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04 08:16최종 업데이트 24.09.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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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24년 9월 4일자 사설. ⓒ 한국일보 PDF


1) 피의사실 공표, 검찰과 공수처의 차이는?

한국일보에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 관련 검찰의 '피의사실 흘리기'를 우려하는 사설이 실렸다.

"일부 언론에 전주지검이 문재인 딸 다혜씨의 계좌를 추적한 내역 등을 상세히 보도했는데, 주변 취재를 통해선 알기 어려운 내용들이라서 검찰 수사 내역이 새어나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썼다. 일부 언론이라고 돌려말할 거 없다. 이 사건을 유심히 보는 사람들은 조선일보라는 것을 다 아니까.

한국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을 언급하며 "검찰이 진정으로 '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우선은 수사 정보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슈에 대해 이 말 저 말 좋은 말 써주는 사설을 '주례사 사설'이라고 한다. 이 사설은 '주례사'를 넘어서 한쪽만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노무현 수사 당시 국정원 정보관이 흘린 '논두렁 시계'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정보였고, 언론보도가 노무현의 이미지에 흠집을 낸 것은 사실이다. 2017년 11월 16일 JTBC 썰전에서 유시민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생전의 노무현은 시계를 논두렁에 버리지 않고 망치로 깨버렸다. 논두렁에 버렸든 망치로 깨버렸든 당시 사람들이 분노하고 실망했던 지점(전직 대통령의 명품시계 수수)은 달라지지 않는다.

한국일보 사설의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작년 8월 채해병 사망 사건 수사를 맡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을 언급한 이후 그동안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이 중에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통화기록을 확보했다"는 보도처럼 공수처가 확인해주거나 흘리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기사도 다수 있다. 이 보도가 나오자 8월 14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수처의 수사 기밀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있다. 공무상 비밀 누설죄이자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중범죄"라고 격렬히 항의했다.

그러나 어느 언론사도 대통령실의 항변에 수긍하지 않았다. 그런 식의 얘기 다 받아주면 언론은 권력감시를 할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퇴임한 후 자연인 신분이 되더라도 형사처벌이 될 만한 사안은 추궁해야 하고, 그 점에서는 전직이든 현직이든 자유로울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의 공소제기 전 피의사실을 공표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의 처벌이 부과되는 것도 사실이다(형법 제126조). 그러나 형사 사건 통계 전산화가 시작된 1995년부터 올해 7월까지 피의사실공표죄 수사대상이 된 사건 765건 중 기소된 게 하나도 없다.

'법 따로, 현실 따로'인 대표적인 사례가 피의사실 공표죄다. 제 논에 물대는 식으로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만 하지말고, 법과 현실의 괴리를 해소하는 것은 법을 만드는 사람들의 책임이다.

2) 동료기자 자녀 사립학교 등록금도 대 준 김만배

내친 김에 피의사실 공표죄에 저촉되지 않는 사건 하나 전하겠다.

기자 출신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전직 기자 2명(한겨레 석아무개, 중앙일보 조아무개)이 기소된 것은 8월 7일이다.

조선일보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검찰 공소장을 근거로 두 사람의 혐의를 상세히 보도했다.

먼저 석아무개. 그가 2018년 말~2019년 초 김만배 등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서울 집값이 올라 집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무주택자라 위례· 청량리·은평 등지에 청약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자 김만배가 "청약 하려면 강남이나 좋은 동네에 해라. 돈이 부족하면 내가 도와주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석씨가 "2020년 8월까지 분양 대금 8억 6820만원을 내야 한다"고 하자 김만배는 여러 차례에 걸쳐 총 8억 9000만원을 줬다. 검찰은 석씨의 기자 급여로는 이 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고 보고, 김만배가 부정 청탁의 의사로 금품을 무상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아무개씨의 경우 김만배가 그로부터 "주식 투자에 실패해 손실이 크다"는 말을 듣고 "돈을 맡기면 키워줄 테니 돈을 보내라"고 했다. 김만배는 조씨로부터 8000만 원을 받고 9개월 뒤 1억 8000만 원을 돌려줬다.

검찰은 김만배가 이 돈을 골프장 회원권 구입에 쓰고, 조씨에게는 별도로 마련한 돈을 준 것으로 보고있다. 기사에는 김만배가 조씨의 자녀 사립학교 등록금 지원해준 얘기도 나온다.

다만, 김만배가 금전적 지원을 대가로 두 사람에게 보도와 관련해 명시적인 청탁을 한 내용은 공소장에 없다고 한다.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다투는 재판에서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 4명 중 3명이 10대

그동안 설이 난무하던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의 얼개가 경찰청 통계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의 3일 발표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검거된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 178명 중 10대가 131명(73.6%)에 이른다.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허위영상물 특별 집중단속에서는 특정된 피의자 33명 중 31명이 10대이고, 이중 붙잡힌 7명 중 6명이 10대였다.

이 통계대로라면, 딥페이크 범죄의 대상과 대책이 비교적 명확해진다.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과 컴퓨터 다루는 데 능숙한 청소년들이 딥페이크나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죄 의식 없이 접근하면서 일이 확산된 것이다.

한국일보는 우리나라의 디지털 교육이 기기나 소프트웨어 사용방법 위주로 진행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미디어 문해력) 교육을 등한시하는 점을 짚었다.

