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태풍 카눈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집
ⓒ Greenpeace / Sungwoo Le
이러한 인식의 격차는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게 만든다. 기후재난의 문제를 지금의 세상을 유지한 채 통제와 관리가 가능한 문제로 사고하는 것이 첫 번째, 기후재난이 경제 성장을 위한 '성장통'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두 번째이다. 기후재난이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게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음에도 그렇다.
'스텔스 장마'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갑작스러운 집중 호우가 발생하고, 첨단 과학의 집중체인 슈퍼컴퓨터조차 기상 이변을 관측하는데 번번이 실패한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여름철 재난을 대비해야 한다"라며 정부는 거듭 재난 대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아직도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한 예산과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기후재난의 문제가 특정 사람들만이 겪는 안타까운 일로 여긴다. 기후재난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그릇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한, 그 대응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기후재난은 모두의 일이 될 것이다
기후재난은 위험을 경제 성장의 '성장통'으로 치부하는 사회에서 발생했지만, 조만간 경제 그 자체를 무너뜨리는 거대 위험이 될 것이다. 이미 몇가지 연구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이 GDP 수치를 낮출 것이라는 예측을 발표했다. 기후재난으로 더 이상 고통받는 사람과 자연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하기 때문이든, 아니면 지극히 실리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든 지금의 경제 시스템 자체는 변화가 필요하다.
평범한 사람들도 이 사실을 점점 깨달아가고 있다. 지난 7월 9일 발표된 한국환경연구원(KEI)의 '2023 국민환경인식조사'에서 처음으로 시민들은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를 '기후변화'로 꼽았다. 기후변화가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변한 사람은 88% 이상이었다. 미래세대가 피해를 본다는 답변은 91%였다. 무엇보다 '경제성장이 다소 둔화해도 환경보전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52.4%였다. 이는 '경제성장이 우선'이라는 응답자가 18.5%에 불과한 지점과 대비된다.
그렇다면 기후재난을 대비하는 것을 넘어,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할까? 먼저 재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부터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재난의 피해자는 기후위기라는 인류의 과오로 발생하였다. 재난 예방과 복구는 안타까운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기보다 당연히 국가가 수행해야 하는 책임과 역할에 가깝다. 더 많은 예산이 투여되어야 하고, 대응 방식도 기후위기 변화 양상에 맞춰 계속 개선해나가야 한다.
그 방식은 재난 대응에 실제 당사자들을 의사 결정 과정에 더 많이 포함시키는 일일 수도 있고, 재난에 취약한 집의 구조를 선제적으로 바꾸는 일이 될 수도, 기후재난의 원인인 오염 유발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재난 이후 더 길게 지속되어야 하는 공동체의 치유와 회복에 예산을 지원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기후재난으로부터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의 여건을 만드는 일도, 기후재난을 '대비'하는 일이면서 기후재난의 원인인 기후위기를 조명하며 '극복'하려는 시도도 함께 해야 한다.
경제 성장이 조금 둔화되더라도 사회 구성원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투자하는 일도 꼭 필요하다. 정부는 예산을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더 많이 투여하고, 기업은 환경 파괴 행위를 멈추어야 하며, 시민은 지구와 함께하는 더 나은 삶을 세상에 요구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것들을 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인류 전체가 함께하는 조별 과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별 과제와 조금 다른 지점은 모두가 어쩔 수 없이 조장이 되어야 한다는 지점일 것이다. 기후위기도, 기후재난도 어느 한 사람에게 맡겨 둘 수 없는 문제이고, 곧 당신의 일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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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 에너지 캠페이너 신민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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