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17 06:31최종 업데이트 24.10.17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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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가 공개한 명태균-강혜경씨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명씨는 강씨에게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2% 앞서게 해달라"고 주문한다. 뉴스토마토

명태균발 대선 경선 조작 정황이 윤석열 정부의 정통성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조작된 여론조사로 왜곡됐다면 대선의 뿌리부터 정당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비단 국민의힘 후보 경선뿐 아니라 윤 대통령 정치 입문 후 대선 본선 때까지 실시된 명씨의 여론조사 가운데 다수가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정치권에선 명씨의 대선 시기 여론조사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선 불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의혹이 '공천 개입'에 이어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명씨의 여론조사 의혹은 크게 세 개의 시기로 구분됩니다. 첫 번째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사퇴 직후부터 국민의힘 입당 때까지입니다. 당시 명씨가 사실상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는 PNR에 의뢰해 10여 차례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모두가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윤석열과 이재명의 격차가 다른 조사보다 유난히 큰 여론조사가 종종 나와 논란이 됐습니다.

두 번째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시기입니다. 뉴스토마토가 공개한 녹음파일에서 드러났듯 명씨는 노골적으로 윤 후보를 홍준표 후보보다 2~3% 높게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 조사는 비공표조사였지만 후보캠프들과 지지층사이에 공공연히 공유되는 점을 고려할때, 조작된 여론조사가 윤 후보 여론전에 활용됐을 공산이 큽니다. '명씨 여론조사'는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까지 계속되는데, 이 시기 조사도 의혹이 제기됩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극적 단일화가 이뤄지기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명씨가 고령층 가중치를 높여 윤 후보에게 유리하게 만들도록 지시한 녹음파일이 노컷뉴스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다른 여론조사와 달랐던 '명태균 여론조사'

대선 1년 전부터 실시된 '명태균 여론조사'는 총 50건 정도인 것으로 집계됩니다. 이 가운데 윤 후보는 김건희 여사의 대국민사과 무렵 실시된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갤럽 등 규모가 큰 다른 여론조사에선 윤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1위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것과는 딴판이었습니다. 명씨 여론조사에서 사용된 ARS보다 응답률이 높은 전화면접을 하는 갤럽의 경우 대선 전 1년 동안 25차례 실시한 조사에서 윤 후보는 10차례, 이 후보는 15차례 각각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핵심은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여론조사 조작 정황을 알고있었느냐는 점입니다. 대통령실은 부인했지만 명씨가 언론인터뷰에서 '거의 매일 윤 대통령 부부와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고 주장한 것을 보면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큽니다. 명씨가 "윤석열이한테 (여론조사를) 매일보고 해줘야 돼"라고 말한 통화도 공개됐습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조작 정황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여론조작 행위의 공범으로 실정법에 저촉될 소지가 큽니다. 법조계에선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공직선거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 적용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더 구체적 혐의로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도마에 올라있습니다. 명씨는 윤 대통령 관련 여론조사에 3억 6000만원을 사용했지만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정치자금법은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명씨가 받지 못한 여론조사 비용은 정치자금으로 간주됩니다. 이 경우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대가 없이 수행한 양쪽 모두 처벌이 불가피합니다. 오동운 공수처장도 지난 14일 국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론조작 행위는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합니다. 만일 윤 대통령이 이런 조작을 알고 불법 행위에 기대어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정당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 조작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진솔하게 해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이 온 나라를 헤집고 있는 명태균의 폭로에 충격을 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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