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감시센터가제작 중인 중대재해 정보공개 데이터베이스
중대재해 감시센터
'예고된 죽음'의 반복
중대재해 감시센터가 수집한 자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형 사고 이전에 항상 작은 사고들이 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SPC 불매 운동'으로 이어졌던 SPL 평택공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2022년 10월 15일 새벽, 홀로 교반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혼합기에 팔이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에서는 이미 사고 발생 이전 3년 동안 12건의 '기계 끼임 사고'가 발생했다. 그 원인 역시 '설비 작동 중 손 투입'이었다. 탈착식 덮개가 아닌 밀폐형이나 연동형 덮개를 설치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진단도 이미 나와 있었다. 연동형 덮개 설치, 2인 1조 작업, 작업 안전표준서 마련 등 예방 방안이 충분히 제시되었음에도, 이를 미룬 것이 중대재해로 이어진 것이다.
2022년 1월 29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해 '1호 사고'로 알려진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매몰 사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토사 균열과 붕괴, 트럭 전복 사고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징후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삼표산업은 생산량 증대 목표 달성을 이유로 작업을 강행했다. 안전에 눈감고 이윤만 바라본 삼표산업의 욕심으로 3명의 노동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이러한 패턴은 다른 사고 사례에서도 반복된다.
1. 2022년 3월 30일 삼성포장 공장에서는 골판지 가공 기계에 작업복이 끼어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미 유사한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기계 가동 중 정비 작업과 관련한 협착 사고가 5회 발생했음에도 똑같은 사고가 반복됐다.
2. 2022년 4월 20일 전남 광양시 현대스틸산업 공장에서는 지게차로 옮기던 4톤 금속 파이프가 굴러 떨어져 신호수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 석 달 전 안전보건 위험성 평가를 통해 지게차 작업 중 협착 사고 위험에 대해 개선 조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음에도, 시정 조치 없이 작업하다가 사망에 이르렀다.
3. 2022년 5월 26일 신성산업 울산공장에서는 블로우 성형기 작동 중 스크랩 제거 작업하다가 협착 사고가 발생했다. 이미 1년 전부터 안전점검 대행 기관으로부터 사고 위험성을 반복적으로 지적받았고, 동종 업계의 동일 사고 내역을 확인하여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사고 발생을 방치했다.
4. 2023년 5월 26일, 창원의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현장에서 벌어진 추락 사고도 마찬가지다. 판결문에 따르면 상운건설은 이미 18차례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대표이사 역시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안전대 미지급, 충분한 높이의 안전난간 미설치, 추락 방호망 미설치 등 기본적인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모두 사전 경고나 유사 사고 발생 이력이 있었음에도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중대 사고로 이어진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