신문은 "한국 정부가 내놓은 딥페이크 대책은 처벌 강화, 텔레그램 성범죄물 신속 삭제 등 대부분 사후 대응"이라며 "가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근본 대책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르치는 핀란드, 미국, 호주, 독일 등 '교육 선진국'의 사례를 들었다. 그 나라들이라고 해서 청소년들의 딥페이크 범죄를 얼마나 잘 다스리는 지는 알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딥페이크 범죄의 주무대로 지목된 텔레그램이 이 문제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1일 긴급 삭제를 요청한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25건을 텔레그램이 모두 삭제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텔레그램은 이날 자사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전용 이메일도 방심위에 알렸다. 뭔가 일이 풀려가고 있다는 느낌은 필자의 낙관일까?

4) 재일교포에 '남녘 겨레', ' 백두에서 한라까지' 표현 쓰지 말라는 북한

북한이 친북성향 재일동포단체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통일관련 활동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조총련이 이 지시를 받아 정리한 '13항목 지시서'를 조선학교 등 하부기관에 전달했다.

이 지시서에는 한국과 연관된 모든 교류와 교육을 중단하고, 한민족과 통일 등의 의미를 담은 단어를 현장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예시된 사례에는 '삼천리 금수강산', ' 남녘 겨레', '백두에서 한라까지' 등의 노래 가사를 일절 부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지시서에서 주목되는 점은 '대한민국의 민주적인 인사, 민족교육에 이해를 표시하고 우리 학교(총련계 조선학교)를 지원하려는 단체, 인사와의 관계를 완전히 차단하라'는 항목이다. 재일동포들의 권익 향상에 관심이 많은 진보성향 단체들과의 교류도 끊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조총련은 1955년 5월 25일 출범했다. 당시만 해도 남북의 국력 차이가 크지 않았고, 북한이 재일동포 포섭에 적극적이어서 세가 재일거류민단을 압도하기도 했다.

조총련 자체가 탈냉전 이후 북한이 쇠락하면서 힘을 잃었기 때문에 재일교포 사회에 미칠 파장은 생각만큼 크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5) '종이빨대가 플라스틱보다 해롭다', 3년 만에 결론 뒤집은 환경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환경친화적이라며 사용되는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해롭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그것도 환경부 용역보고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3월에 나온 이 보고서에는 종이 빨대의 유해 물질 배출량이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많다는 내용이 담겼다.

종이 빨대는 매립하건 소각하건 플라스틱 빨대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다고 한다.

빨대 5억개를 매립할 경우 종이 빨대는 258만㎏의 탄소를 배출해 플라스틱 빨대 탄소 배출량(56만 6000㎏)의 4.6배에 달했다. 매립 대신 소각했을 때도 종이 빨대의 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 빨대의 1.9배였다.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보다 물이나 토양을 산성으로 바꾸는 산성화에서 2배, 강·호수 등 담수(淡水) 생태에 미치는 독성은 7배, 인간에 미치는 독성은 4.4배 더 많다는 보고서 내용도 일반의 통념을 뛰어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종이 빨대가 생각만큼 친환경적이지 않은 이유를 100% 종이거나 생분해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종이 빨대도 쓰레기이기 때문에 빨대 사용 자체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나온 연구 결과는 2019년 연구용역을 토대로 환경부가 2021년 발표한 내용과 정반대다. 당시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종이 빨대의 (부정적인) 환경 영향이 평균 72.9% 낮다"며 플라스틱 빨대 규제의 근거로 삼았다. 현재는 소비자 만족도가 낮다는 이유로 빨대 규제가 무기한 유예된 상태다.

6) '의료 불모지'에 소아전문의 만든 고향사랑기부제의 힘

작년 1월부터 '고향 사랑기부제'가 시행되고 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나 응원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해 기부하면, 답례품과 함께 기부자에게 세액 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연간 500만원 이내에서 기부 시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은 16.5%의 세액공제를 해준다.

10만원을 기부하면 3만 원 어치의 답례품과 함께 10만원을 세액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총 13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방소멸 위기를 겪는 지자체를 돕자는 취지로 만든 일본의 고향납세제를 벤치마킹한 것인데, 취지와 달리 특산품 싸게 사는 플랫폼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전남 곡성군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진료를 시작하는 데 이 '고향사랑기부제'가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곡성군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어서 아이가 아프면 왕복 2시간 거리의 광주광역시로 원정진료를 가야하는 의료 불모지였다. 그런데 1월부터 지정기부 1호 사업 '곡성에 소아청소년과를 선물하세요'를 통해 목표액인 8000만 원을 달성했다. 덕분에 보건지소에서 매주 화, 금 오전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출장 진료가 가능해졌다. 올해 말까지 2억 5000만 원을 모으면 지역 상주 전문의도 채용할 수 있다고 한다.

지정기부제 도입 이후 이런 식으로 모금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 22곳에 달한다고 한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지역 소멸'을 우려한 사회적 기업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7) 오늘의 1면톱

▲경향신문 = "나홀로 응급실 전담… 못 받아준 환자가 더 걱정"
▲ 국민일보 = 이름 바꿔 점점 느는 정부 '쌈짓돈' 특활비
▲ 서울신문 = 한계 깬 정호원, 패럴림픽 보치아 韓 10연패 신화 썼다
▲ 세계일보 = 표류하는 北인권재단 인권침해 기록도 부실
▲ 조선일보 = 저작권 위반 눈감고 배불리는 플랫폼
▲ 중앙일보 = 해지면 근무할 의사가 없어 응급실은 밤·휴일이 두렵다
▲ 한겨레 = 인권위원장 후보 안창호 극단적 혐오 안 멈췄다
▲ 한국일보 = "실명 직전인데도 응급실 20곳 전화 뺑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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