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국회 도서관에 설치된 22대총선 개표상황실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침통한 표정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패배했다. '역대급' 대패로 꼽혔던 지난 21대 총선(103석)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한 성적표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여소야대'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헌정사상 최초다. '데드덕'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레임덕'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준비가 덜 된 채 갑자기 등판한 구원투수 한동훈도 결국 패전 투수가 됐다.
징후는 있었다. '제1당 탈환' '과반 의석 확보'라던 목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대신 지지층 결집을 위한 공포 마케팅이 그 자리를 채웠다. '조국식 사회주의' '개헌' '셀프 사면' 이야기가 나왔고, 색깔론이 등장했다. '범야권 200석'만 막아달라며 충무공 이순신을 소환했다. '운동권 특권 세력 심판' '이(재명)·조(국) 심판'으로 맞불을 놨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막말 논란을 막판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동안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피해 규모는 줄일 수 있었지만, 구도 자체를 뒤집지는 못했다. 최악의 참패는 면했지만,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쳤다. 선거의 주요 국면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이 등장했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정쩡한 거리두기에 그치며 '디커플링'에 실패한 탓이다. 여당은 개헌 저지선(100석)을 지켜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제 국민의힘은 격랑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당장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전망이 밝지는 않지만, 혁신의 목소리가 다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번 선거 때보다는 수도권에서 당선된 인사들, 선거운동 기간 중 반성과 쇄신을 이야기한 후보들이 살아남았다는 게 그나마 보수 진영 입장에서는 고무적이다. 자칫 원내 인사들의 지역 분포가 영남권에 갇히게 되면, 당이 오히려 더 우경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의 정치 생명은?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거취다. 한 비대위원장에게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해석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상처가 없지는 않지만,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지위까지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긴 어렵다. 누군가는 '원톱'으로 나섰음에도 패배를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고, 반대로 누군가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본인은 "제가 이렇게 사라지게 두실 거냐"라고 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그는 오는 6월 28일까지 비대위원장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은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환경이 좋아진다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그의 거취를 압박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한 비대위원장 외에는 당의 구심점이 될 대안이 없다고 보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미 '친한(동훈)' 인사 중 하나로 분류되는 김경율 비대위원은 물러서지 않을 뜻을 기자들에게 밝혔다(관련 기사:
김경율, '출구조사 참패 예측' 후 용산 탓... "국민 분노 대단" https://omn.kr/28919 ). 총선 패배의 책임이 당이 아니라 용산에 있는데, 한 비대위원장에게 온전히 책임을 씌울 수 있겠느냐는 반박이다.
'총선 이후'까지 임기를 마무리하려는 현 비대위와 책임을 묻고자 하는 용산 측과의 갈등이 이미 예고된 셈이다. 총선 패배의 더 큰 책임이 누구에 있는지를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만약 현 비대위가 교체가 된다면, 이른바 '비대위의 비대위' 체제가 된다. 전형적인 '관리형' 비대위다. 전면적인 쇄신이나 혁신을 주도하는 대신,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실무적인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새 국회가 개원한 뒤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직접 등판할 가능성은 적지만, 한 비대위원장이 대리인을 내세우거나 혹은 가까운 인사가 나서는 것은 가능하다.
조만간 치러질 전당대회... 나경원·안철수, 나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