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1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27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가 열리고 있다.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왔으나 회의록은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회의록'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의료계는 법원에 의대 증원 취소 및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하면서, 정부가 의대 정원에 대해 논의한 보건의료정책 관련 회의록과 교육부에서 대학별로 정원 2000명을 배정한 배정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집행정지 소송은 의대생의 학습권보다 필수의료, 지역의료 회복이라는 공익이 우선한다는 판결을 받으며 기각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결정 과정에 대한 불신과 정당성을 지적하며 집단행동을 이어갈 태세다.
의료계 입장과는 별개로, 정책에 영향을 받는 수많은 시민들이 정책 결정 과정과 회의 내용에 관심을 갖는 것은 타당하다. 판단의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문제해결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고, 더 제대로 된 공론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가장 큰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소모하고 있는 해당 사안에 대해 그 결정 과정에 누가 참여했고, 입장과 근거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언론과 시민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뉴스1 기자의 보건의료정책심의회·의사인력전문위 등의 회의록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회의록을 별도 관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통지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직무를 유기했다는 이야기거나, 기록이 있는데 폐기한 것이라면 공공기록물관리법 제19조의2, 공공기록물 은닉·멸실 등에 해당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큰 논란이 되었다.
정부는 작성 의무가 있는 회의록은 존재한다고 뒤늦게 해명하며 이를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존재하는 문서에 대해 허위로 답변한 것은 그 자체로 명백한 위법이며 바로 잡아야 할 행태이다.
정보공개를 회피하기 위해서든, 관리와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든 행정기관에서 있는 기록을 '부존재'로 통지한 것은 기관이 허위로 정보를 유포하는 꼴이기 때문에 이는 허위공문서작성에 해당한다. 사실상 정보공개청구는 각 업무를 실제로 담당하는 일선 담당자들에게 배정되기 때문에, 기록에 대한 파악이 덜 되었다고 보기에 여러 의문점이 존재하고, 공개를 회피하기 위해 해당 기록을 '관리하지 않는' 내부 기록으로 치부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최근 정부가 정보공개를 회피하기 위해 자료가 없다고 거짓 주장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소송에서도 검찰은 1심 때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가, 재판부의 제출명령에 뒤늦게 말을 바꿔 자료를 내놨던 바 있다.
시민들이 행정기관의 정보 관리나 여러 체계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일단 '없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행정기관의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13일 보건복지부를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고발했다.
결과적으로 보건의료정책심의회(보정심) 회의록,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전문위) 회의록이 법원에 제출되었다. 하지만 이는 회의록이 시민들에게 공개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며, 심지어 2개 회의마저도 의대증원 관련 정책이 구체적으로 도출되기까지의 여러 회의 중 일부분에 해당한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왔지만, 이 회의에 대해서는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고, 합의된 내용만을 보도자료로 기록해 공개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에서 진행한 의대정원배정위원회 회의 역시 법적으로 회의록을 생산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결과를 요약한 '결과 보고' 문서만을 제출했다.
'기록 안 남겨도 되는 회의'는 누가 결정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