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현 MBC 기자
이영광
- 민선 전국 243개 기초 단체장 집무실 새 단장 관련해 보도하셨잖아요. 보도 마친 소회가 어떠신가요?
"진부한 표현이긴 한데 시원섭섭합니다. 아쉬움도 좀 있고요. 아이템 하면서 속 썩인 부분도 있고 예전에 했던 아이템에 비하면 어려운 아이템이 아니었는데 조금 힘들었던 것도 있거든요."
- 혼자 취재하신 게 아니라 지역 MBC 기자들과 협업하셨는데요.
"저희는 전국방송이지만 주로 활동하는 무대가 서울이나 경기, 중앙 부처에 집중돼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강원도 횡성군이나 전북 군산, 제주도 같이 멀리 떨어진 지역 사정은 잘 모르고 지역 기자들이 훨씬 더 잘 알죠. 저보다 현장을 더 잘 알기 때문에 더 세세한 것들을 취재하는 경우도 있어요. 팩트 확인을 할 때도 크로스 체크도 되기 때문에 오보나 실수할 가능성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 기초 단체장 집무실 새 단장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
"제가 6월까지 선거 방송기획단에 파견을 가 있었거든요. 선거 때 자치단체 243곳 중의 166곳이 바뀌었잖아요. 단체장이 되기 전 어떤 후보들은 절규하면서 '민심이 천심이다,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었거든요. 시청자 입장에서 한 번쯤은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많이 바뀌었는데 무슨 일을 제일 먼저 할까 궁금하기도 했었고요. 마침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도 있었잖아요. 그래서 지역도 한번 봐야 되겠다고 생각한 거죠."
-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저희가 몇 개 샘플링 해서 보고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요.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 예산을 쓴 액수와 목록, 예산 항목과 예산 집행 법적 근거 등 아주 세세하게 쪼개서 물어봤어요. 물론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데도 많았죠. 그런데 몇 개 추려보고 전국 지자체로 확대했죠. 자료 받이 정리 했는데 저희 팀에 고재은·김세연·김주예 리서처가, 이수연 AD, 허인하 작가가 고생을 아주 많이 하셨죠."
- 예전 선거 끝나고 취임할 때 어땠는지 비교해 보셨어요?
"민선 7기하고 민선 8기하고 같이 받아서 비교해서 봤어요. 왜냐하면 단체장이 바뀐 곳도 있지만 연임을 한 곳도 여럿 있었거든요. 이런 것들도 봐야 되니까요."
- 7기와 8기의 차이가 있나요?
"저희가 8기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소요 예산이나 집기 목록까지도 정리 했는데 7기 데이터는 그렇게까지 정리하지 못했어요. 다만 4년에 한 번 단체장이 바뀌면 집무실 리모델링을 하거나 집기구매를 많이 해요. 그리고 임기 중간에도 리모델링이나 집기구매를 한 곳이 있었고 바꾼 지 2~3년도 안 된 지역이 이번에 또 공사를 한 곳도 있었습니다."
- 보도 보니까 집무실 새 단장에 1억 내외로 비용이 들었더라고요. 이게 다 세금으로 하는 거라 문제인 거 같아요.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기 돈을 쓰는 사람이 있는지도 한번 찾아봤거든요. 그런데 이게 확인이 안 돼요. 아니면 정말 그런 단체장은 없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희가 이건 데이터로 확인을 못 했어요. 세금 이야기도 하셨잖아요. 살림이 넉넉해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의무라고 생각해서 체납 없이 없는 살림에 꼬박꼬박 낸 돈을 모아 놓은 게 세금이잖아요. 그런 돈을 막 쓰면 안 된다고 저는 생각 했어요. 100만 원이든 200만 원이든 이게 적으면 적고 크다면 큰돈인 건데 막상 세금을 낸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소중한 돈이겠어요. 그걸 생각하고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대부분 예비비로 하는 건가요?
"아니요. 예전 같지 않고 대부분은 시설비나 물품 취득비에서 씁니다. 그런데 이런 게 있는 거죠. 보통 정부나 지자체 예산은 미리 계획을 세우고 그게 적절한지 따져보고 거기에 맞게끔 쓰는 게 원칙이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계획이 안 돼 있는 상태에서 단체장 집무실 리모델링이나 집기구매에 예산을 쓰니까 미리 뭉뚱그려서 잡아 놓은 예산에서 빼서 쓰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다른 데 쓰려고 했던 예산에 공백이 생기거든요. 그게 가장 큰 문제일 수도 있어요."
- 성남시의 경우, 시장 집무실이 2층에서 4층으로 올라갔더라고요. 표면적으로 소통을 강조한 건가요?
"원래 성남시는 1~3층이 주민 개방 공간이었대요. 예전에 이재명 시장하고 은수미 시장 때 2층에 시장실이 있었는데 집회하게 되면 직원들이 경비 서는 일이 많았다고 해요. 이런 부분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돼서 2층에서 4층으로 올라갔다고 해요. 그리고 신장진 성남시장 쪽에서는 공무원 노조도 원했다고 하고요."
- 안마의자를 놓은 지자체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서울 도봉구청·경기도 포천시가 그랬는데요. 도봉구청의 경우 목록 조사하고 쭉 보다 보니 구청장 집무실 꾸미는 비용으로 안마의자를 샀더라고요. 처음에는 끝까지 공개를 안 해요. 저희가 두 번 세 번 찾아갔죠. 결국 구청장실 집무실은 못 봤고 안마 의자를 봤어요. 근데 그게 직원 휴게실에 있더라고요. 이게 왜 여기 와 있냐고 물어보니까 구청장님이 직원 휴게실로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안쓰실 것 같으면 당선되자마자 바로 내려보내면 되는데 한달씩 걸렸냐고요. 의사결정 과정이 오래 걸렸대요. 저희가 정보 공개 청구한 게 7월 중순 정도였거든요. 공교롭게 정보공개청구 하고나서 안마의자를 옮긴 거예요."
"규제할 방법, 사실상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