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삼계를 새기고자신의 평생 계율같은 말씀 '삼계'
김소라
삼무(三無)는 세 가지가 없다는 뜻이다. '소유'와 '계획'과 '판단'이 그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하지 않는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무엇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소유를 위한 소유'를 위해 살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계획 밖의 계획이 있다는 의미로 큰 시각에서 삶을 바라보라는 뜻이다. 판단하지 않는다는 건 자신의 기준에서 옳고 그름을 구분짓지 말라는 내용이다.
이렇게 삼무(三無)의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아마 세상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으며, 자기답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모든 것을 호기심 있는 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삼무곡 청소년 마을에는 독특한 졸업식 과정이 있다. '성인식'이라고 졸업식을 일컫는데, 획일적으로 어느 때와 시기가 되어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별로 모두 다른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삼계(三契)'라고 하여 자신이 평생 살아갈 때 지침이 될 만한 세 가지 계율을 찾아서 선언하는 과정이 있다. 여행을 통해서 혹은 삶을 통해서 모두 내면의 스승이라고 불리우는 어떤 존재로부터 앞으로 가야 할 삶의 길의 메시지를 듣는다. 번뜩이는 순간의 깨달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19년 4월부터 삼무곡에서 살기 시작한 아이는 2024년 6월 29일이 되어 성인식을 치르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다양한 삶의 경험을 하면서 좌충우돌 배움의 여정을 이어 나갔다. 이곳은 선생과 학생의 구분이 무의미하며 모두가 함께 배우는 '학생'의 입장으로 살아간다. 서로에게 배움을 찾는다.
내면의 깨달음을 얻은 아이
스무 살이 된 아이는 다양하게 벌어진 인생의 사건을 통해서 세 가지의 삼계를 찾게 되었고, 그것을 돌판에 기록하여 깊은 숲 속의 나무 아래 '삼계석'을 세워놓는 수계식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