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전과 후 한겨레 보도한겨레 2023년 2월 7일자 제 1면 (왼쪽)과 한겨레 2024년 2월 20일자 제 3면. 왼쪽 기사는 지방 환자들이 중증질환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 대형병원 인근에서 숙박하며 진료를 받고 있다는 점을 요지로 다뤘고, 오른쪽 기사는 일명 '빅5' 라고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사직하자 지방에서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을 서술했다.
한겨레
"따옴표"는 시민을 밀어냈다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19를 거치며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것이 대표적으로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경마식 보도, 두 번째는 포털 사이트 의존. 이 두 가지는 일명 관에서 나오는 발표와 보도자료를 가지고 출입기자가 기사를 쓰는 관언유착적 행태 그리고 포털 사이트라고 불리는 시장화 된 공론장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흔한 일면이기도 하다.
몇몇 '언론 참사'를 거치며 시민사회가 이런 관행을 비판했으나 동일한 문제가 이번 의·정 갈등 시기에도 반복됐다. 가장 큰 문제는 보건복지부나 의사협회 발 보도자료가 줄줄이 나오며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기사가 등장할 공간을 없앴다는 점이다. 개별 기사의 질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 미디어의 뉴스 배치, 뉴스를 만드는 방식 자체가 시민의 필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에 이용하던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울 때 어디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기사다. 흡사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듯 연일 급박하게 돌아가는 병원의 상황을 걱정스러운 말투로 보도하거나 개탄하는 대신 말이다. 큰 병원들의 경영난, 지방에서 차출되어 서울로 파견 간 공보의, 파업에 대한 서울대병원 교수의 의견이 나왔던 지면과 화면은 정말로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 말할 수 있었던 공간이기도 하다.
많은 기사가 사람들의 어려움을 풀어주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뾰족한 대안이 없는 이 사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파업 직전까지만 해도 대형병원 쏠림이 문제라던 언론은 이들 병원이 파업으로 진료를 축소하자마자 일제히 병원의 매출 감소와 그로 인한 경영난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독자로서는 서울 대형병원의 확장이 문제라는 것인지, 축소가 문제라는 것인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