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보공개제도의 현재적 문제와 개선방안 : 정진임 소장 발제문 중 일부
정보공개센터
특히 정보공개 청구로 표출되는 악성 민원은 온라인 정보공개포털 사이트 개편으로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1000곳 넘는 기관에 하나의 정보공개청구서 작성으로 접수가 되는 다중청구 기능을 제한하는 등 기술적인 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는 악성 청구의 경우 정보공개법에 따라 민원으로 처리하는 등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기에 굳이 정보공개법 개정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악성 청구 여부에 대한 판단을 각 기관에 일임하고 종결 처리 권한까지 주게 되는 것인데, 결국 공공기관은 행정 편의적 관점 또는 정치적인 판단으로 부당한 종결 처리를 할 위험이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승수 변호사 역시 정보공개청구권은 헌법상 기본권이기 때문에 이를 법으로 제한하려는 시도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악성 청구, 특히 과도한 정보공개청구의 문제는 온라인 정보공개포털 사이트인
open.go.kr을 통해 접수되는데, 해당 사이트의 이용 약관을 개정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고질적인 비공개 관행, 신속하고 독립적인 구제절차 마련 돼야
한편으로 정보공개제도의 운영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비공개, 대통령실의 직원명단·업무추진비·수의계약내역 비공개 등 '힘 있는' 기관들의 고질적인 비공개 관행이 지속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들 기관은 보통의 행정기관이라면 당연히 공개되는 정보를 비공개하거나, 법원의 공개 판결에도 불구하고 공개를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공공기관의 악의적 비공개, 허위답변, 의무 불이행으로 정보공개 청구권과 알권리를 반복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을 도입하고자 하는 개정안에 대한 발의가 국회에 지속적으로 제출되어 왔다.
그러나 정보공개법상 처벌조항이 만들어질 경우 행정기관의 업무가 위축된다는 우려로 번번이 제도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권력기관의 비공개로 인한 시민들의 기본권 침해가 심각하게 반복되고 있는 만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시민사회의 전문가들은 부당한 비공개 결정에 대해 신속하고 합리적인 구제절차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민감한 정보가 청구될 경우 비공개 사유를 어떻게든 확장 해석을 해서 비공개가 결정된다면, 일반 시민인 청구인은 이에 대해 다투는 절차를 밟기가 상당히 어렵고 전문성도 필요한 분야이기에 이를 다투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부당한 비공개 결정에 대해 아무런 제재가 없기 때문에 공공기관은 비공개에 대한 무리한 해석 적용임을 알면서도 일단 비공개 결정을 해버리는 악습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보공개심판원' 처럼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구제절차 기구를 설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행정심판 절차로는 비공개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구하기 어렵다. 비공개를 남발하고 있는 대통령실을 예로 들면, 행정심판을 진행할 때 대통령비서실 또는 대통령경호실 소속의 행정심판위원회에서 비공개여부를 판단한다. 지방행정심판위원회 역시 시도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장이 도지사나 행정부지사로 돼 있는 경우가 많기에 독립적이거나 객관적인 판단을 담보할 수 없다. 행정심판에서도 특히 정보공개의 인용률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정보공개제도는 26년간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행정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해왔으나, 현재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정보공개청구의 악용사례로 인한 현장의 피로도와 권력기관의 악의적 비공개 관행은 모두 해결해야 할 쟁점이다. 양 입장 모두에서 정보공개법의 개정의 필요를 제기하고 있는 지금, 투명하고 책임있는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제도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그리고 권력기관의 정보공개 결정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체계에 대한 논의와 실행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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