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김준일씨
이영광
공교롭게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다. 물론 양상은 다르다. 민주당은 초반이고 결과가 예상되어 흥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막판이고 후보 간의 폭로전이 이어지며 자폭대회 혹은 분당대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양당의 전당대회와 함께 채 상병 특검과 끊이지 않는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커피숍에서 시사평론가 김준일씨를 만났다. 다음은 김 평론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한동훈 후보 당대표 돼도 윤 대통령 탈당 안 할 것"
-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동시에 전당대회를 하고 있잖아요, 거대 정당의 전당대회가 겹치는 게 흔하지 않은 풍경 같은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국민의힘은 매우 치열한 상황이고 민주당이야 이미 이재명 대표 당선이 사실상 결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일반적으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특이한 점이 국민의힘은 거의 내전 상황에 가깝죠. 그래서 굉장히 자해적인 거죠. 하지만 국민을 위해서는 이런 폭로가 많이 나와서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민의힘 당대표가 1년 못 넘겼어요. 더구나 이번에 뽑힐 대표는 기껏해야 지방선거 공천권까지죠. 그것도 임기 채운다는 가정에서요. 왜 이렇게 과열됐을까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로 전당대회가 과열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윤석열 정부가 아직 2년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죠. 소위 말해 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장악력 같은 게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한동훈 후보가 나오다 보니까 차기 권력에 대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 등 전체적인 상황이 조금 이걸 과열되게 만들었어요.
또 하나는 원래 정권 말기가 되면 오히려 대선 국면으로 가기 때문에 당 대표의 힘이 없거든요. 정권 초기에는 당 대표가 정부하고 협조를 맞춰야 되기 때문에 힘 있는 당 대표가 되는 경우가 꽤 있죠.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그렇게 날아가면서 국민의힘이 당대표를 제대로 리더십 가지고 뽑는 게 이번이 처음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이번이 상대적으로 당권 주자의 관심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 걸로 봤을 때 이번 전당대회에 많은 사람들이 당을 조금 본인의 의지대로 운영하고 싶어 해요. 그래서 많이 과열된 것 같아요."
-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폭로전이 계속되는 건 어떻게 보세요?
"일단 한동훈 후보가 최근에 국회 선진화법 위반 공소 관련해서 폭로한 건 약간 악에 받친 느낌이 들어요. 무슨 얘기냐면 모든 사람들이 본인을 공격하는데 '야 니들이라고 뭐 깨끗해? 니들이라고 뭐 대단한 거 있어?'라고 하면서 일종의 폭로전을 펼쳤죠. 그런데 그게 역풍 불어서 굉장히 반발이 많이 심해지니 사과를 했잖아요. 하지만 그 저변엔 장예찬 전 최고위원의 폭로라든지 사천 논란 같은 반 한동훈 정서가 많이 투영된 게 아닌가 보입니다."
- 전당대회 초반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되었잖아요. 친윤 쪽에서 한 후보에게 타격 주기 위해 흘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영향이 없었어요. 이유가 뭘까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는 총선 이후로 용산의 영향력이 매우 많이 떨어졌죠. 대통령 긍정 평가가 갤럽 기준으로 보면 20% 중반으로 떨어졌잖아요. 계속 회복 안 되고 있는 건 보수 진영에서 많이 이탈했다는 거거든요. 이게 무슨 얘기냐면 대통령실에서 지난번에 김기현 대표 만들 때 무리하게 개입했던 건 대통령이 뭔가 할 때 마음에 맞는 당 대표들 파트너로 둬야 되겠지란 심정적인 지지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렇게 했더니 선거도 망하고 당도 엉망진창되고 국정 운영도 딱히 나아지지 않더라는 학습 효과와 기대 심리가 많이 변했다고 보면 되는 것 같고요.
또 하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보수 진영의 비호감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김건희 여사는 선출된 권력이 아니잖아요. 문재인 정부 때 보수 진영이 김정숙 여사 공격하면서 '나댄다'라는 표현을 썼어요. 이게 보수적인 세계관의 투영이기도 하거든요.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보수는 게다가 엘리트를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김건희 여사는 선출된 권력도 아니고 본인이 학벌 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전체적으로 출신이나 경력을 보수가 보기에 엘리트로 인정할 만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뭔가 국정 개입이 나오는 상황에서 문자가 공개됐어요. 거기에는 매우 공손하게 쓰여 있지만은 사과 안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하고 한동훈 후보를 나쁜 놈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호감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먹히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