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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11월 11일에 단식할거야."
"그래? 잘 생각 했다. 아무리 아줌마라도 몸 관리는 해야지. 근데 겨우 하루?"

남편이 평소 날씬한 마누라에 대한 바람이 있었는지 망설이지 않고 내 말을 받았다.

"이그! 아니, 평화단식 하기로 했어!"
"그래? …."

사회 정치적인 문제에 아주 예민한 남편이지만 선뜻 평화 단식에 동참한다는 소리에 매우 놀란 표정이었다.

이번 '파병반대 평화단식'에 1일 동참하기로 한 주인공들은 바로 '노래모임 아줌마'들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 8시면 재촉 걸음으로 연남동 조그만 연습실에 모이는 이 아줌마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만든 음반을 하나 손에 쥐고 너무 기뻐 잠을 못 이루던 평범하고, 아직도 꿈이 많은 30대 중반의 '노래쟁이'들이다.

노래가 좋고, 노래로 아이들에게 밝은 세상을 들려주고픈 소박한 심정으로 가사를 쓰고 공연을 하는 초보 가수들이 이번 연습 모임에서는 파병반대 평화단식을 주제로 삼았다. 이 캠페인에 대해 의미를 공유를 하고, 결론은 집에 가서 가족들과 상의 한 후 어떤 형태로 참여할 지 각자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로 했다.

박재원 : KYC하고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11월 11일 평화 단식 캠페인 한다는데 우리는 뭐 좀 안해요? 나는 11월 11일 단식할 건데. …1만2천원 냈어.

김지연 : 한끼에 넌 1만2천원짜리 먹냐? 역시 박재벌이야….

김영: 저는 1500원 낼게요. 사실 요즘 돈이 없어서 매끼 라면만 먹거든요.

박재원 : 아니, 의제를 꺼내는데 의의나 뭐 행동 방침은 물어보지도 않고 순 먹는 얘기야?

최은희 : 인터넷에 다 나와 있는데 뭐. 나는 애들 학교 보내야 되기 때문에 밥 세끼는 못 굶어. 저녁 한끼는 굶지 뭐. 잘 됐다…. 밥도 하기 싫은데….

정선미 : 역시 아줌마다운 무서운 발언이군. 밥을 안주려면 미리 애들한테 설명을 잘 해줘야지.

김지연 : 밥 대신 빵 먹으면 안돼냐? 농담이야. 근데 큰 일 났네. 우리 애들 한끼 먹는 양이 장난 아닌데…. 돈을 얼마를 내야 하는 거야?

박재원 : 정리하겠습니다. 각자 한 끼 굶는 것은 쉽지만 가족들이 있어서 다들 많이 어려울 겁니다. 대신 가족들과 잘 상의하셔서 어떤 방법으로 참여하실 수 있는지, 각자 우리 카페에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원래 노래하는 모임이라 이슈가 있어도 오래 얘기는 못하지만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간절했으리라 생각된다. 하루가 지나고 카페에는 가족회의 한 내용과 개인의 생각이 죽 올라왔다. 고마운 아줌마들.

복지관 어린이 용돈주기에서 때론 야학인과 장애인과 한마당을, 고 김주익 열사 추모 영상을 보고 모두 울었다는 우리 아줌마들이 이제 평화의 한 길로 나섰다.

노래모임 아줌마는 총 12명 회원, 43명의 가족이 함께 평화단식에 동참하기로 했다.

다음은 회원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남긴, '평화단식'의 결의가 담긴 글이다.

김지연(35, 거구(?) 가수) : 김지연이 굶는다면 모두들 그 뜨거운 의지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방글라데시보다 목소리가 작은 나라, 정말 싫다. 파병은 절대 반대 죽어도 반대! 맘은 이런데 잘 견딜 수 있을런지. 호기심이 많은 우리 첫째에게 엄마가 왜 오늘 밥을 안먹는지에 대해 알아듣게 설명하겠습니다.

이윤경(34, 가수) : 그날은 하나밖에 없는 다섯살 아들 생일날인데…. 아침에 미역국 끓여주고 구경만 해야 되는 상황이지만, 그게 아이에게 주는 밝은 미래의 초석이 되는 작은 실천이라 생각하며 생일선물로 주고 싶어요.

정선미(35, 가수) : 저 오만한 미국이 두 손들고 그 땅에 평화가 깃들기를! 우리가족 4명의 한끼 밥 값 2만원을 보내려고 합니다. 밥값을 개인적으로 보내나요? 아니면 아줌마 이름으로 모아서 보내나요?

이정민(38, 대표) : 파병 반대를 위한 단식을 한다고 하니 갑자기 이라크전이 한창일 때 신문에 난 기사가 생각 났습니다. 전쟁이라고 아이들을 비껴 갈리 없고, 총탄이 아이들을 가려서 발사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 한끼를 굶어 아이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면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