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안처리 절차 책자.
연합뉴스
최근 바뀐 학교 폭력 사안 처리 절차를 잠깐 소개한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피해, 가해 학생을 분리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최초 학생 확인서'를 작성한다. 이후 사안을 교육청의 '학교 폭력 제로 센터'에 보고하면, 사안 조사를 위한 '학교 폭력 전담 조사관'이 배정된다.
그가 학교를 방문해 피해, 가해 학생과 보호자, 목격자, 담임 교사 등을 일일이 불러 면담하고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 직후 조사한 결과를 학교 내 설치된 '학교 폭력 전담 기구'에 보고한 뒤 심의를 받게 되는데, 여기서 학교 내에서 자체 해결할지, 교육청의 '학교폭력심의위원회'로 넘길지가 결정된다.
전 과정에서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피해, 가해 학생을 분리하고 진술을 확보해 교육청에 보고하는 것뿐이다. 나머지는 관련자 모두를 불러 면담 조사하는 전담 조사관과 처분에 대해 최종적 결정 권한을 지닌 심의위원회의 몫이다. 이후 학교의 역할은 하달된 결정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제한된다.
올해 '학교 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가 전격 도입된 이유는 갈수록 흉포화하는 학교 폭력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조사관이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전담 조사관은 생활지도 경력이 풍부한 전직 교사나, 수사 경험이 많은 전직 경찰 출신이 대부분이다. 피해, 가해 학생과 아무런 인연이 없기에 객관적 조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든다.
무엇보다 학교 폭력 사안 처리에 시달리는 교사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다. 사안 조사부터 심의, 처벌 내용의 결정까지 모든 게 전담 조사관과 교육청의 심의위원회가 처리해야 할 일이다 보니 학교의 부담이 줄어든 건 맞다. 당장 당혹스러워하는 보호자를 상대할 일이 줄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큰 보탬이 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부작용이 만만찮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학교 폭력 예방법에 의거한 법적 기구인 학교 내 '학교 폭력 전담 기구'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한다. 전담 조사관의 보고서에 적시된 내용을 뒤집기란 애초 불가능할뿐더러 조사 결과를 추인하는 기구로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서다.
전담 조사관이 벌이는 사안 조사 자체의 한계도 뚜렷하다. 피해, 가해 학생과 보호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적고 상충하는 부분을 재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일부 조사관의 경우, 양쪽 모두 조사하는 데에 채 10분도 안 걸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환절기에 의사가 감기 환자 진료하듯 했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교사가 직접 조사하면, 피해, 가해 학생에 대한 편견이 작용할 거라는 불신 때문일 테지만, 일부 전담 조사관의 무성의한 태도에 '좋은 전담 조사관 만나는 것도 복'이라는 '웃픈' 이야기마저 나온다. 그야말로 복불복이라는 뜻이다. 정부는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까닭에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고 해명한다.
불러 조사하는 번거로움은 덜었어도 학교의 난처한 상황은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피해, 가해 학생의 담임 교사와 학교 폭력 담당 교사의 처지는 참으로 궁색하다. 양측 어느 쪽에서든 보호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 애초 받지 않는 것이 능사라는 말까지 공공연하다.
일방을 대변하는 건 금기일뿐더러 그들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심지어 응대할 때 형용사를 선택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일부 교사들은 마치 묵비권을 행사하듯 사안과 관련해 아무런 설명도 할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학교' 폭력은 우선 교육적 차원에서 접근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