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지혜학교 팜(farm)파티2022년 학교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과 지역의 유기농 채소를 활용하여 여러 메뉴를 만들어 나누어 먹는 축제를 진행했다
지혜학교
학생들은 아무리 좋고 의미있는 이야기도 당장의 결핍 때문에 들리지 않나 보다. 어떤 학생들은 그래도 배가 고프다고 했다. 배고파서 서럽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들은 어른들은 스트레스 풀려고 금요일 밤에 '치맥'을 즐기지 않냐! 우리도 스트레스 받을 때, 맛있는 거 먹으면서 풀고 싶다고 했다.
또 어떤 학생들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몰래 간식을 먹는 일이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있으니 이렇게 실효성 없는 규칙을 전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읽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들먹이며, '논쟁에 부쳐지지 않는 진리는 생명력을 잃게' 되니, 1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규칙을 다시 논쟁에 부쳐서 그 의미를 생생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들은 기존의 외부음식 제한 규정을 중단하고, 학생들이 컵라면, 빵, 과자, 초콜렛, 젤리, 사탕 등의 간식들을 섭취하면서 자발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니까 간식을 먹느냐 마느냐가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학교의 존립을 뒤흔드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해 끝장을 보자고 와글와글 하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는 몸에 좋지도 않는 간식을 왜 그렇게 먹으려고 하냐, 성장기에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교사와 학부모의 역할인데 그 역할을 내려 놓으란 말이냐 답답해 했다. 초가공식품에 대해 학생들을 교육할 문제이지, 그들의 요구를 받아줄 문제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결국 학생들이 이렇게 힘을 모아 주장을 하는데 이 목소리를 꺾지 말자.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몸소 배우고 겪을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합의를 힘겹게 이끌어내고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3. 지존최강의 실험이 시작되다
생활교육부 교사들과 학생회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존최강 실험을 구체적으로 설계했다. 교사회 및 학부모회의 우려사항을 확인하며 지존최강의 시행 배경이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진행 과정에서 지켜야 할 규칙, 정기적인 회의 등을 배치했다. 그 결과 지존최강을 시작할 즈음 합의한 약속은 다음과 같다. ① 생활관 내 화기사용 금지 ② 학교 급식에 빠지지 않기 ③ 배달 음식 금지. 그리고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다음의 조건이 추가되었다. ④ 교사회의 2/3 이상이 동의하면 즉시 중단할 수 있음. 그리고 매주 교사, 학생들이 모여 (학부모는 설문조사로) 지존최강 진행 과정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고, 필요하면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가지기로 했다. 이렇게 지혜학교 존립을 위한 최후의 강경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게 된다. (16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