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열린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종 진술자 황인철 시민기후소송 청구인, 한제아 아기기후소송 청구인, 김서경 청소년기후소송 청구인.
권우성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인류가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동의합니다.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이 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최대한의 노력'의 정도를 판단해 볼 수 있겠지만,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주범인 탄소를 기준으로 그 노력을 판단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구는 유한하고, 지구 위 생물이 존속할 수 있는 온도와 그에 따른 탄소 배출의 한계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 중 탄소 배출의 한계치를 '탄소예산'이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규명을 지향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 등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여 계산할 때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약 45억 톤의 탄소예산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41억 톤의 탄소를 배출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2050년 탄소 중립이 달성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2031년부터 2050년까지 단 4억 톤의 탄소 배출만이 가능합니다. 이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또한 미래로 탄소 감축의 짐을 넘겨버리는 무책임한 안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우리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러한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곧 다가올 기후 헌법소원입니다. 헌법소원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법은 문제가 된 탄소중립 기본계획의 근거법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최정점에 이른 시기인 2018년과 비교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40%라는 수치가 대단한 수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결과가 2030년까지 90%의 탄소예산을 소진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 이는 우리의 존속을 위한 충분한 목표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현실적이지 않은 계획을 바꾸기 위해서는 목표부터 재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헌법소원은 인류가 영원한 발전과 성장의 욕심을 내려놓고 겸허하게 주어진 한계를 준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시간이 될 예정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우리가 탄소예산이라는 한계를 고려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가 탄소 배출량 감소에 대해 유보하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기후위기가 당면한 위기가 아니라는 막연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까닭일 것입니다. 화석연료를 펑펑 쓰면서 영원히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나의 일상에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미래에 책임을 전가하여 편리하게 지금을 누릴 수 있다는 착각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생각이 사회 구성원들의 집을 빼앗고, 자연을 파괴하고, 결국 모든 존재들을 위태롭게 만든다는 진실을 인정할 때가 왔습니다. 하루하루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의 앞으로의 모든 선택은 우리가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 결정할 결정타가 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정의로운 선택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