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2차 인혁당 사건 구속자 가족들이 구속자 석방 거리 행진을 방해하는 경찰에 항의하는 장면
4.9통일평화재단
"(박정희 정권 당시 재판부가) 인혁당 주모자들에게 사형선고 내렸잖아요. 바로 그 다음 날 처형을 시켜버렸고. 그러면서 아주 큰 사건이 됐어요. 억울하게 죽은 거지. 왜냐면 사형선고를 내려도 그 다음 날 바로 사형을 집행하는 게 아니거든요. 사형 집행은 상당히 좀 지나서 한다고. 근데 박정희가 빨리 좀 죽여버리라 하니까 (선고) 다음 날 사형을 시켜버렸지. 그러다 이제 최근에 와서 다시 명예회복이 됐지만 완전히 조작된 사건이었지."
최근 다큐멘터리
<인혁당 생존자, 34년생 박중기> 촬영 차 만난 정치학자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인혁당 사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현 정부와 관련해서는 "사실 윤석열이 지금 북진 통일론에 가까운 주장을 하고 있다"며 "기회만 있으면 북한에 한 번 쳐들어가고 싶은 사람 같다. 자신이 있다는 투다"라고 부연했다.
원로 정치학자가 윤석열 정부의 친일 반북 기조에 대해 일침을 놓은 것이다. 인혁당 사건은 그렇게 북한 김일성 정권과 체제 경쟁 중이었던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이 조작한 대표적인 간첩 사건이었다. 유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했던 사건이었던 셈이다. 최근 그 인혁당 사건이 원로 정치인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입을 통해 다시 등장했다.
"이종찬 광복회장님이 말씀한 대로, 저는 대통령실에 밀정이 있거나 제가 얘기한 대로 이완용이 있어서 제2의 한일 합방을 획책하고 있다(중략). 이것은 제2의 인혁당 사건을 획책하고 있지 않는가. 또 북풍, 또 빨갱이를 빙자해서 다 잡아들이려고 하는 기도가 아닌가. 그래서 이 나라가 이렇게 가면 안 됩니다."
박지원 의원이 인혁당 사건 길어 올린 이유
21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역사 왜곡을 넘어 친일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 정권이 결국 '북풍' 공작이나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조작 사건을 통해 친일 행보를 공고히 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은 것이다. 이를 위해 예로 든 것이 바로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인 간첩 조작 사건인 인혁당 사건이었던 셈이다. 그런 가운데, 제79주년 광복절을 전후해 보수주의자인 이종찬 광복회장마저 '대통령실 내에 연탄가스처럼 밀정들이 퍼져 있다'며 강력한 우려를 내놨다.
야권을 중심으로 현 정권이 '탄핵 이후'를 대비해 자신들의 신변에 위협을 가할 만한 정부 조직을 죄다 학연 및 지연으로 맺어진 충성 그룹으로 채워나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돈다. 이러한 현 정권의 행보가 반세기 전 박정희 독재정권을, 계엄령 선포 정국을 연상시킨다는 우려가 괜한 것이 아닌 셈이다.
수사기관과 사법부까지 장악한 박정희 독재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해 일으킨 대형 간첩 조작 사건이 바로 인혁당 사건이었다. 현 정권은 수사기관에 이어 군까지 장악한 채 역사 왜곡과 친일을 앞세우고 있다. 그 와중에 지난 19일 윤 대통령은 북한의 남침 상황을 가정해 실시하는 한미 합동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 첫날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놨다.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역사 왜곡에 이은 친일과 반북이야말로 박정희 정권과 현 정권이 앞세운 정권 유지의 공통분모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박 의원이 윤석열 정권의 인사를 두고 인혁당 사건의 기억을 길어 올린 이유일 것이다.
그 인혁당 사건의 참혹성을 이해하고 현재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박정희 정권이 앞세웠던 고문과 조작의 기술들이다. 인혁당 사건 조작을 위해 박정희 정권은 친일 경찰들이 자행했던 고문 기술들을 그대로 가져오는 만행을 저질렀다. 선고 이틀째 사형 집행이란 전무후무한 사법살인이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고문과 은폐, 공포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