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를 날리면 >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창비
올해 2월 MBC 사장에서 퇴임한 박성제 전 사장이 최근 <MBC를 날리면>이란 책을 출간했다. 여기에는 박 전 사장이 2012년 MBC 노조 파업 당시 해고되어 2017년 복직 뒤 보도국장과 사장을 지내면서 있었던 일과 함께 향후 한국 언론에 대한 전망이 담겨있다.
책에는 지금 상황을 해직 기자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표현이 나온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야기 들어보고자 지난 18일 서울 망원역 근처에서 박성제 전 사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출간 이후 9년 만에 <MBC를 날리면>을 내셨습니다. 9년 전과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다를 것 같은데 어떠세요?
"그때는 해직 언론인일 때고 스피커 만드는 사업을 막 시작했을 때거든요.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는 에세이집으로 제가 어떻게 살아왔고 해직 언론인으로서의 삶과 꿈을 얘기한 책이었고, 지금은 보도국장과 사장을 거쳐 공영방송사 언론인으로 퇴직해 제가 겪었던 일을 국민들 앞에 상세하게 밝히는 내용이거든요.
그때는 개인적인 삶에 대한 내용을 주로 썼지만, 지금은 MBC와 공영방송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 언론계에 대한 정권의 탄압과 압박이 너무 거세기 때문에 그거에 맞서 싸우는 언론인들에게 힘을 좀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쓴 책이라 더 좀 마음이 무겁고 또 긴장감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 왜 언론인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어요?
"예전에 싸울 때도 여러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많은 국민들이 MBC와 KBS 문제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해주셨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소위 레거시 언론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덜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후배들이 앞으로 이 싸움을 해 나갈 때 조금 힘이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게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걸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 책 제목을 왜 <MBC를 날리면>이라고 했나요?
"원래는 'MBC 죽이기' 같은 제목으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죽이기'라는 제목의 책이 꽤 있어요. 무슨 말인지 이해는 쉬우나 신선하지 않아서 조금 더 좋은 제목을 찾다가 출판사 쪽에서 'MBC를 날리면'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주변에 물어봤더니 다 좋다고 책의 기획 의도가 딱 읽히는 책이라고 평가해 주셔서 이걸로 하게 되죠."
- 책에 보니 지금 해직 기자로 돌아간 거 같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원래 사장은 끝났으니까 다른 책을 쓰고 제가 하고 싶은 작은 사업도 한번 계획해 보고 여행도 다니고 그렇게 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오고 KBS 사장은 해임돼서 바뀌려고 하고 있고 MBC도 우여곡절을 겪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책을 쓰게 된 거거든요. 해직 언론인 때 복직뿐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 책을 쓰면서 똑같은 고민을 다시 하게 됐어요."
- 프롤로그에서 '바이든/날리면' 상황을 설명하셨잖아요. 그 상황이 지금 상황과 연결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죠. 책엔 지록위마 고사에 비유했는데 지록위마 고사에서 간신 소고가 사슴을 말이라고 우겼죠. 그리고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하는 신하를 다 죽였다는 거예요. 저는 거기에 주목하고 싶었거든요. 보통 지록위마 고사를 보면 사슴을 말이라고 우긴다까지만 나오지 그 뒷부분은 잘 안 나와요. 근데 사실 지록위마 고사는 그 뒷부분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사람들이 다 '바이든'이라고 처음에는 믿었죠. 왜냐하면 그렇게 들리니까요. 근데 갑자기 대통령실에서 '날리면'이라고 우기는 거예요. 대통령실에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그게 '날리면'으로 들릴 수도 있는 거고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쳐요. 그런데 MBC뿐만 아니라 140개 언론이 '바이든'이라고 보도했는데 마치 무슨 국익을 위험하게 한다는 식으로 혐의를 씌워 처벌하려고 하잖아요. 바로 지록위마라는 거죠. 굉장히 위험하다고 저는 보는 거예요. 때문에 이게 큰 위기라고 보죠."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 지켜줘야 할 의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