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기상여건 악화와 조사기간 휴일 포함 등에 따라 39개월 만에 최소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고용센터에 마련된 구직상담, 구직등록 창구.
연합뉴스
최근 들어 '그냥 쉬었음'이라는 설문조사 문항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지난 6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등에 따르면 일도, 구직활동도, 직업 훈련도 받지 않고 한 해 동안 '그냥 쉰'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청년이 40만 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국가통계포털에 잡힌 NEET 청년의 수는 전체 청년의 수의 4.9%이기에 절대다수는 아니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은 '소진감을 느끼는 청년'은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 되면 SNS 중 하나인 X(구 트위터)에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개쓰레기 요일"이 찾아왔다는 분노를 쏟아내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에 등재되고, 한국은 여전히 OECD 자살률 1위이며, MZ 세대의 빠른 퇴사가 뉴스의 단골 소재가 된다.
더 빨리 성장해야한다는 말 외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없는 세상에서 지구만큼이나 인간도 빠르게 소진된다. 내 옆의 사람을 돌보는 것도, 자연을 보호하는 것도,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경제의 규모를 늘리는 것과 상관없는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구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일은 경제의 질, 즉 지구 위에 사는 존재들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양적인 확대를 위해 미래의 힘을 모두 끌어다 쓰면서 다가올 황폐화된 미래를 걱정하는 삶은 지구와 인간 모두에게 가혹하다. 이 모든 것은 '어떻게 함께, 지구를 원래의 속도만큼 천천히 늙어가게 만들 수 있는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유한한 지구에서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기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은 개인의 선택만이 아니라 사회의 선택과도 연결된다. 더 많은 삶의 선택지를 가지는 것은 나의 의지만이 아니라 내 주변의 상황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구를 위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의지일수도 있지만, 최소한의 단열이 보장된 주택일 수 있다. 자연을 가꾸고, 남을 돌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여가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더 좋은 삶이 좋은 차를 사는 것, 좋은 집을 가지는 것만이 아니라면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경제가 꼭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은 편견일 수 있다. 늙어가는 지구 위에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면 경제의 목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미 노력을 시작한 나라도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2019년에 경제 성장이 아닌 구성원의 행복에 초점을 둔 '행복예산제(Wellbeing budget)'를 채택한 바 있다. 노원구에서는 일상에서 온실 감축 방법을 고민하며 정책에 대해 말하는 '1.5도 라이프스타일'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에, 미래를 만드는 것에, 삶의 질을향상하는 것에 예산을 투여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도, 똑똑한 종도 아닌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좋지 못한 쪽으로 빠른 변화가 시작된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변화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모두가 살아남는 방법은 조금 더 천천히 사는 방법을 익히는 노력으로 가능하다. 조금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며, 더 존재하기. 지구의 서버 종료 대신, 변화를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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