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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것만은

 

.. 그게 마미코에게는 더욱 충격이었다 … 아무튼 이 사건이 엄마에게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  <별로 돌아간 소녀>(스에요시 아키코/이경옥 옮김, 사계절,2008) 106, 197쪽

 

 “충격적이었던 것만은”은 “충격적이었음은”으로 다듬고, “틀림없는 사실(事實)이었다”는 “틀림없는 일이었다”나 “틀림없었다”로 다듬어 줍니다.

 

 ┌ 더욱 충격이었다 (o)

 └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것만은 (x)

 

 번역동화를 읽다가, 두 가지로 쓰인 말투를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충격이었다”로 나왔습니다. 106쪽이었는데, 이 대목을 읽으면서 ‘용케 ‘-적’을 안 붙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읽다가 197쪽에 이르러 “충격적이었던 것만은”을 보았습니다. 이 대목을 보면서 ‘그래, 어쩔 수 없는 노릇이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쯤은 ‘-적’을 붙이지 않은 말씨로 알맞게 쓰기는 하지만, 두 번 세 번 잇달아서 알맞춤하게 쓰기란 어려운 듯합니다.

 

 이런 말잘못이나 글잘못은, 글쓴이나 옮긴이나 엮은이가 잘못했다기보다, 이런 말씨에 오래도록 길들었기 때문에, 저절로 튀어나온다고 느낍니다. 어쩌면, 글쓴이나 옮긴이나 엮은이 모두 글잘못이 아니요 말잘못도 아니요, 하고 생각할 테고요.

 

 늘 쓰니까요. 늘 들으니까요. 둘레에서 어느 누구도 이와 같은 말씨를 깨우쳐 주지 않으니까요.

 

 ┌ 그 일이 마미코한테는 더욱 놀라웠다

 ├ 그 일이 마미코한테는 더욱 가슴이 저미었다

 │

 ├ 엄마를 그만큼 놀라게 했음은

 ├ 엄마가 그만큼 깜짝 놀랐음은

 └ …

 

 곰곰이 헤아려 보면, 우리들은 예부터 써 온 ‘놀라다’ 같은 토박이말은 자꾸 뒤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충격(衝擊)’ 같은 한자말은 자꾸 앞으로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업신여깁니다. 우리 스스로 바깥말을 높이 떠받듭니다.

 

 우리 나라에서 우리 얼과 넋으로 우리 생각을 우리 온몸으로 일구면서 우리 꿈을 우리 스스로 이루어 나가기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다른 얼과 넋으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다른 이 손을 빌어서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매무새가 깊이 뿌리내리거나 퍼지니 어쩔 수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돈을 벌겠다고 하면서 우리 마음을 버리니, 돈을 좇으면서 우리 넋을 잃으니, 돈을 바라보면서 우리 생각을 내팽개치니 어쩔 길이 없기도 합니다.

 

ㄴ. 충격적인 패배

 

.. 정기승 대법관을 다음 대법원장으로 임명코자 했던 노 대통령의 구도는 여소야대의 새로운 국회 판도 앞에 충격적인 패배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  <그날을 기다리는 마음>(한승헌, 범우사,1991) 104쪽

 

‘임명(任命)코자’는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으나 ‘맡기고자’나 ‘쓰고자’로 다듬으면 더 낫습니다. “노 대통령의 구도(構圖)는”은 “노 대통령 생각은”이나 “노 대통령이 그린 그림은”으로 손봅니다. ‘여소야대의’는 ‘여당이 작고 야당이 큰’으로 풀어냅니다.

 

 ┌ 충격적인 패배를 맞게 되었던

 │

 │→ 생각지도 못하게 지고 말았던

 │→ 쓰라리게 지고 말았던

 │→ 쓴맛을 보고 말았던

 │→ 뒤통수를 한 대 맞았던

 │→ 한 대 얻어맞았던

 └ …

 

 크게 자극을 받거나 영향을 받는다는 ‘충격’이니까, “쓴맛을 보다”나 “한 대 얻어맞다” 같은 말로 풀어 쓰면 잘 어울립니다. 한자말 ‘패배(敗北)’를 살리고 싶다면 “생각지도 못한 패배”나 “쓰라린 패배”로 써 볼 수 있습니다. ‘충격’이라는 한자말까지 살리고 싶다면 “충격 같은 패배”나 “충격스런 패배”로 적어 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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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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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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