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스프린트>의 한 장면. 노아 라일스.
넷플릭스
미국의 간판을 넘어 세계 육상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노아 라일스는 200m에서 전설 마이클 존슨의 미국 기록을 깨며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는 어릴 때 천식을 앓았기에 육상 선수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 그를 어머니가 홀로 잘 키워냈다. 20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 주종목 200m를 석권하고 100m까지 넘보고 있는 중이다. 그는 우승은 물론 신기록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세상 누구도 그의 앞을 막아설 수 없을 것 같다. 수많은 육상 전설이 갔던 길을 그도 가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아는 100m 챔피언을 넘어서야 한다. 2020 도쿄 올림픽 깜짝 우승의 주역, 이탈리아가 낳은 기적의 사나이로 불린 마르셀 제이컵스 말이다. 그동안 부상의 악령에 시달렸던 마르셀은 재기를 노린다. 올림픽 우승이 그저 요행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현 상황을 보니 쉽진 않을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것 같고 외부의 압박을 견디는 게 힘든 것 같다. 특히 노아 라일스의 존재가 너무나도 크게 다가온다.
한편 여성부에는 미국의 셔캐리 리차드슨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그녀는 남들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1등을 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아무 데서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가만히 있지 않는다. 노아 라일스와 비슷하다. 그럼에도 다이아몬드 리그, 세계선수권, 올림픽까지 모두 순위권을 노려볼 만하다. 문제는 스프린트 종목에서 전통적으로 미국과 라이벌이었던 자메이카 선수들이다. 최근 들어 여성부에선 미국이 자메이카를 거의 이길 수 없었으니 말이다.
자메이카에는 3명의 대표 여성 선수가 있다. 살아 있는 전설 셸리앤 프레이저프라이스, 2회 연속 올림픽 2관왕의 일레인 톰프슨헤라, 떠오르는 셰리카 잭슨까지. 그들 모두 같은 클럽에서 훈련하며 그 자리에 올랐는데 셸리앤이 나갔고 일레인도 나가면서 셰리카만 남았다. 클럽의 새로운 간판이자 자메이카의 자랑으로 우뚝 서야 할 숙제가 있는 세리카 잭슨이다. 그들은 매섭게 치고 올라오는 미국의 견제를 훌륭하게 응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끊임없는 '자기 증명'만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