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따오기춤. 흰색과 빨간색 검은색 대비가 예쁘다.
오창환
오후에는 이 날의 주요 행사인 '영산쇠머리대기'가 시작됐다. 이 마을의 오랜 전통이었던 이 놀이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30여 년간 중단되었다가 1968년에 다시 복원되었고, 1969년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마을 뒷산인 영축산과 호국공원 뒷산인 함박산이 마을을 사이에 두고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형상이라서 그 산살(山煞)을 풀어주기 위해서 이 놀이가 유래했다는 설이 재미있다. 하지만 경남일대 특히 영산면 주변이 실제 소싸움이 널리 행해지던 곳이라 그것에서 연유되었다는 설이 맞을 것 같다.
쇠나무대기에 사용되는 나무소는 삼각형과 사각형으로 구성된 기하학적인 것이라 내 눈에는 모던하게 보인다. 한 달 전부터 소나무를 구해서 새끼줄로 역어서 만든다. 규격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고 부정을 감시하기 위해 상대팀에서 언제든지 와서 검사할 수 있다. 마을을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 나무소를 부딪쳐서 넘어뜨리는 경기인데, 대장·중장·소장이 장군복을 입고 소위에 올라서서 싸움을 지휘한다.
쇠나무 앞으로는 농악대가 서고 뒤로 깃발을 든 마을 사람들이 따라간다. 깃발은 대나무 가지에 달고 가는데, 남녘지방은 대나무를 깃대로 쓸 수 있어서 참 편리하고 멋지다. 가볍기도 하고 가지 끝에 대나무 잎을 남길 수 있어서 풍성한 데다가 깃대를 흔들면 낭창낭창 움직여서 깃발의 숲 같다.
마당에 도착한 동서 양진영은 결전을 다짐하는 진(陣) 놀이를 벌이다가 결국 나무소가 부딪힌다. 가만히 보니 승리의 요체는 나무소를 높이 들어 상대소를 찍어누르는 것 같은데, 이 게임은 승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유희에 가까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