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주문용 키오스크음료를 주문하려면 만나게 되는 키오스크다. 메뉴도 다양하고 방법도 다양해 언제나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장벽이기에 오늘도 하나씩 배워가며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박희종
카드만 내밀면 모든 것이 해결되던 시절은 가버렸다. 늙을 줄 몰랐던 몸이 쉬이 적응할 수 없음에 조금은 화가 난다. 왜 이렇게 삶은 복잡하게 흘러가는가? 심호흡을 하고 키오스크에 다가서며 용기를 내 본다. 아무도 없으니 걱정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듬거렸지만 무난하게 커피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마음은 씁쓸하다.
세월이 많은 것을 망설이게 하기 때문이다. 순간 젊은이가 들어왔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듯이 주문하고 기다린다. 조금 더 화가 나는 것은 냉정하리만큼 공정한 세월의 무심함이 떠올라서다. 핸드폰이 순간적으로 당황스럽게 하고, 컴퓨터가 쩔쩔매게도 하며 또 앞을 막고 선 큼직한 키오스크가 어쩔 줄 모르게 한다.
느닷없이 사용하던 휴대폰이 먹통이 되고, 컴퓨터 화면이 껌벅거린다. 이것저것을 눌러보아도 소용없다. 할 수 없이 휴대폰을 들고 A/S센터를 찾아갔다. 서비스를 접수하던 직원이 접수할 필요도 없이 순식간에 해결해 주니 쑥스러워 쏜살같이 문을 나서고 만다.
전화기는 해결했다면 컴퓨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한한 인내심을 무기 삼아 아이들이 집에 오는 날만 기다린다. 언제 와서 손을 봐줘야만 한숨을 쉴 수 있다. 오래 전의 내 부모의 기억이다.
오랜만에 시골집을 찾았다.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는 자식들이 반갑기도 하지만, 전등을 갈아 끼우고 텔레비전을 봐줘야 하기 때문이다. 후딱 해결해 주는 자식들이 엄청난 기술자인 양 바라보셨지만, 어느새 내 부모의 세월이 되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해낸 철부지는 순간이 지나 부모의 처지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낯선 기계들은 한층 혼돈스럽다.
어느 곳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키오스크는 언제나 당황하게 한다. 다양한 메뉴에 정신이 없고, 어느 것을 먼저 터치해야 할지 망설이기 일쑤다. 키오스크(kiosk), 티르키에어로 쾨슈크(köşk)에서 유래되었다는 무인정보단말기다. 공공장소나 상업적 공간에서 정보제공이나 서비스이용 등을 위해 설치되는데, 요즈음엔 많은 곳에서 상품을 주문하거나 서비스를 예약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