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3일 울산 북구 이상헌 선거사무소 앞에서 이상헌 후보가 자신의 간판을 바라보고 있다.
박석철
지난 10여년 사이 울산 북구에서 진행되어 온 정치 상황을 따라가다 보면, '예측 불가능한 구도'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들 외에, 최근 취재를 다니다 만나는 북구 주민들에게 이번 총선 분위기를 물으면 대다수가 "2016년 촛불 혁명이 정치지형을 바꿔 놓았다"라고 말한다.
북구는 1997년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울주군과 중구의 일부 지역을 병합해 탄생한 신생 기초지자체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울산광역시의 인구 감소 속에서도 근래 들어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한 도시이기도 하다.
영남권 특유의 보수 성향이 지역 깊숙이 자리 잡고 있지만, 현대차 조합원을 비롯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진보적 정치성향을 확대해왔다. 또 지난 몇 년 사이 유입된 청년 인구가 상당해 그들의 여론 또한 만만찮다. 이처럼 울산 북구의 정치 지형도는 복잡다단하다.
사실 이 지역 정치 분위기는 지난 7~8년 사이 급속히 형성됐다. 2016년 촛불과 탄핵 정국 이전 울산 북구에서는 보수와 진보 두 정치세력이 국회의원과 구청장, 지방의원 선거에서 엎치락뒤치락 해 온 반면, 민주당은 그 사이에 끼여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6년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민주당이 울산 북구의 주력으로 급속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17년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그동안 절치부심해오던 민주당이 구청장과 지방의원 다수를 당선시키면서 정치지형을 확 바꿔 놓았다. 특히 북구에서 꾸준히 민주당의 깃발을 들어왔던 이상헌 의원은 2016년 진보당 윤종오 후보가 국회의원 당선 후 2년 만에 낙마하자 재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이어 2020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진보-보수의 북구 양강구도를 깨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울산 북구에서 3파전 펼쳐지게 된 까닭
이런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번 총선이 3파전으로 전개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진보당 윤종오 후보와 2018년 재선거와 제21대 총선에서 이상헌 후보에 연속으로 패한 국민의힘 박대동 후보, 그리고 당 대 당 결정으로 민주당 공천에서 제외된 이상헌 후보의 무소속 출마 말이다.
이번 총선이 3자 구도가 된 것에 대해 이상헌 의원은 "30여 년 간 민주당의 험지 영남에서 어렵게 민주주의의 깃발을 고수해 오는 동안 당원들과 함께 희생과 노력이 있었고 이제야 그 싹을 틔우려는 순간이다"라며 "그런데 정치적 야합으로 울산 민주당의 자존심이 송두리째 짓밟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진영의 승리를 위해 윤종오 후보에게 조건 없는 양보를 했다"며 자신의 무소속 출마 타당성을 말했다.
반면 윤종오 후보는 "노동자의 도시 울산 북구에서 윤종오가 단일후보가 된 것은 국민의 편에서 확실하게 싸울 적임자이기 때문"이라면서 "이상헌 의원이 이런 흐름에 동참하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그 결정은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대동 후보는 "국가적으로 절박한 시점에 울산 보수의 험지 북구에서 열정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라며 이상헌, 윤종오 후보의 동시 출전에 고무된 모습이다.
노동계와 새로 유입된 청년층... 그들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