출하게 하면 ‘단출한’ 셈이며, 번거롭게 한다면 ‘번거롭다’고 말하겠지요. 있는 그대로 말하는 버릇,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매무새, 있는 그대로 이웃을 맞아들이고 껴안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키워야지 싶습니다. 그래야 말다운 말을 있는 그대로 헤아리면서 쓸 수 있는 말씨를 가다듬을 수 있구나 싶어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태그:#-화, #화化,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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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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