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관 충북경찰청장이 17일 충북경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북경찰청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17
연합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과 충북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해 11월 29일 자정께 청주 내덕동에서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스토킹을 한다. 집 앞으로 찾아오고 벨을 누르고. 지금 찾아와서 벨을 누르고 있다"라는 신고를 접수받고도 가해자에게 경고 후 귀가 조처만 했을 뿐 별도의 긴급응급조치를 실시하지 않았다. 긴급응급조치 여부를 판단하는 판단조사표도 경찰은 작성하지 않았다. 긴급응급조치 판단조사표는 경찰이 신고 현장에서 스토킹 등 범죄 재발 우려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만든 기준표다.
가해자는 열흘쯤 뒤인 12월 11일 피해자가 키우던 반려묘를 세탁기에 돌려 살해하고 대학 커뮤니티 게시판에 살인을 예고하는 글을 올렸다가 제3자 신고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신고 당시 살인 예고 글과 관련해 가해자에게 협박죄를 적용했으나 추후 조사 과정에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파악해 적용했다. 이후 스토킹처벌법, 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가해자는 지난 3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앞선 스토킹 신고 당시 판단조사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의원실 질의에 충북경찰청은 "판단조사표는 긴급응급조치 필요성에 대한 위험성을 판단하는 체크리스트 개념의 권장 사안"이라며 "11월 29일 신고는 스토킹 최초 신고로 긴급응급조치 요건인 지속성·반복성·긴급성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현장경찰관이 판단했다"라고 답했다.
긴급응급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도 동일했다. 충북경찰청은 "그날 신고는 벨을 누른 사실 외에 특별한 피해가 없어 전 남자친구에게 찾아오지 말 것을 강력 권고하고 재방문 시 피해자에게 재신고하도록 응급조치를 실시했으나 긴급응급조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현장경찰관이 판단해 실시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충북경찰청을 상대로 한 행안위 국정감사에서도 김학관 충북경찰청장은 용 의원 질의에 "11월 29일 피의자가 피해자의 집에 와 벨을 누르는 상태에서 신고됐다. 나중에 수사 결과에는 (피의자가 피해자의 집에) 여러 번 찾아온 것으로 돼 있었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첫 번째 스토킹(신고)이다 보니 강력히 권고하고 못 오게 하는 조치만 했다"라며 "(이전에 비슷한 스토킹 행위가 있었는지 현장에서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긴 하다"라고 답한 바 있다.
용혜인 "판단조사표 작성 의무화해야... 현장 시스템 마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