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덕정에서 바라본 탐라국 입춘굿 전경. 오른쪽에 낭쉐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자청비 상이 보인다.
오창환
내가 묵은 게스트하우스가 동문 시장 바로 앞이라 걸어서 입춘굿 행사장인 관덕정으로 갔다.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날은 흐리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관덕정 안에서 하늘에 있는 1만 8천 신들을 굿판에 모시는 <초감제>가 진행 중이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 보존회에서 진행하고 있었는데 제주도지사를 비롯해서 제주도의 주요 인사들도 참여를 한다. 진행과정이나 굿의 서사도 흥미로왔지만 나는 특히 심방의 사설이 재미있었다.
초감제를 보는 관객도 상당히 많았다. 나는 스케치를 하기 위해 맨 앞에 자리를 잡았는데, 누군가 가방을 툭 던져놓고 기어 오다시피 해서 내 옆에 앉는다. 슬쩍 보니 꼬부랑 할망이다.
"아이고 힘들게 오시네요."
"그려 그래도 입춘굿은 내가 꼭 봐야제."
"심방님 사설이 재미있네요."
"에이, 그런데 이번에는 여자들만 나와서 틀렸어. 남자가 춤을 춰야 멋있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얼굴 잘생기고, 소리 좋고 춤도 잘 춰서 제주 할망들 사이에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시던 김윤수 심방(제주칠머리당영등굿의 2대 예능보유자)께서 2022년 갑자기 별세하시는 바람에 여자 심방들이 초감제를 맡아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