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19~2023년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경비 자료를 표로 재구성. 2023년 재·보궐선거의 경우 아직 선거경비 결산 중.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센터가 선관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3년 동안 모두 82개 선거구에서 지방선거에 대한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다. 이에 투입된 선거 경비는 모두 732억 원, 모두 지방재정이 쓰였다(
2019~2021년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사유 및 소요 경비).
2019년 4월에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북 문경시에서 기초의원 재보궐 선거가 열려 각각 2억 6000만 원, 3억 9000만 원의 선거관리 비용이 들었고, 2020년 4월 보궐선거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 8명, 광역의원 17명, 기초의원 33명을 뽑아 모두 82억 원의 선거경비를 사용했다. 특히 2020년 4월 재·보궐은 21대 총선과 함께 선거를 진행했음에도 적지 않은 재정이 투입된 것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포함된 2021년 4월 재·보궐선거에는 무려 643억 원의 선거 경비가 지출되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406억 원,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164억 원이 들었고, 울산 남구청장 재선거에 14억 원, 의령군수 재선거에도 5억 원 넘는 비용이 들었다. 그 외에도 광역의원 8명과 기초의원 9명을 다시 선출하는데 54억 원의 세금이 쓰였다. 모두 잔여임기가 1년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재·보궐 선거로 인한 지방재정의 부담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잘못은 정치인이 했는데 재·보궐 선거비용은 주민들이 부담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예전부터 계속 존재했다. 재·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나 이를 후보자로 공천한 정당이 선거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서도 재·보궐 선거 비용과 관련한 법안들이 연달아 등장했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은 다른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거나 기타 이유로 공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경우, 남은 임기일에 비례하여 선거비용 보전액을 반환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성폭력 행위로 인해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경우, 후보자를 추천했던 정당이 다시 해당 재·보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역시 성폭력 범죄나 뇌물죄 등 부정부패 사유로 실시하는 재·보궐선거의 경우, 그 사유를 제공한 자와 소속 정당이 선거경비를 부담하는 법안을 냈다. 이외에도 이종배, 송석준, 이태규 등 여러 국회의원들이 재·보궐 선거의 귀책 사유를 제공한 당사자나 후보자를 낸 정당이 보전 받은 선거비용을 반납하거나, 재·보궐선거 경비를 부담하라는 '사이다' 법안을 쏟아냈다.
문제는 이러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주로 선거 국면에서 상대 정당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반짝 등장하는 것에 그친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재·보궐 선거비용과 관련한 법안들을 제출한 국회의원들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고, 공교롭게도 모두 2021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성범죄로 인해 연달아 광역단체장 자리를 공석으로 만든 민주당의 책임을 부각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였던 것이다. 결국 선거가 끝나자, 이 법안들은 별다른 후속 논의 없이 조용히 잊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